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주민 반대한다고 장례식장 영업신고 거부 '위법'
주민의 반대 민원을 이유로 요양병원 내 장례식장 영업신고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령에서 정한 시설 기준을 충족했다면 신고를 수리해야 하며, 기피 시설이라는 정서적인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최근 주식회사 A가 B구청장을 상대로 낸 영업신고 불수리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월 29일 밝혔다. 법원 판결에 구청 측이 상소하지 않아 최종 확정됐다.
사건은 C 복지재단이 종합병원 개설을 위해 주식회사 D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신축공사에 착공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외환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주식회사 D의 부도에 따라 공사가 중단되면서, C 재단은 파산회생 절차를 밟아야 했다. C 재단은 주식회사 F로부터 자금을 유치, 건물 용도를 종합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변경하는 건축물 변경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요양병원 부대사업으로 장례식장을 명시한 정관 변경허가 신청이 인근 주민의 집단 민원을 이유로 번번이 반려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2심까지 진행한 소송 끝에 서울고등법원은 정관변경 불허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결했다. 서울특별시장은 고법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2024년 C재단의 정관변경을 허가했다.
소송을 통해 재단 정관은 변경했지만 관할 B구청이 장례식장 영업신고를 수리하지 않으면서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B구청은 영업 신소 불수리 사유로 △지하에 위치해 자연채광 불가능 △장애인 편의시설 미비 △도시계획시설 규칙 위반 △교통 혼잡 및 교육환경 저해 등 공익 침해 우려 등을 들었다.
장례식장 임대 운영을 맡기로 한 A 주식회사는 법원 문을 두드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사업자가 장사법령에 규정된 시설설비 기준을 갖추어 영업신고를 하였다면 관할 행정청은 이를 수리하여야 하고, 법령에서 정한 요건기준 이외의 사유를 들어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면서 법령상 기준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요양병원 지하 1층에 새로 설치된 장례식장의 영업신고를 불수리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B구청이 내세운 사유들이 모두 법리적 근거가 없거나 의도적으로 왜곡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장사법에 따른 장례식장 영업신고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서, 법령이 정한 요건을 갖췄다면 행정청은 반드시 이를 수리해야 하는 기속행위라고 못 박았다. 즉, 구청이 수리 여부를 결정할 재량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처분 사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장사법령상 적정한 채광이 반드시 자연채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조명시설로 쾌적한 분위기를 갖췄다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해서도 의료기관 부수시설인 장례식장은 병원 전체의 편의시설 심사에 포함되므로 별도의 독립적 심사 대상이 아니며, 소소한 미비점은 보완 명령 대상이지 불수리 사유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도시계획시설 규칙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설치하는 시설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교통량 증가나 주민의 부정적 정서 등은 법률상 근거 없이 국민의 기본권(영업의 자유)을 제한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처분은 단지 인근 주민이 장례식장을 기피한다는 이유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불수리라는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임기응변으로 처분 사유를 급조하다 보니 관계 법령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장례식장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회적 필수 시설이며, 인근 주민에게 현실적인 피해를 야기하는 시설도 아니므로 주민의 부정적 정서가 규범적으로 보호가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소용 비용은 패소한 B구청이 부담하라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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