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대법원 "사무장병원 실질 개설자 책임 더 크다"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의 실질적 운영자가 부담해야 할 부당이득 징수금이 명의를 대여해준 의료기관에 부과된 금액보다 많아도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명의 대여자 보다 실질적 개설자의 책임이 크다는 점과 불법 사무장병원 운영자를 엄정 처벌해야 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판결로 풀이된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의료법인과 B이사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2024두47609)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8일 밝혔다.
충남 C군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해 온 A의료법인은 사무장병원 개설 혐의로 2018년 보건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의료인임에도 B이사장이 의료법인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함으로써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을 근거로 약 174억원의 부당이득금 징수 처분을 내렸다. 동시에 실질적 운영자인 B이사장에게 약 97억원(2013년 5월 이후 분)의 징수 처분을 통보하면서 연대 납부토록 했다.
소송 과정에서 건보공단은 자체 재량 준칙에 따라 징수 금액을 감경했다. 이 과정에서 A의료법인에 55%의 감경률을 적용해 66억원을, 실질 운영자인 B이사장에게는 30%의 감경률을 적용해 약 68억원을 부과했다. 결과적으로 실질 운영자인 B이사장이 A의료법인보다 2억원 가량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원심 실질 운영자 징수금, 명의자 징수금 넘을 수 없어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이 실질적 개설자에게 명의자와 연대하여 제1항에 따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들어 건보공단의 차등 감경 처분이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원심 재판부는 법 문언상 실질 개설자가 부담하는 징수금은 명의 대여 요양기관에 부과된 징수금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즉, 주된 채무자인 요양기관의 징수금을 감경했다면 연대 책임을 지는 실질 운영자의 징수금은 그 금액을 상한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B이사장에게 부과된 금액 중 A의료법인의 징수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취소해야 한다며 원고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책임의 경중에 따른 독립적 재량 행위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부당이득 징수 규정의 입법 취지와 의료법상 처벌 규정의 차이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실질 운영자의 책임이 명의 대여자의 책임보다 무거울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실질적 개설자에 대한 징수 규정은 경제적 이익의 실질적 귀속자로부터 직접 환수함으로써 권리 행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명의 대여자와 실질 개설자는 각각 독립하여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하며, 그 책임 관계가 연대책임으로 묶여 있을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부당이득 징수 처분은 재량 행위로 개설 과정에서의 역할, 불법성의 정도, 운영 수익의 귀속 여부 등에 따라 명의자와 실질 운영자의 책임은 달라질 수 있는 점 ▲의료법에서 실질적 개설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반면, 명의 대여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여 불법성의 무게를 달리 보고 있는 점 ▲명의 대여자는 근로의 대가만 받을뿐이지만, 실질 개설자는 운영 성과를 주도적으로 처리하고 수익을 독점하는 점 등을 들어 건보공단의 차등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에서 정한 같은 항에 따른 징수금이란 실질적 개설자가 요양기관에 대한 종속적 지위에서 부담하는 요양기관에 부과된 부당이득징수금 범위 내의 징수금이 아니라, 실질적 개설자가 요양기관을 통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받은 보험급여비용 중 책임의 경중에 대한 재량적 판단을 통해 정해진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의미한다면서 실질적 개설자에 대한 부당이득 징수금은 개설명의자에 부과되는 부당이득징수금을 초과하여 정해질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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