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담배 '유해성' 인정하면서 '책임' 부정…"상식 어긋나"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담배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 과학적 근거와 공중보건의 현실을 외면한 판단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고등법원이 흡연의 중독성과 유해성을 인정하면서도 담배회사의 법적 책임을 부정한 것은 의학적 상식과 논리적 일관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결핵및호흡기학회는 5일 입장문을 통해 흡연은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정된 중독 질환이다. 흡연은 폐암 발생 위험을 수 배 이상 증가시키는 가장 강력하고 일관되게 입증된 위험요인이라면서 임상 진료와 공중보건 정책의 기본 전제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법원이 개별 환자에게서 흡연이 폐암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임을 증명할 것을 요구한 것은, 현대의학이 채택하고 있는 확률적역학적 인과성 개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학회는 더욱이 중독성을 인정하면서도 흡연자의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담배회사의 책임을 부정한 논리는 심각한 모순이라며 중독은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질병이며,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알코올 및 약물 중독에 대한 사회적의학적 인식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담배회사들이 유해성을 은폐하기 위해 벌여온 활동을 지적하며 구조적 책임을 강조했다.
학회는 담뱃갑 경고 문구는 미흡한 수준이었으며, 오히려 저타르라이트 등 오도 광고를 통해 위험성을 기망하고 은폐해 왔다면서 중독 물질의 설계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구조적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흡연 예방 정책과 공중보건의 근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 학회는 흡연의 중독성과 폐암과의 명확한 인과성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피해 회복의 길은 차단되고 예방의 사회적 정당성은 약화될 것이라면서 사법 판단이 과학적 근거와 공중보건의 현실을 보다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광하 이사장(건국의대 교수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은 현대의학의 인과성 개념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판단이다. 질병의 원인은 대부분 확률적이고 복합적이라면서 법원이 요구한 수준의 절대적 개별 인과성은 의학적으로 성립 불가능하며, 사실상 어떤 공중보건 책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라고 역설했다.
이은주 대변인 이사(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알레르기호흡기내과)는 이번 판결이 남길 사회적 파장은 작지 않다. 흡연의 중독성과 폐암과의 연관성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예방 정책의 정당성은 약화되고 피해 회복의 길은 봉쇄된다면서 사법 판단이 의학적 상식과 동떨어질 때, 그 비용은 환자와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4년 담배 회사(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020년 11월 20일 1심 원고 패소 판결에 이어 지난 1월 15일 항소 기각 판결이 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험급여는 법적 의무 이행: 건보공단이 지출한 진료비(보험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공단의 법적 의무를 이행한 것이지, 담배 회사의 불법 행위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인 손해로 보기 어렵다 ▲인과관계 증명 부족: 개별 환자들의 폐암이나 후두암이 오로지 흡연 때문이라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 유전식습관환경 오염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제조물 결함 및 불법행위 부정: 담배 회사들이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하거나 설계상 결함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한다 등을 들어 원고 패소 판결을 유지했다.
건보공단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2월 4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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