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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폐한약재 재활용' 한의사 면허정지 확정

송성철 기자2026.02.23 13:47
대법원 제3부는 지난 12일 한의사 A씨와 B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폐한약재 재활용 행위는 의료인으로서의 고도의 직업윤리를 저버린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면서 국민의 건강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의협신문
대법원 제3부는 지난 12일 한의사 A씨와 B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폐한약재 재활용 행위는 의료인으로서의 고도의 직업윤리를 저버린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면서 국민의 건강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의협신문

탕전 후 폐기해야 할 한약재를 재가공해 수 천 명에게 판매한 한의사들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는 지난 12일 한의사 A씨와 B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폐한약재 재활용 행위는 의료인으로서의 고도의 직업윤리를 저버린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면서 국민의 건강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폐기 한약재 원외탕전실서 다이어트 환으로 둔갑
이번 사건은 지난 2020년 9월 한 민원인이 서울 강남구에 한약쓰레기를 비위생적으로 재활용, 건조 분쇄 후 마황농축액을 섞어 환으로 만들어 한의원에서 다이어트약으로 고객들에게 2년간 6억여원 가량 판매하였습니다라며 C한의원의 비위생적인 약재 재활용 실태를 제보하면서 촉발됐다.

서울특별시 현장조사 결과, C한의원 한의사들은 2018년 10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약 2년 동안 폐한약재를 재활용해 한방 다이어트 환을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한의사들은 1차 탕전을 마친 폐약재를 버리지 않고 검은 봉투에 따로 수거했다. 폐약재는 건조와 분쇄 과정을 거쳐 가루 형태의 재처리 재료로 만든 뒤 전북 익산에 있는 원외탕전실로 운반했다. 원외탕전실에서는 이 재료를 바탕으로 M이라는 명칭의 다이어트 환으로 재가공해 다시 한의원으로 납품했다.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제조한 한방 다이어트 환을 환자들에게 판매해 올린 수익은 약 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행위가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및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한 비도덕적 진료행위(변질오염손상된 의약품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2023년 8월 이들에게 각각 3개월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재사용 아닌 한방 자법한의사 고유 권한 주장
이들 한의사들은 환자의 상태와 특성에 맞게 약재의 효능을 적절히 조절하기 위해 약효가 일부 소멸된 약재를 사용한 것이며, 이는 한의사의 고유한 진료 권한에 속한다. 환을 판매한 후 별도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도 없다면서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랜 기간 부작용이 보고된 바 없고, 한방 원리 중 하나인 자법(煮法, 약재를 삶는 방법)을 통해 독성을 줄인 것일뿐이라며 재사용 의무 위반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러한 한의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탕전을 거친 한약재는 이미 유효 성분이 상당 부분 추출되어 기준에 적합한 규격품으로 보기 어렵고, 물리적화학적 변화에 따른 안전성조차 담보되지 않는다면서 이를 다시 사용하는 것은 관련 법령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한의사 B씨가 현장조사 당시 사실확인서를 통해 1차 탕전했던 약재를 2차 환 제조에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문제 소지가 있음을 인지했다는 취지의 자백과 서명한 점에 주목했다. 한의사들은 재판 과정에서 사실확인서는 보건소의 압박에 의해 작성한 것이므로 비진의 의사표시로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전문직 직업인인 한의사가 비난 가능성이 큰 사실을 허위로 인정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 환자 기만하고 의료 질서 훼손직업윤리 위반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역시 항소를 기각하며 처분의 정당성을 재차 확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환자들이 한약재가 재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결코 해당 약제를 처방받거나 구입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면서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환자를 기만한 행위는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고도의 직업윤리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이어트 환을 복용한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도 유리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오히려 탕전 과정을 거치며 약재에 별다른 성분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의사에게 제조 방법의 재량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약재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범위 내여야 한다면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며 지난 12일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24년 원외탕전실 인증제 2주기를 맞아 원료 입고조제포장배송까지 전 과정을 전산화함으로써, 한약재의 기원이나 재활용 여부를 투명하게 감시하고 있다. 매년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원외탕전실 위생 관리조제 관리한약재 보관 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약재 제조수입업체 GMP 특별 점검을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재 중 중금속잔류 농약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품목을 생산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 부적합 한약재를 즉시 회수 및 폐기 조치하고 있다. 특히 다이어트 한약에 마황(에페드린) 등 특정 성분을 과다하게 넣거나, 의약품 성분을 몰래 섞어 조제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현행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는 부정 의료업자 및 부정 의약품 제조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규격 미달(변질오염) 의약품 판매 및 조제 시에는 약사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정상 약재인 것처럼 속여 약값을 받은 행위는 형법(사기죄)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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