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손상은 사고가 아닌 정책의 결과" 국가 관리체계 전환 시동
교통사고낙상산재자해 등 각종 손상(injury)을 국가가 통합적으로 관리예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국회에서 본격 제기됐다. 손상을 개별 사고가 아닌 예측예방 가능한 공공보건 과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손상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작년 1월 24일 시행, 손상예방에 대한 국가 관리 시스템 구축의 설계도를 그렸다. 하지만 인적자원 등 지원 부족으로 지속성과 확장성에서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일상을 지키는 골든타임, 국가 손상 예방 관리 시스템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토론회를 주최하고 인사말을 통해 손상은 커터칼에 베이는 사소한 사고부터 중증 외상, 재활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영역이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연간 20조 원이 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연간 약 100조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과 비교해도 결코 가볍지 않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아직은 국민들에 낯설게 느껴지는 손상 개념에 대해서도 손상은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정책으로 구체화돼야 할 대상이라며 법과 재정, 통합 관리체계로 연결될 때 국민의 일상과 안전을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프로그래머 출신임을 언급하면서 과거에는 코드의 버그를 사후에 잡았다면, 지금은 AI를 통해 발생 가능한 모든 오류를 사전에 예측한다. 손상 예방 역시 전혀 다른 접근이 가능해진 시점이라며 기술 기반 예방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준석 의원은 인구 구조와 생활 데이터를 분석하면 낙상구조물 안전이동 수단 위험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며 비용은 낮아지고 효과는 커진 만큼, 지능형 예방 시스템을 정책으로 구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 역시 산재나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강한 처벌이나 행정 지정으로만 해결하려는 시도는 근본 대책이 되기 어렵다며 사고를 없애 보이게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사고 자체를 줄이는 사전 예방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년간 조사만이제는 예방을 해본 경험이 필요하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지난 20년간 손상 감시와 조사는 충실히 이뤄졌지만, 실제로 환자를 줄인 예방 사업의 경험은 거의 없다며 보고서와 논문은 쌓였지만, 응급실에는 여전히 같은 환자들이 온다면서 현장의 답답함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손상 예방의 핵심 과제로 ▲지자체 단위의 심층 손상 데이터 구축 ▲보건의료소방교통산업 등 다부처 데이터 연계 ▲지역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 실증을 제시했다.
홍 교수는 서울은 전동킥보드와 낙상, 농촌 지역은 직업농작업 손상처럼 지역마다 우선순위가 다르다며 지자체가 직접 우리 지역의 문제 손상을 정하고 해결해본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IIoT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 가능성도 언급됐다.
노인 낙상, 직업 손상 등은 센서와 AI를 통해 발생 이전 단계에서 충분히 예측차단할 수 있다며 2026년은 손상 예방이 실제 정책으로 작동하는 첫 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우 중앙손상관리센터장은 발제를 통해 기존 법들이 사건사고를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손상예방법은 사고로 인해 사람이 입는 건강 피해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이성우 센터장은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중앙손상관리센터 역할을 맡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서엣중앙손상관리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센터장은 낙상으로 인한 입원과 장애가 급증하는 추세는 향후 국가 재정과 돌봄 시스템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사고를 줄이고, 발생하더라도 중증으로 가지 않게 하며, 빠른 회복과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이 손상 관리의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법은 출발선실행 구조 없으면 또 하나의 선언에 그칠 수도
패널토의에서는 손상예방 정책을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한 정부 역할과 실행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정주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부교수는 응급실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손상 환자 사례를 언급하며, 예방 정책과 의료 현장 간의 괴리감을 전했다.
정 교수는 응급실에서는 어떤 손상이 반복되는지, 어느 시간대어떤 환경에서 발생하는지 이미 체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정보가 정책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은 데이터의 공급자가 아니라, 정책의 공동 설계자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낙상이나 고위험 작업 손상처럼 예측 가능한 문제는 충분히 사전에 개입할 수 있음에도, 의료체계는 늘 사고 이후를 감당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며 손상예방 정책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단기 사업이 아니라 상시 시스템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정환 질병관리청 손상예방정책과 서기관은 정부 차원의 준비 상황을 설명하며 손상은 보건의료뿐 아니라 교통산업소방복지 전반과 연결된 영역이라며 현재는 부처별로 흩어진 역할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신 서기관은 질병관리청이 손상 감시와 분석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정책 집행은 지자체와 타 부처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법 시행 이후에는 지역 단위 손상 데이터 활용과 예방 사업 모델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토론 좌장도 맡은 이주영 의원은 손상예방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책임 주체의 명확화를 꼽았다.
이주영 의원은 손상은 모두의 문제이지만,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영역이 돼 왔다며 법이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누가 조정하고, 누가 성과를 책임질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한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논의와 함께, 지자체가 실제로 손상 예방을 해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손상은 더 이상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아니라, 정책 선택의 결과로 줄일 수 있는 영역이라며 이번 논의를 계기로 손상예방이 일회성 의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국가 과제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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