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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유리면허가 된 의사면허, 의료는 어디로 가는가

손문호 대한의사협회 KMA 폴리시 특별위원2026.03.27 17:23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제외하고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선고유예 포함)이 확정될 경우 의사면허는 취소된다. 이는 사실상 대부분의 형사처벌이 면허 박탈로 직결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또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 등으로 처벌을 받을 경우에도 면허 취소가 가능해지면서, 의료행위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안까지 직업적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의협신문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제외하고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선고유예 포함)이 확정될 경우 의사면허는 취소된다. 이는 사실상 대부분의 형사처벌이 면허 박탈로 직결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또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 등으로 처벌을 받을 경우에도 면허 취소가 가능해지면서, 의료행위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안까지 직업적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의협신문

검찰 조직의 축소와 기능 재편은 단순히 법조계 내부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전문직 전반의 위상과 구조를 흔드는 신호이며, 그 흐름은 의료계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과거 검사라는 직역이 가졌던 권위가 제도 변화로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것처럼, 의사 역시 다양한 제도적 압박 속에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직역 간 경쟁이 아니다. 의료를 둘러싼 법제도의 변화가 의사의 책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의 법 개정은 의료현장에 매우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제외하고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선고유예 포함)이 확정될 경우 의사면허는 취소된다. 이는 사실상 대부분의 형사처벌이 면허 박탈로 직결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또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 등으로 처벌을 받을 경우에도 면허 취소가 가능해지면서, 의료행위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안까지 직업적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한마디로 말해 의사면허를 유리면허로 만든 제도적 변화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의료분쟁조정 관련 법제는 의사에게 과도하게 확장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설명의 의무는 어디까지가 충분한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으며, 사후적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의사는 설명 부족이라는 불확정적 위험을 항상 떠안게 된다. 더 나아가, 의료행위를 중대한 과실과 중한 과실 등으로 구분하려는 시도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 확률을 기반으로 하는 행위이며, 결과만으로 과실의 중대성을 구분하는 것은 의학적 현실과 괴리가 크다. 이러한 법제는 결국 의료를 위축시킨다. 의사는 방어적 진료에 집중하게 되고, 고위험 환자나 필수의료 영역은 기피 대상이 된다. 산과응급의학외상 분야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인력 공백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결과다. 여기에 더해 법률시장 확대까지 겹친다면, 의료현장은 더욱 강한 소송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의료는 치료 중심에서 분쟁 회피 중심으로 변질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이제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의료는 처벌의 대상인가, 보호의 대상인가. 지금과 같은 구조가 지속된다면, 의사의 위상은 점점 약화되고 의료의 본질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제도적 재정비가 필요하다.

손문호 대한의사협회 KMA 폴리시 특별위원 ⓒ의협신문
손문호 대한의사협회 KMA 폴리시 특별위원 ⓒ의협신문

첫째, 면허 취소 기준의 합리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의료행위와 무관한 범죄까지 일률적으로 면허 취소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다.

둘째, 설명의 의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사후적 판단이 아닌, 사전에 예측 가능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형 보상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의료를 형사처벌 중심으로 다루는 구조는 결국 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직의 위상은 제도로 유지된다. 그리고 제도가 무너지면, 전문직 역시 무너진다.

지금 의료계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유리면허로 전락한 의사면허를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의료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균형을 다시 세울 것인가. 그 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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