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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class='label radius small' style='background-color:#f96900'>특집</span> 국민이 받을 건보료 폭탄, 의사 늘리지 않아도 월 143만원

신요한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원2026.01.22 16:30

[특집]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오류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결과 발표 이후 사회적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과학적 추계라는 명분 아래 의대정원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이자 정치적 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추계의 기초가 되는 변수 설정, 가정부터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가정을 전제로 한 오염된 데이터는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져, 정작 정부가 내세운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이번 특집을 통해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결과에 대한 찬반 논쟁을 넘어, 추계 과정 내부의 블랙박스를 해부하고자 한다. 추계 과정의 통계적 오류, 잘못된 가정들을 확인해 불완전한 추계가 가져올 의료체계의 붕괴를 경고한다. 더불어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추계위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글싣는 순서
1. 구조적 변화를 무시한 의료수요 추계모형(박정훈 의정연 책임연구원)
2. 의사의 땀을 돈으로 계산하는 나라: 입원 외래 업무 조정비(1:3.9)의 문제(신요한 의정연 연구원)
3. 의사의 근로시간과 FTE(이정찬 의정연 부연구위원)
4. 의사의 생산성 향상: AI 중요성(박정훈 의정연 책임연구원)
5. 왜곡된 통계의 대가: 국민이 받을 청구서(신요한 의정연 연구원)
6. 의학교육 현장의 우려,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김계현 의정연 연구부장)
7. 의사인력 수급추계, 과연 준비는 되어 있었나? 주요국의 시사점(김계현 의정연 연구부장)

5. 국민들이 받을 건보료 폭탄, 의사를 늘리지 않아도 월 143만원

ⓒ의협신문
신요한 의협 의정연 연구원 ⓒ의협신문

상상해 보라. 한 건설사가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이 0이 되는 꿈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선언한다. 누구나 환영할 제안이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라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그래서, 관리비는 얼마나 오릅니까?

지금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논의에는 이 결정적인 질문이 빠져 있다. 정부는 미래 의료 수요 폭증에 대비해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만 외친다. 국민은 비용이 조금 오르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분석한 회계 장부 속 청구서는 조금이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2060년 700조원, 예정된 미래의 가격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 회의에서 한 위원은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비용 추계 결과를 공개했다. 추계위가 의사 부족의 근거로 삼은 의료 이용량 증가 모형을 그대로 건강보험 진료비로 환산한 결과다.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의료 이용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250조 원을 넘어서고, 2060년에는 무려 700조 원을 돌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총진료비(약 110조 원) 대비 6배 이상 폭증한다는 뜻이다. 이는 의협의 주장이 아니다. 정부가 증원의 근거로 삼은 통계 모형이 가리키는 객관적인 성적표다.

2040년엔 36만 원, 2060년엔 143만원
이 거대한 숫자가 개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대입해 정확히 계산해보자. 진료비 총액은 폭증하는데, 돈을 낼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3년 3,657만 명에서 2040년 2,903만 명, 2060년 2,069만 명으로 급감한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납부자 감소와 진료비 증가가 맞물려, 세대당 월평균 건강보험료는 2040년 약 36만 원(현재의 2.8배)으로 뛴다. 재앙은 2060년이다. 생산가능인구가 현재의 절반(56.6%)으로 쪼그라든 시점, 이들이 700조 원을 감당하려면 세대당 월 보험료는 무려 143만 원까지 치솟는다.

중요한 것은 이 금액이 정부가 증원의 근거로 삼은 수요 추계 모형에 따른 결과값이라는 점이다. 즉, 정부의 수요 예측대로라면 의사를 한 명도 늘리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매달 143만 원이라는 감당 버거운 고지서를 받아야 한다.

ⓒ의협신문
[사진=freepik]ⓒ의협신문

의사는 그 자체로 고비용 인프라다
정부의 수요 예측만으로도 이미 감당 불가능한 상황인데, 여기에 계획대로 의사를 대폭 늘리면 어떻게 될까?

의료 시스템에서 의사 1명은 단순한 인력이 아니다. 의사가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간호 인력, 의료 장비, 병상 등 수반되는 막대한 인프라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또한, 접근성이 좋아지면 의료 이용량은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집 앞 병원이 많아지면 참을 수 있는 경증에도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 이치다.

지금 논의 중인 대규모 증원이 강행되어 매년 수백 명의 의사가 추가로 쏟아져 나온다면, 비용 폭증은 불 보듯 뻔하다. 월 140만 원이라는 청구서는 훨씬 더 빨리, 더 무거운 금액으로 불어날 것이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언제 어디서나 만나는 의사는 공짜가 아니다. 그것은 매달 월세보다 비싼 건보료를 평생 납부해야 유지 가능한 고비용 시스템이다. 정부는 이 비용 구조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는가?

묻지마 투자는 정책이 아니다
앞서 비용을 얘기한 추계위원은 회의에서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가정한 결과를 내놓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일갈했다. 뼈아픈 지적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없이 수요 예측만으로 설비를 늘리는 건 경영이 아니라 도박이다.

우리는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원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저당 잡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비용은 나중 문제라는 식의 결정은 결국 다음 세대에게 빚더미를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아파트 분양 때도 관리비와 대출 이자를 따지는 게 상식이다. 하물며 대한민국 의료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계약을,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덜컥 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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