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공보의 제도, 지역의료 전문의 과정으로 바꾸자"
공중보건의사 감소 등 의료취약지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보의 제도를 일종의 수련체계로 전환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향후 지역의료 전문의 과정으로 공식화해 여성 또한 해당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함께다.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은 12일 조국혁신당 김선민의원이 주최한의료취약지, 지역의료체계 개편을 위한 국회 토론회 발제를 통해 제안 중 하나로 공보의 과정도 일종의 수련과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공중보건의사 감소로 보건지소보건진료소 운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단순한 인력 보충이 아닌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건희 원장은 지금 공보의는 1년 차와 3년 차의 역할 차이가 거의 없고, 체계적인 교육훈련 시스템도 없다며 3년 복무 기간을 지역의료 수련과정으로 설계해 3년 차가 되면 지역 1차의료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이 제도화된다면 군복무 대체 인력이라는 한계를 넘어 지역의료 전문의 트랙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며 군 복무와 무관하게 여성 의사들도 참여할 수 있는 경로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중보건의사는 한때 1500명 수준에서 최근 600~700명대로 급감했다. 1300여 개 보건지소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박 원장은 올해는 300~400명이 1300곳을 담당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위기이지만 동시에 지역 1차의료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기회라고 진단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농어촌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단순 외래 진료 중심 체계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평창군의 경우 인구 4만 명 중 약 1만 5000명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 가운데 매년 상당수가 합병증 단계로 악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연간 50만 원 수준의 의료비가 드는 건강군이 만성질환을 거쳐 합병증 단계로 가면 2000만 원 이상 비용이 발생한다며 지금 제도는 악화 이후의 의료에 보상이 집중돼 있고, 200만 원 단계에서 묶어두는 예방관리에는 인센티브가 없다고 지적했다.
평창군에서 10년 넘게 시행해 온 노쇠 예방근감소증 관리 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6개월간 운동영양약물 점검 등을 포함한 다학제 개입에 약 100만 원을 투입한 결과, 5년 추적 관찰에서 장기요양비와 의료비를 합쳐 1인당 약 900만 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운동과 영양 관리, 약물 재조정 등 기본적인 1차의료 개입만으로도 입원과 장기요양 진입을 줄일 수 있다며 문제는 이런 관리가 현행 수가체계에서 보상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지역에 허브-스포크 구조의 1차의료 모델도 함께 제안했다.
읍면 단위에는 500~1000명을 담당하는 1차의료 전문간호사를 배치하고, 중심지에는 의사 여러 명이 근무하는 종합의원(허브)을 두어 야간진료, 방문진료, 상급병원 연계, 응급 대응 등을 담당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박 원장은 보건지소보건진료소 체계를 그대로 유지할지, 의원급 의료기관 형태로 재설계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핵심은 팀 기반 1차의료가 가능하도록 규모화된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공이 먼저 모형을 만들고, 지불보상 제도를 개편해 민간까지 확산시키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지역보건의료기관 인력 확보와 배치를 위한 법제도적 보완 시급
한진옥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공중보건의사 감소와 보건진료소 1인 체계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며 지역보건의료기관 인력 확보와 배치를 위한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발의된 농어촌의료법 개정안에는 공중보건의사 배치 기준을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하고, 배치 가능 기관을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공중보건의사 의무복무기간을 2년으로 조정하고, 보건진료 전문전담공무원 제도를 신설하는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
김영수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공보의 감소가 단순 인원 문제를 넘어 지역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수 교수는 공보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 인력 의존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지역의료 인력을 일회성 배치가 아니라, 지역 기반 교육수련 체계 속에서 양성정착시키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수련받은 의사가 해당 지역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돼 있다며 의대 교육 단계부터 지역의료 노출을 확대하고, 공보의 과정을 지역책임의료기관과 연계한 체계적인 수련 프로그램으로 설계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김진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제도 개편 논의가 의사 인력 확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김진환 위원은 의료취약지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숫자가 아니라, 공공의료 인프라와 재정, 지원체계가 함께 작동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며 지역의료 전문의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충분한 예산 지원과 공공병원 기능 강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권을 국가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을 법제화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건세 건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공보의 제도 개편을 계기로 지역의료체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건세 교수는 공보의를 전문의 과정으로 전환하는 논의는 단순 제도 손질이 아니라, 지역 필수의료를 누가, 어떤 구조 속에서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며 지역책임의료기관, 공공병원, 민간의료기관 간 기능 분담을 명확히 하고, 인력재정평가체계를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의료는 응급분만외상 등 수익성이 낮지만 필수적인 분야가 핵심이라며 이 영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의사에게 전문성과 경력 가치를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공중보건의 감소 대응 종합보건지소 모델로 기능 개편시범사업 추진
임은정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지역 의료 공백과 관련해 속도감 있게 대응하고 있다며 특히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를 중심으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임 과장은 민간 의료기관이 현실적으로 부재한 지역은 공공이 책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역 보건의료기관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공중보건의 감소로 인한 단기적 공백을 막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응급 대책을 추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기능 개편 방안을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의사가 철수하는 보건지소에 대해서는 순회진료와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을 활용해 기존 진료 기능을 유지하고, 비대면진료와 AI 기술을 보완적으로 접목해 진료의 연속성과 완결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임 과장은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통합적 보건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관을 구상 중이라며, 가칭 종합보건지소 모델을 통해 인력과 기능을 집중화하고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선 보건진료소는 간호 인력을 중심으로 건강관리, 만성질환 예방, 방문진료, 돌봄까지 포괄하는 지역 거점으로 재편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정부는 향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의료취약지 몇 곳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성과 분석을 거쳐 제도화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히 지역필수의료 회계가 신설될 경우 해당 예산을 활용해 지자체의 기능 개편과 투자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 과장은 법적 정비가 필요한 부분도 적지 않은 만큼 입법적 조치도 함께 고민하겠다며 현재의 위기를 계기로 지역 보건의료기관이 지역사회에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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