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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구 소련 닮은 의사 집단 사직과 휴진 금지 법안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2026.03.06 11:07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최근 한 국회의원은 의사들의 집단 사직과 휴진을 불허하는 법안을 발의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위헌이 아닌 합헌이라고 판정받은 악성 업무개시명령도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의료대란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개인 사직의 자유마저 박탈하려고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진료 거부나 집단 사직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 의사는 자동으로 면허 박탈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교통사고처럼 몇 년 후에 운전면허처럼 재응시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해당 추진 법안의 취지를 달리 해석하면, 우리 사회에서 의사라는 전문직에 대한 존중은 고사하고 근로자로서 마땅히 받아야 하는 기본권도 철저히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의사 전문직에 대한 이 정도 수준의 통제는 아마도 구 소련의 공산주의 국가를 떠올리게 한다. 공산주의에서 마르크스주의 체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직업 간 위계의 엘리트 전문직 문화를 인정하지 않았다.

의사, 교수, 변호사 등은 지식 분자 혹은 지식 노동자로 분류했다. 중국의 문화혁명 시절 의과대학 교수를 학술권위라고 지칭하던 단어에도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서 의료의 공공성을 이유로 의사 집단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의사는 독립된 전문직 집단이 아니라 국가 노동자(state employee)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서구처럼 직업단체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자율 규제를 하는 구조는 없다. 이런 연유인지 국제적으로 전문직 자율의 상징인 의사 면허기구가 발달한 나라는 민주주의도 제대로 잘 정착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구 소련권 국가나 한국, 중국, 타이완, 일본 등 유교 문화권 국가는 자율적인 의사 면허기구는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공산당 이외의 전문직 단체에 의한 정치적 영향이나 자율은 상상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의료가 공공재인 국가에서 전문직이 가져야 하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직업성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단어로 모두 귀속된 것이었다.

공공성 이유로 기본권마저 억압과 통제 정당화 professionalism is not free
국가 주도 의료의 특징인 소련의 세마스코(Semashko) 모델은 의대 교육을 국가가 무료로 제공하고, 국가가 근무지를 정해 배치했다. 의료 소비도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의료가 국민의 기본권인 영국 모델과 유사하나 영국은 의사의 강제 배치나 개원을 강제하거나 금지하지는 않는다. 순수 사립 형태의 의료도 얼마든지 허용한다.

구 소련에서 의사는 국가 시스템의 일원으로 지역 배치, 근무조건, 급여 등을 국가의 통제하에 둔 것인데, 노동자 천국이라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역설적으로 노동자의 자유는 최악의 상태다.

지식 근로자인 의사는 급여도 낮아서 부업으로 농업에 종사하거나 비공식 뇌물이 아예 공식적이고 문화적으로 자리 잡아 유통된다. 최근에도 우리나라의 해외 원조사업으로 구 소련권 국가의 의료제도 현대화 사업에서 보여주는 현실은 아직도 뇌물성 의료비가 버젓이 존재한다.

독재 성향이 강한 정부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나 병원 모두가 정부 소유이고 근무자 모두 공무원 신분이어서, 공무원 처우개선으로 오히려 당연한 일처럼 여기는 것도 언젠가 직접 목도한 바 있다.

심지어 쿠바는 의사를 국가 외교 자산으로 활용하여 전 세계 60여 개국에 의료진을 파견한 결과 의무공 파견이 국가 외화 수입의 1위 산업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의료의 산업화가 아닌 해외에 파견된 의무공의 임금 착취를 정부가 나서서 하는 셈이다.

의사가 공공재였던 나라에서 많은 의사와 교수는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비판받고 폭력의 희생물이 되기도 했다. 중국 마오쩌둥의 측근 의사였던 푸롄장(Fu Lianzhang)도 과거 문화대혁명 중 구타와 투옥 끝에 사망했다고 알려진다.

의료의 공공성 주제는 한편으로 접근성과 보장성 강화를 위한 중요한 의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공공성이 정치성을 배제한 중립적인 의미가 아닌 좌파 이데올로기로 진화하여 특정 국가 의료의 기본 형태로 정립되는 순간 의사에 대한 국가의 정치적 통제와 탄압은 더욱 거세진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의사의 공공재는 차원을 달리하는 주제인데,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입법 만능주의는 앞으로도 계속 닥쳐올 의사 집단에 대한 통제와 탄압의 끔찍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의료의 이데올로기 정립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된다. 의료가 국민의 기본권이고 의료의 공공성이 매우 강한 영국에서도 의사 집단의 집회 결사의 자유는 침해하지도 않고 개원의 자유도 침범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의사는 공공재가 아닌 것이다.

철의 장막과 같은 정부 주도 전문성 압박 정책 갈등과 분노, 심한 좌절감에 빠져
이미 지역의사제 도입에서 전 세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지역 조건부 면허와 박탈의 규정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수준과 기본권 존중이 어디에 와있는지 잘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적 현상에서 의료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될 좌파적 의사 공공화의 논쟁은 결국 의사 집단에 대한 심각한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할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의 통제와 압박은 민간 의존 의료에서 국가 주도 수가 통제라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구조에서 기인하는데, 이미 전문직 시장은 정부의 공공 정책 영역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이런 정책 추진은 의사 전문직의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힘을 빌려 의료를 통제하였고, 정치가의 법률적 공작으로 의사의 기본권 탄압의 수위를 더욱 높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의료 공급 체계에서 공공 통제 강화 조치마다 정부와 의료계는 정책 충돌로 거의 예외없이 심각한 반복적 갈등을 초래했다. 오래된 대정부 반복 갈등은 의료계의 무기력함과 좌절감이 폭발하며 대정부 투쟁의 선명성과 강도에 대한 파괴적 내부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산당 파르티잔에 잡혀 원치 않는 전장 속에서 기약없는 야전 근무를 해야 했던 닥터 지바고의 어두웠던 시절의 운명의 그림자가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맞이하였다는 현대에서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의료계에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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