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극히 드문 '상장간막동맥 파열' 사망…병원 과실 불인정
급성췌장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가 갑작스러운 복강 내 출혈로 사망한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과 같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광주지방법원은 최근 망인 A씨의 유족인 B씨 등이 C병원 운영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의료진의 진단처치전원 과정 전반에 과실이 없었고, 예견하기 힘든 희귀 질환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인정,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사건은 2018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6월 7일 상복부 통증두통발한 증상을 호소하며 C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혈액검사와 복부 CT 촬영 등을 통해 급성 췌장염으로 진단하고 입원 조치했다.
A씨는 대증요법(금식수액 공급통증 조절 등)을 통해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틀 뒤인 6월 9일 밤, 갑작스러운 심한 복통과 함께 혈압이 70/40mmHg까지 떨어지는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승압제 투여 등 응급처치를 시행하며 혈압이 잠시 안정되자 상급병원 전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송 도중 구급차 안에서 A씨의 의식이 소실되고 심정지가 발생했다. 급히 병원으로 복귀해 심폐소생술(CPR)과 기관삽관을 시행한 끝에 맥박을 회복했다. 추가 검사 결과, 복강 내 대량 출혈이 확인됐다. A씨는 6월 10일 대학병원으로 전원했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부검 및 진단 결과 사인은 급성 췌장염에 의한 상장간막동맥 파열 및 대량 출혈로 밝혀졌다.
유족은 C병원 의료진이 △초기 검사상 감염성 췌장염 징후가 있었음에도 항생제 투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괴사성으로 악화시킨 점 △대량 출혈 발생 시 즉각적인 색전술이나 지혈 수술, 수혈을 하지 않은 점 △상급병원 전원을 지체한 점 △희귀 합병증인 상장간동맥 폐색 및 파열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항소심에서 의료진이 초기 혈액검사 결과를 간과해 감염성 췌장염 진단을 놓쳤고, 이로 인해 상장간동맥이 손상되어 파열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여러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의뢰한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진의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자의 검사 결과에서 감염을 의심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료기록 감정 결과에 따르면 초기 검사에서 발열백혈구 증가CRP 상승 등 감염을 뒷받침할 소견이 없었고, 예방적 항생제 사용 역시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CRP 수치가 입원 당시 0.1㎎/dL에서 이후에도 1.1㎎/dL 이하로 유지됐고 사망 직전에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는 점에서 감염성 췌장염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출혈 발생 이후 응급조치와 관련해서도 의료진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저혈량성 쇼크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우선 혈압을 유지하기 위한 수액 공급과 승압제 투여가 필요하며, 이러한 응급 처치 이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심폐소생술이 장시간 시행된 상태에서 즉시 개복 수술이나 지혈 수술을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원 지연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환자가 쇼크 상태에 빠진 직후 의료진이 즉시 응급 처치를 시행한 뒤 혈압이 안정되자 곧바로 전원을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전원 조치가 늦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환자가 병원을 잠시 떠났던 사실이 있더라도 의료진이 이를 허가했다고 볼 근거가 없고 금식 여부도 지속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족이 주장한 상장간막동맥 폐색이나 파열을 사전에 예견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환자의 복통과 호흡성 알칼리증 등 증상은 급성췌장염으로 설명 가능하다면서 급성췌장염에서 상장간맥동맥의 직접적인 파열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합병증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법원은 환자의 사망 원인이 급성췌장염에 따른 동맥 파열로 보이지만, 당시 의료진의 진단과 치료가 통상적인 의료 수준을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의료법상 의사는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 등을 설명해야 하지만, 발생 빈도가 극히 낮은 사례까지 모두 고지할 의무는 없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은 입원 당시 일반적인 췌장염의 증상과 치료법(금식수액 치료)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사망 가능성이나 상장간막동맥 파열 가능성은 급성 췌장염에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이므로 이를 미리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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