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생약제제 동등성 입증 못했다면 약가 인하 정당"
임상시험을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제네릭(복제약) 생약제제의 가격을 낮추는 보건복지부의 고시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 아닌 시험관 내 실험인 비교용출시험 결과만으로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최근 A 제약사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일부개정 고시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발사르탄 사태가 부른 제네릭 약가 차등보상제 발단
이번 소송의 발단은 2018년 발생한 발사르탄 사태에서 비롯됐다. 보건복지부는 제네릭 의약품의 난립을 막고 품질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2020년 제네릭 약가 차등보상제도를 도입했다.
보건복지부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각 제약사에 기존 수준으로 약가를 유지하기 위한 요건으로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자료 또는 임상시험 수행 입증자료(기준요건 1) ▲등록된 원료의약품(DMF) 사용 입증서류(기준요건 2) 제출을 제시했다.
동일제제가 2개 이상 19개 이하 등재된 경우 기준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최고 상한금액과 동일한 100%, 한 개 충족 시 85%, 미충족 시 약 72.25% 수준으로 약가를 산정하겠다고 밝혔다. 동일제제가 1개뿐인 경우에는 기준요건 2개 충족 시 기존 상한금액의 53.55%, 1개 충족 시 45.52%, 미충족 시 38.69%를 산정키로 했다.
차등보상제도 도입으로 성분이 복합적이고 가변적이어서 그동안 비교용출시험이나 문헌자료로 허가를 받은 생약제제가 대거 입증 대상에 올랐다.
A 제약사는 생약제제는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에 따라 생동성 제외 대상이고, 품목허가 당시 비교용출시험으로 동등성을 인정받았으므로 기준요건 1을 충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심의 끝에 A 제약사는 기준요건 1을 미충족한다는 평가결과를 통보했다. 보건복지부는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일부개정 고시를 통해 A 제약사의 약제 상한금액을 기준 가격의 72.25% 수준으로 인하했다.
법원 식약처 허가와 보건복지부 약가는 별개 문제
약제 급여 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한 A 제약사는 생약제제는 성분이 복합적이라 생동성 시험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식약처도 비교용출시험으로 동등성을 인정해 허가했다면서 고시 당시 식약처의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비교임상시험을 실시할 법적 의무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비교용출시험은 시험관 내 시험일 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생체 내 시험인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나 비교임상시험과 동등한 수준의 임상적 효과를 보장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비교용출시험 성적서만으로 임상적 효과에 대한 검증이 엄격한 임상시험을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식약처의 제조판매 허가와 보건복지부의 요양급여 약가 결정은 목적과 취지가 다른 별개의 제도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식약처 허가가 유지된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약가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A 제약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발사르탄 사태 이후 의약품 품질 관리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신규 등재 약제와 기존 약제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생동성 시험 내지 비교임상시험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임상적 효과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약제 상한금액 조정에 관하여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 공정 관리와 원료의 품질 보증 등을 위한 것이라면서 위와 같은 취지를 고려할 때 기준요건 1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해당 의약품에 관한 생동성 시험 또는 비교임상시험을 수행하고 그 시험결과를 제출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법원 생약제제 차별 아냐보건복지부 재량권 범위 내
재판부는 약제 상한금액 조정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국민에게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전문적정책적 판단 영역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된다면서 A 제약사가 주장한 평등원칙 위배 및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그러면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의 차이를 고려할 때,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약제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제네릭 개발 동력을 상실하게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기존 상한금액을 유지할 경우 보험 재정에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코로나19 유행 등을 고려해 정부가 자료 제출 기한을 수 차례 유예해 주었음에도 제약사가 임상시험에 착수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고시가 제약사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평등 원칙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 제약사는 서울고등법원에 상소, 다시 판결을 받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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