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치과의사가 전문약 셀프 투약해도 처벌 근거 없는 '사각지대'
치과의사가 자신의 탈모 치료를 위해 전문의약품을 직접 구매해 복용한 행위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료인이 면허 범위 밖의 전문의약품을 자가 투약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치과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A씨에게 내린 1개월 15일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취소가 확정됐다.
서울 노원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20년 의료인에게 의약품을 공급하는 사이트를 통해 전문의약품인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168정을 구입, 약 1년간 복용했다.
관할 보건소는 이를 면허 범위 외의 의료행위로 보고 A씨를 고발했다. 검찰은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스스로 복용한 점을 참작한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검찰의 기소유예를 근거로 1개월 15일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A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2021헌마1372)을 제기했다. 헌재는 공중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자기 자신에 대한 치료행위가 의료법상 처벌받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2025년 3월 27일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행정법원 판결 역시 헌재의 결정을 수용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타인에 대한 의료행위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의료행위는 개인적인 영역이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스스로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가 배제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의료인이 면허 밖의 전문의약품을 처방 없이 구매복용하는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법이나 관계 법령이 이 사건 행위를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규제의 필요성만으로 법적 근거 없이 이 사건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포섭하려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의료인이 자신의 면허와 전공이 아닌 분야의 전문의약품을 임의로 취득해 자신이 복용하더라도 행정적형사적 제재를 가할 법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허점을 보여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행 약사법에는 판매 자격이 없는 자에게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주사제 (성장 호르몬 등) ▲에페드린 주사제(각성제 성분) ▲에토미데이트 성분 함유 제제(총리령으로 추가 지정) 구매 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탈모치료제발기부전치료제 등은 제외된 상태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희승서영석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을 병합해 심사하고 있다. 개정안 내용은 모든 전문의약품(또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을 불법으로 구매하거나 온라인 및 해외직구를 통해 오남용 우려 의약품을 구매한 자에게 과태료를 500만원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5년 2월 7일부터 시행 중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는 의사치과의사가 본인에게 프로포폴을 처방하거나 투약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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