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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세계의사회장이 바라본 '한국 의대정원 증원'

이정환 기자2026.02.11 15:32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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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의사를 대표하는 수장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박정율 국제협력위원장(고려대안암병원 신경외과)이 주인공.

박정율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811일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린 제76차 세계의사회(WMA) 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당선됐다. 1985년 문태준 전 의협회장이 세계의사회장에 당선된 이후 40년만의 쾌거다.

대한의사협회는 1949년 세계의사회(WMA)에 가입한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세계의사회 운영과 주요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1985년에는 고(故) 문태준 의협회장이 세계의사회장으로 취임하며 한국 의료계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였고, 그 이후에도 의협은 꾸준히 이사국으로 참여하며 주요 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WMA는 전 세계 118개국 의사 중앙단체를 회원으로 하는 독립된 국제 비정규기구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연합(UN)과 함께 3대 기구에 속한다. WMA는 회원국의 회비, 기부금으로만 운영되는 만큼 독립성과 자주성, 자율성을 지키고 있다.

박정율 차기 세계의사회장은 의협의 지속적인 참여와 기여가 쌓여 다시 한번 우리나라에서 세계의사회장이 선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출은 한국 의료계가 겪고 있는 현실과 고민이 더 이상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사안임을 보여주는 계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의료의 전문성과 윤리를 지켜온 한국 의료계의 경험은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논의할 가치가 크다고 보며, 동시에 국제사회의 다양한 시각과 연대를 통해 한국 의료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세계의사회장으로서 각국 의료계와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보건의료 과제에 대응하는 한편, 한국 의료가 안고 있는 현안과 문제 역시 국제사회에 정확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통해 한국 의료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국제적인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세계의사회장에 당선된 박정율 회장은 2월 11일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핵심 과제를 비롯해 최근 한국에서의 가장 큰 이슈인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한국의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서는 WMA가 한결같이 강조해온글로벌 스탠다드를 근거로 의학 교육및 수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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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올해 10월부터 세계의사회장 임기를 시작하는 박정율 회장은 세계의사회장직은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현재 한국 의료가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마음 한편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의 이해관계나 국내 현안에만 치우칠 수 없는 위치이기도 하다면서 전 세계 의료계의 공통 가치와 원칙을 대표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과 부담 역시 크게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임기 동안 반드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고 싶은 핵심 과제가 있다고 했다.

박정율 회장은 의사들의 전문적 자율성과 독립성의 확립이 핵심 과제라면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이 가치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또 세계의사회장으로서 모든 회원국의 의사들이 정치적행정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전문성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될 때, 최첨단 의학과 연구개발이 가능해지고, 이는 결국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의료로 이어지며 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기반이 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정율 회장은 궁극적으로는 특정 국가들을 대변하는 회장이 아니라, 전 세계 의사들이 최고의 윤리지침과 규범을 바탕으로 전문적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기여한 리더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가 정치나 이념의 도구가 아니라, 과학과 윤리, 그리고 환자 중심의 가치 위에 설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낸 회장으로 남는 것이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율 회장은 세계의사회는 매년 약 2030개의 주요 의료 정책을 개발하고, 그 중요도와 시급성에 따라 성명서(statement), 결의안(resolution), 선언문(declaration) 등으로 구분해 발표한다면서 이런 문서들은 국제적으로 합의된 의사사회의 공식 입장으로, 각 회원국이 자국의 의료 정책과 제도에 반영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된다고 했다.

이어 WMA의 선언과 결의문은 추상적인 윤리 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대한민국의 의료 제도와 법윤리 체계에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온 중요한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정비되는 과정이다. 대한민국 입법부와 학계가 사실상 유일한 절대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 WMA의 헬싱키 선언(피험자의 복지는 과학적사회적 이익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법 조항에 거의 그대로 반영)이었다.

다음으로 2008년 서울에서 열린WMA 총회에서 채택된 의료 전문가 자율성에 관한 서울 선언(Declaration of Seoul)은 한국 의료계에 매우 실질적인 기준과 논리를 제공했다.

이 선언은 정부 주도의 하향식 의료 정책, 예를 들어 원격의료의 일방적 추진이나 포괄수가제 확대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가 단순한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합의된 원칙에 근거해 대응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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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2017년 WMA 총회에서 개정된 제네바 선언(현대판 히포크라테스 선언)이 국내 의사윤리강령에 즉각 반영된 사례다. 당시 개정된 제네바 선언에는 의사의 의무로서 환자뿐 아니라 의사 본인의 건강과 자기 관리(Self-care)에 대한 조항이 새롭게 포함됐다.

박정율 회장은 WMA의 헬싱키 선언, 제네바 선언 등 주요 결의문이 단순한 선언적 문구를 넘어, 대한민국의 의료 제도와 법률, 그리고 의사 윤리 기준의 방향을 설정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정율 회장은 적정 의사 수 확보와 배출 관련 문제는 한국만의 과제가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증원 논의에 앞서 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의료 수준이나 요구도 뿐 아니라 국제적 인증에 부합하는 의료인을 양성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교육수련 인프라가 먼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즉, 의과대학 교육과 수련기관의 질과 시스템, 이를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체계가 선행되고 지속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마련되어야만 의사 수 확대(혹은 축소)가 환자들의 안전과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박정율 회장은 의료의 질적 하락은 증원 그 자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이며, 한 번 무너지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급격한 증원으로 인한 적정 교육 시스템 붕괴와 이로 인한 의료인의 질 저하와 동반되는 환자 안전 위협, 의료비 상승 등의 중대한 문제점들 역시 간과하면 안 되고, 신중하고 사전에 치밀히 검토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의사회가 일관되게 강조해 온 글로벌 스탠다드 역시 이러한 맥락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도 알렸다.

박정율 회장은 교육 과정의 단축이나 비상 진료 체계 전환과 같은 조치는 단기적 대응책으로는 논의될 수 있겠지만, 충분한 준비와 검증 없이 시행될 경우 의학교육의 질과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과 장기간의 숙고와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것에 매몰되기보다, 최대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모든 주요 변수들을 반영하는 방식을 통해 수요를 추계해 반영하되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최소한 한 주기 의과대학 교육커리큘럼(46년)의 시행 후 12년 간의 심도 있는 평가와 인구 변화나 주요 요구도를 반영하는 방식을 통해 재조정하고, 중장기 이정표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또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인력 수요를 (특히 현재 의료 이용도가 아닌 적정 이용도 수준을 반영한) 보다 적절하게 산출하고, 그에 걸맞은 교육 환경과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무리한 제도 운영보다는 의료계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차의료와 우선적으로 필요한 분야들의 인력 수급 정책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의료전달체계 시스템에 대한 포괄적인 충분한 검토와 논의,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정율 회장은 이러한 준비가 선행될 때 비로소 환자 안전을 담보하는 지속 가능한 의료 정책이 가능해지며 이는 한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국제사회의 기본적인 원칙이기도 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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