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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일단 소송부터?…남은 건 수천만원 소송비

송성철 기자2026.01.28 15:49
A씨 측은 이번 소송을 위해 변호사 선임비, 1심과 2심 인지대 및 송달료, 진료기록 및 신체 감정료 등을 지출했다. 일부승소 금액이 3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소송을 통해 얻은 이득보다 소송비용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훨씬 큰 '상처뿐인 승리'가 된 셈이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A씨 측은 이번 소송을 위해 변호사 선임비, 1심과 2심 인지대 및 송달료, 진료기록 및 신체 감정료 등을 지출했다. 일부승소 금액이 3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소송을 통해 얻은 이득보다 소송비용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훨씬 큰 상처뿐인 승리가 된 셈이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표준적인 수술 절차에 따라 몸 속에 수술 재료를 남긴 것을 두고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며 거액의 배상을 요구한 환자 측이 일부 승소했으나 판결 내용은 사실상 패소에 가까워 원고피고 모두 피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창원지방법원 제2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와 자녀들이 B병원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6천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병원장)는 환자 A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의 나머지 청구와 자녀들의 항소는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의 90%는 환자 측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치핵 수술하고 스테플러 제거 안 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B병원에서 원형자동문합기를 이용한 치핵절제술(PPH)을 받았다. PPH 수술은 기구를 통해 치핵 조직을 절제함과 동시에 스테플러 심으로 봉합하는 방식이다. A씨는 수술 후 2년 6개월이 지난 2023년 10월 항문 부위 통증으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항문 내 스테플러가 남아 있다는 진단을 받고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치핵 수술을 시행하면서 수술용 스테플러를 제거하지 않은 채 봉합한 과실로 2년 이상통증에 시달렸다며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 총 6400만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스테플러 잔류는 정상적 수술 과정
1심 재판부는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씨 측이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인용하며 PPH 수술법 자체가 치핵 절제연에 문합에 이용된 스테플러를 남기는 방식으로 현재 의료기술 수준과 치료방법에 비추어 적정했다면서 수술이나 이후 항문 통증으로 내원한 원고의 치료 과정에서도 별다른 의료상 과오나 실수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환자가 호소한 통증이 반드시 스테플러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수술 후 약 2년 동안 항문 통증을 직접적인 이유로 진료 받은 내역이 확인되지 않은 점도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근거로 들었다.

설명의무 위반 300만원 인정 실익은 전무
다만 2심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술 동의서에 치핵절제술이라는 명칭만 기재되어 있을 뿐, 수술의 필요성이나 위험성 내지 예상되는 후유 질환의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고, 기왕력이나 특이체질도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 A의 연령, 교육 정도, 심신 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설명지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A씨의 손해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한정한다라고 판결한 뒤 위자료는 300만원으로 정했다. 아울러 원고의 자녀들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어떠한 정신적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송비용 90% 원고 부담배보다 더 큰 배꼽
이번 판결의 핵심은 소송비용의 분담 비율이다.

재판부는 소송 총비용 중 90% 원고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A씨 측이 청구한 6400만 원 중 인정된 위자료는 300만 원(약 4.7%)에 불과하다.

A씨 측은 이번 소송을 위해 변호사 선임비, 1심과 2심 인지대 및 송달료, 진료기록 및 신체 감정료 등을 지출했다. 일부승소 금액이 3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소송을 통해 얻은 이득보다 소송비용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훨씬 큰 상처뿐인 승리가 된 셈이다.

병원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조명현 변호사(법무법인 에스)는 1심과 2심 재판부는 수술과 치료 과정에서 별다른 의료상 과오나 실수가 없었다는 점을 모두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 측은 수술용 스테플러를 항문 및 직장에서 제거하지 않은 채 봉합한 것을 문제 삼았지만 치핵절제술 방법 자체가 문합용 스테플러를 남기는 방식이라면서 스테플러는 수술 후 치유 과정에서 자연 배출되거나 점막 조직에 덮혀 몸 속에 남게 되지만 염증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치료재료라고 설명했다.

조명현 변호사는치핵절제술 시 사용하는 스테플러는 반드시 설명을 해야 할 만큼 위험을 수반하지 않음에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과 원고들이 주장하는 전체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정신적 손해에 한정했다면서 재판부가 이 점을 고려해 소송비용의 10분의 9를 원고가, 10분의 1을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원고와 피고 측 모두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원심판결은 지난 17일자로 확정됐다.

의료계는 지난 한 해 법원을 통해 의료사고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이 1200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한 의료분쟁 조정은 2134건에 달한다면서 이는 단순히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정상적인 궤도를 이탈했다는 위험 신호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외과심장혈관흉부외과 등 의료사고와 법적 분쟁 위험이 큰 생명 직결 분야 전공을 외면하면서 국가 필수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며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 진료는 과잉 검사로 이어져 결국 국민의 건강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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