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후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해보세요

닥플 플러스

<span class='label radius small' style='background-color:#f96900'>특집</span> 의학교육 현장의 우려,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계현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연구부장2026.01.27 17:27

[특집]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오류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결과 발표 이후 사회적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과학적 추계라는 명분 아래 의대정원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이자 정치적 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추계의 기초가 되는 변수 설정, 가정부터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가정을 전제로 한 오염된 데이터는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져, 정작 정부가 내세운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이번 특집을 통해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결과에 대한 찬반 논쟁을 넘어, 추계 과정 내부의 블랙박스를 해부하고자 한다. 추계 과정의 통계적 오류, 잘못된 가정들을 확인해 불완전한 추계가 가져올 의료체계의 붕괴를 경고한다. 더불어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추계위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글싣는 순서
1. 구조적 변화를 무시한 의료수요 추계모형(박정훈 의정연 책임연구원)
2. 의사의 땀을 돈으로 계산하는 나라: 입원 외래 업무 조정비(1:3.9)의 문제(신요한 의정연 연구원)
3. 의사의 근로시간과 FTE(이정찬 의정연 부연구위원)
4. 의사의 생산성 향상: AI 중요성(박정훈 의정연 책임연구원)
5. 왜곡된 통계의 대가: 국민이 받을 청구서(신요한 의정연 연구원)
6. 의학교육 현장의 우려,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김계현 의정연 연구부장)
7. 의사인력 수급추계, 과연 준비는 되어 있었나? 주요국의 시사점(김계현 의정연 연구부장)

6. 의학교육 현장의 우려,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의협신문
김계현 의정연 연구부장. ⓒ의협신문

의사인력 정책이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의료인력의 계획(Planning), 교육훈련 체계(Education Training), 성과와 질 관리(Performance Quality), 근무 여건과 배치(Working Conditions Distribution)를 종합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의사인력 정책의 핵심은 정원 숫자가 아니라, 어떤 의사를 어떻게 길러서 어디에 배치하고 어떤 조건에서 지속가능하게 일하게 할 것인가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의 의사인력 수급추계와 정책 과정은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 보건의료정책의 목표가 무엇인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은 무엇인가? 그중 인력정책은 현재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가이다.

이번 과정은 추계 결과의 적정성 논쟁을 넘어, 정책 설계의 순서가 거꾸로 진행된 것이라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이번 의사인력 수급추계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와 혼선은, 추계위원회나 분석센터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원죄가 있다면 충분한 고려 없이 입법을 통해 추계위원회를 만들고, 준비 없이 이를 실행한 국회와 보건복지부에게 있다.

보건복지부는 적어도 추계위원회 출범 이전에, 의사인력 수급추계를 위한 사전 연구용역을 통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데이터를 갖추어야 하며, 주요국은 어떤 방법을 통해 추계하고 검증하는지 점검했어야 했다.

흔히 우리나라가 방대한 보건의료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추계에 필요한 데이터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존재하는 것과, 의사인력 수급추계에 필요한 데이터가 구조화되어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인력정책에 필수적인 데이터는 체계적으로 확보되지 않았고, 정부는 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7학년도 의대정원 확정을 위해 추계위원회를 사실상 압박했고, 빠른 결과 도출을 요구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나온 추계 결과를 곧바로 정책 결정의 핵심 근거로 삼으려는 보정심의 행보도 위험하다.

무엇보다 정원을 확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선행 과제는 현재 의과대학 교육의 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 1월 22일 보건복지부가 의사인력 양성 관련 공청회를 급하게 진행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촉박한 일정 속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현재 의과대학 현황을 파악했다. 16개 의과대학이 보내온 답변은 하나같이 심각했다.

현장 교수들은 현재 의학교육 상황을 붕괴 직전 혹은 이미 한계를 초과한 상태로 진단했다. 공통적으로 나타난 우려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사진=freepik] ⓒ의협신문

첫째, 교육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이다. 강의실은 기존 정원에 맞춰 설계되어 있어 23배 인원을 수용하기 어렵고, 타 단과대 강의실을 전전하는 학교도 있다.

해부학 등 핵심 실습 과정은 카데바(해부용 시신)와 장비 부족으로 인해 직접 실습이 아니라 참관형 수업으로 대체되거나, 실습 자체가 축소폐지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관련 예산 지원은 지연되거나 불확실하며, 단기간에 기자재와 공간을 확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장의 판단이다.

둘째, 교육의 질적 저하가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의학교육의 핵심인 문제중심학습(PBL), 팀기반학습(TBL)과 같은 소규모 참여형 수업은 토론과 피드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학생 수 급증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의학교육이 주입식 강의로 후퇴하고, 교수 1인당 학생 수 증가로 개별 지도멘토링이 어려워졌으며, 교육 만족도와 학습 성과 모두 악화될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셋째, 임상실습 및 수련체계의 붕괴 우려도 크다. 실습 병원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학생 수 증가가 병원의 수용 능력을 넘어설 경우 임상실습의 질은 급격히 저하된다.

전공의 이탈 등으로 병원 내 교육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학생 지도까지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호소도 있다. 실습과 수련은 현장에서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인데, 지도 인력이 무너지면 교육은 유지될 수 없다는 우려이다.

넷째, 교수진의 번아웃과 이탈은 단순한 업무 과중이 아니라, 교육체계의 붕괴를 촉발하는 신호라는 점에서 현장의 교수들은 우려하고 있다.

A의과대학 수업 장면. ⓒ의협신문
A의과대학 수업 장면. ⓒ의협신문

특히 향후 증원 정책에 대한 의견으로는 현재의 더블링트리플링 문제는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으며, 정상화까지 최소 68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교육 현장의 위기가 해소되고 시설인력재정 등 교육 여건이 확실히 갖춰지기 전까지는 추가 증원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결론이었다.

의사인력 정책에서 공급 계획은 중요하다. 그러나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좋은 의사가 늘지 않는다. 의사를 얼마나 뽑을지 보다, 의사를 어떻게 교육하고 훈련할지, 그리고 그들이 의료현장에서 지속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가 핵심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원 숫자의 확정이 아니라, 현재 의과대학 교육 현장과 수련 여건을 정밀하게 진단하여, 교육 붕괴를 막기 위한 실질적 조치이다. 정부는 의과대학 교육 현장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댓글 0

    많이 본 뉴스

    • (주)이노케어플러스대표자: 진현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백범로31길 21, 서울창업허브 본관 415호사업자 등록번호: 748-87-0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