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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문턱' 의료분쟁조정법, 평가 '극과 극' 나뉘는 이유?

홍완기 기자2026.03.27 13:27
[이미지=freepik] ⓒ의협신문
[이미지=freepik] ⓒ의협신문

국회가 의료사고에 따른 형사 부담 완화와 분쟁 해결 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법안에 대한 평가가 의료계 내부에서도 엇갈리면서 향후 법안 방향성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3월 13일 전체회의에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의결하며 법안 심사의 첫 관문을 넘겼다. 국회의료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달 안 법사위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에는 ▲중대한 과실이 없고 ▲설명의무를 이행하며 ▲책임보험 가입 및 손해배상 등을 이행할 경우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이른바 기소제한 특례가 핵심으로 담겼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형사처벌 부담을 줄이자는 목적이다.

정부와 국회는 해당 법안을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논의의 시작으로 보고,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의료사고 처리 구조의 전환점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간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과도한 형사 리스크를 완화하고, 조정 중심 해결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의 물꼬를 텄다는 분석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주최한 의료 민형사 소송 현황 비교분석 및 개선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국회 공청회에 참석해 이번 개정안은 책임보험 의무화, 국가 지원, 형사 책임 완화 등을 통해 의료사고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이들 역시 이번 법 개정안에 대해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이며 사회적 합의를 보완발전해 나가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필수의료 형사 리스크 완화를 위한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현행 의사 개인 책임 중심 구조가 필수의료 기피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해왔는데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이 담겼다는 이유에서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개정안에 대해 필수의료 분야의 사법리스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부분에 대한 환영의 입장을 표명한다 의료인에 대한 사법리스크 완화가 환자 보호와 생명존중과 같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긍정적 방향으로의 첫 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세부 설계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의료계 내부에선 취지는 맞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협이 일부 문구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지속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김성근 대변인은 같은 브리핑에서 12대 중과실 부분이 해석의 여지가 넓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부분과 심의기구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지적할 부분이라며 책임보험 의무화 부분에 대해서도 의료를 필수와 비필수로 구별하면서 발생하는 모순을 어떻게 이 법안에 담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중대한 과실 개념반의사불벌설명 의무 등 악영향 우려 시끌

쟁점은 실효성과 디테일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설계는 미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전국 시도의사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해당 법안에 대한 우려와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 필수의료 범위의 협소성, 12대 중과실 범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길호 경북의사회장 역시 필수의료 분야의 사법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은 부족하며,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의료계 비판 목소리는 법조계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중대한 과실 개념을 법에 명시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신재호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최근 토론회에서 중대한 과실이라는 표현을 법에 명시하면 민사에서 책임 제한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판사가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책임을 조정하는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기준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법 적용이 경직되거나, 민사상 책임 판단에도 영향을 미쳐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또 반의사불벌 구조와 유사한 효과를 낳을 수 있는 제도 설계 역시 논쟁 지점이다. 형사처벌 여부가 합의나 배상 여부에 영향을 받는 구조가 될 경우, 형벌 체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자단체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책임 완화에 치우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형사 절차 제한과 관련된 부분이 자칫 환자의 권리 구제 기회를 축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법사위 논의 한번 더 거치나?실효성 vs 선언성

이처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설계는 미완이라는 평가로 수렴되는 모습이다.

이제 공은 법사위로 넘어갔다. 통상 법사위는 자구 심사 역할을 맡지만, 이번 사안은 쟁점이 큰 만큼 보건복지부령 위임 범위 조정이나 대안 제시 등 다양한 방식의 수정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다시 한번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법안의 위헌성이나 형사법 체계와의 정합성 등이 집중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특히 중대한 과실 기준 나열과 기소제한 특례 적용 요건은 가장 큰 논쟁 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3월 30일, 31일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전체회의 개최가 예정되면서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법안이 필수의료를 살릴 해법이 될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는 결국 법사위 문턱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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