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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의·군의관 붕괴 경고에도…국방부만 "복무기간 단축 신중"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인력 붕괴 위기 속에서 복무기간 단축이라는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는 외침이 국회에서 울려퍼졌다. 정부 관계 부처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에서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밝힌 곳은 국방부 한 곳이었다.
국회 토론회장에서 의료계와 공중보건의사 단체, 일부 정부 부처까지 복무기간 단축 필요성에 공감대를 보였지만 국방부는 군 의료체계와 병역 자원 구조를 이유로 신중론을 유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패널들은 이미 제도가 붕괴 직전에 이른 상황에서 더 이상의 검토는 의미가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17일 대한의사협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함께 군의관공보의 확충 및 제도개선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기념사진 촬영에서는 복무 기간 단축하라!라는 구호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정도로 복무기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인력 감소는 이미 수년 전부터 경고가 이어져 왔다. 2017년 2116명이던 공중보건의사는 2025년 738명까지 줄었다. 특히 의과 공보의는 같은 기간 742명에서 247명으로 급감했다.
군의관공보의 기피 현상은 2022년부터 뚜렷해졌고 최근 의정 갈등 여파로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의대생이 급증하면서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핵심 원인은 복무기간이었다.
현역병 복무기간은 18개월까지 단축된 반면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복무기간은 제도 도입 당시와 같은 36개월이 유지되고 있다. 교육기간을 포함하면 약 39개월로, 2배가 넘는 복무 기간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발제를 맡은 박재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사실상 붕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박재일 회장은 2010년대 초 약 3000명 수준이던 공보의 수는 2026년 기준 600명 이하로 줄었다며 16년 사이 80% 이상 감소한 상황은 의학적으로 보면 중환자 상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취약지 의료 공백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 기준 공보의 배치 대상 보건지소는 1234곳이지만 실제 의과 공보의가 근무하는 곳은 40% 수준에 그쳤다. 상당수 보건지소는 의과 진료 자체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박 회장은 공보의 제도는 단순히 농촌 의료를 보완하는 역할을 넘어 수도권 중심 의료체계와 지역 의료 현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였다며 지금처럼 인력 감소가 계속되면 제도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과대학생 대상 조사 결과 복무기간이 24개월로 단축될 경우 90% 이상이 공보의 복무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토론회에서 유일하게 신중 입장을 보인 곳은 국방부였다.
우호석 국방부 보건정책과장은 군의관과 공보의 복무기간 문제는 단순히 기간을 줄이는 문제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 과장은 군의관은 장교 신분으로 복무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 병사 복무기간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며 군 의료체계는 군 병력 구조와 함께 운영되는 체계이기 때문에 복무기간을 조정할 경우 군 의료 인력 운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과장은 군의관은 전시 의료지원과 군 의료체계 유지라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단순히 병역 형평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군의관 복무기간 조정 문제는 국방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병역 자원 관리와 관련된 범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군 의료체계 유지와 병역 자원 구조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입장에 대해 의료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한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현역병 복무기간이 18개월인 상황에서 군의관공보의가 36개월을 복무해야 한다면 젊은 의사들에게는 사실상 선택지에서 사라진 제도라고 말했다.
이한결 이사는 지금 공보의 인력 감소는 단순한 지원 감소가 아니라 구조적 붕괴 과정이라며 복무기간 단축 없이 제도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일 회장 역시 복무기간 단축은 특혜가 아니라 병역 형평성을 맞추는 문제라며 현역병과 비교해 두 배 가까운 복무기간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지원자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제도 존속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단계라며 36개월에서 30개월, 24개월로 단계적으로 단축하는 방안이라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정부 부처들은 공보의 감소 문제에 대해 현장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임은정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공보의 수급 문제는 지역 의료 공백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복무기간 문제를 포함해 제도 개선 방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주 법무부 의료과장은 교정시설 의료 역시 공중보건의사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공보의 감소는 교정시설 의료 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재원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사회서비스과장은 농촌 지역에서는 공중보건의사가 사실상 1차 의료를 담당하는 핵심 인력이라며 공보의 감소는 곧바로 농촌 의료 접근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석 의원은 공보의와 군의관 인력 감소는 지역의료와 군 의료체계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토론회 종료 후 우호석 국방부 보건정책과장을 직접 찾아가 국방부만 결단하면 되는 문제 아니냐며 전향적인 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특히 군의관을 먼저 배치하고 남는 인력을 공보의로 배치하는 구조 때문에 현장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국방부의 입장 변화를 압박했다.
이날 토론회에 함께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공보의와 군의관 제도는 이미 붕괴 위험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복무기간 문제를 포함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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