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무의식의 심연, 제주의 바람을 입다…양태모 작가 개인전
개인의 내밀한 상처는 어떻게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고 치유의 풍경이 되는가.
양태모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교수가 그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주의 압도적인 자연 속에서 펼쳐내고 있다.
양태모 작가는 오는 4월 5일까지 제주 저지문화지구 생활문화센터 전시실에서 Karma(카르마) - 기표들의 실험대 이후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미술 전시를 넘어, 공간과 관람자의 감각이 깊이 교감하는 거대한 사유의 장이다.
양태모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을 허물고 다시 세우는 치열한 작업 방식을 고수해 왔다. 앞서 양 작가는 2024년 천안 예술의전당에서 LIGHT - 카르마 날다전에서 한지(닥)와 반짝이는 스팽클(시퀸)이라는 이질적 매체를 충돌시키며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과감히 해체했다.
과거의 전시가 화려한 빛을 끌어들이며 사물이 자아내는 표정과 실험에 집중했다면, 이번 제주의 전시는 그 실험 이후의 깊은 내면을 다룬다. 화려한 빛을 내려놓은 자리에는 작가 개인이 겪은 상처(Trauma)와, 더 나아가 현대 사회와 인류가 직면한 환경 문제 등 집단적 고통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자리 잡았다.
특히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는 공간과의 유기적 호흡이다. 전시장을 마주 보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 유동룡(이타미 준)의 수(水)풍(風)석(石) 미학에 감응한 작가는, 10미터 높이의 압도적인 전시 공간 안에 자신의 작품들을 섬세하게 배치했다.
거대한 층고 속에서 느슨하게 부유하는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어떠한 의미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관람객은 그저 거대한 공간 사이를 거닐며, 작품이 건네는 위로와 서서히 깨어나는 자신의 감각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제주의 환경을 직접적으로 끌어안은 특별전 제주 저지 프로젝트다. 인공적인 재료를 탐구했던 과거를 지나, 이제 그는 제주의 거친 바람, 하늘, 땅이라는 생명력 넘치는 자연 그 자체를 질료로 삼았다. 척박한 자연의 물성이 작가의 치열한 내면과 만나 빚어내는 카르마의 궤적은 우리에게 존재와 소멸, 그리고 순환에 대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미술 현장을 오래 지켜본 평론가의 눈에도 이처럼 극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작가의 도약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섣부른 위로 대신 압도적인 숭고함으로 묵직한 치유를 건네는 양태모의 예술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 제주 저지문화지구로 발걸음을 향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제주 저지문화지구 생활문화센터 전시실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 115-94), 매주 월요일 및 법정공휴일 휴관, 운영시간:10:00 ~ 17:00,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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