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수술 2년 뒤 발생한 신경마비 "의료 과실과 인과관계 인정"
의료진이 오토바이 교통사고 골절 환자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무너진 관절면을 완전하게 정복하지 못해 후유증이 발생했다면, 수술 후 2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지났더라도 의사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병원 측은 수술의 난이도를 이유로 불가피한 합병증임을 주장했지만 진료기록부에 그런 사유를 상세히 기록하지 않아 과실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골절 수술 후 비골신경 마비 증상을 겪게 된 환자 A씨가 B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 병원은 A씨에게 약 199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7년 3월 20일 오토바이를 타다가 교통사고로 의식 저하 상태로 B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검사 결과, 외상성 경막하 출혈과 좌측 경골 분쇄골절비골 골두 골절 진단을 받았다. B병원 의료진은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면서 신경학적으로 전신마취가 가능한 상태로 판단되자 2017년 4월 6일 좌측 경골 근위부 분쇄 골절에 대한 관혈적 정복 및 내고정술을 시행했다. 수술 14일 만에 퇴원하는 A씨에게 정기적으로 내원해 추적관찰을 받도록 안내했다.
수술 직후에는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았으나 약 2년이 지난 2019년경부터 발목이 위로 들리지 않는 족하수(Foot Drop)와 감각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2019년 8월 5일 실시한 근전도검사에서 총비골 신경병증 소견이 관찰됐다. A씨는 2019년 12월 16일 다른 병원에서 좌측 경골 부위 내고정물 제거술과 함께 좌측 무릎 비골신경마비에 대해 비골신경 탐색 및 신경박리술을 받았으나 장애가 남게 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B 병원은 당시 골절 상태가 워낙 심해 어느 정도 불완전한 정복은 피할 수 없는 합병증이었다며 마비 증상 역시 수술 2년 뒤에나 나타난 만큼 수술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근위 경골 골절 수술은 무너진 관절면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B 병원 의료진은 관절면을 완전하게 정복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고, 불완전하게 정복된 관절면이 관절염을 유발해 신경을 압박함으로써 마비를 일으켰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골절이 심해 완전한 정복이 불가능했다는 B 병원의 주장에 관해 의료진이 수술 후 환자에게 심한 골절로 정복이 불완전했다고 고지한 바 없고, 수술기록지에도 완전한 정복이 불가능했다는 취지의 기재가 전혀 없다는 점을 짚었다.
다만 재판부는 환자 A씨가 주장한 설명의무 위반에 관해서는 병원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당시 환자가 의식 저하 상태였고, 의료진이 아들에게 수술 방법과 신경 손상 등의 합병증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은 점을 인정했다.
최종 손해배상액 산정과 관련해서는 교통사고 당시 골절 자체가 매우 심각해 이후 신경 손상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손해 분담의 공평 원칙에 따라 B 병원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50%로 제한했다.
C 대학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고난도 수술일수록 의사가 그 사유와 한계를 수술기록지에 상세히 남겨야 함을 시사한다면서 기록되지 않은 사실은 법정에서 과실을 방어할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또한 퇴원 후에도 구조적 변형에 의한 신경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추적 관찰과 기록이 의료분쟁 대비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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