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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해법…이송·전원 원칙 마련에 '무게'
응급실 뺑뺑이 해법이 응급실 수용을 누가 결정하느냐에 모아지는 것은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 구급대원 등을 통한 접근보다는 각 지역별 환자 이송전원 프로토콜을 마련하고 지역응급의료위원회가 전 과정을 살피는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한국 실정에 맞는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책임진료기구)를 중심으로 응급의료에 대한 종적횡적 연계망 구축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응급의학과 전임의에 대한 수련보조수당 지급의 당위성도 노정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22일 서울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응급의료 관련 주요 현안을 공유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전병조 이사장(전남의대 교수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기획이사(서울의대 교수서울시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문성우 정책이사(고려의대 교수고려대안산병원 응급의학과), 이태헌 교육이사(한림의대 교수츤천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유연호 수련이사(충남의대 교수충남대병언 응급의학과), 이경원 공보이사(연세의대 교수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왕순주 응급의료미래연구소장(한림의대 교수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등이 참석했다.
전병조 이사장은 지난 2019년 설 연휴 기간 중 의료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 윤한덕 선생에 대한 추모의 마음를 전했다.
전병조 이사장은 윤한덕 선생님은 초대 중앙응급의료센터장으로서 열악한 응급의료 시스템을 온몸으로 떠안았던 상징적 존재라며 고인의 전남의대 동문으로서 선배의 뜻을 이어 한국형 응급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세우는 데 적은 힘이나마 보태겠다. 응급의료 주요 이슈에 대해 논란이 아닌 해결을 목표로 국민정치권국회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온 삶을 응급의료시스템 정착을 위해 열정을 쏟은 윤한덕 선생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2월 2일), 전남의대(2월 4일)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 1월 출범한 응급의학회 새 집행부의 목표와 비전도 전했다.
먼저 응급의료 현장에서 피할 수 없는 사법리스크 문제를 짚었다. 최선의 의료를 제공해도 나타날 수 있는 악결과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병조 이사장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의료사고 관련 사법리스크는 가장 큰 부담이다. 실제로 전공의 1년차 때 겪은 대동맥 박리 관련 오진으로 금고형을 선고받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집행유예 기간까지 끝났는데도 의사면허가 복원되지 않고 있다. 의사면허취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발효된 이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2년 후에나 면허재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라면서 최선을 다한 중증환자 진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법리스크는 감면해야 한다. 이 전문의는 흉악범도 아니고, 타 직역에 위해를 가하지도 않았다. 응급의학회에서는 해당 전문의의 면허재교부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법무부, 대한의사협회 등 관계기관에 혐조를 요청하고 있다.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11월부터 의사면허 취소 내용을 담은 의료법이 시행되면서 실형의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의 경우 집행유예 종료 후 2년을 경과해야 면허 재교부 신청이 가능하다.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현실적인 고충도 토로했다.
전병조 이사장은 응급실 뺑뺑이, 수용 거부, 지역 응급중증의료 붕괴로 인한 국민 불편에 대해 송구하다. 그러나 이 사안은 개별 응급의학과 의사의 성의 부족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료 인력 부족수가 구조사법 리스크가 얽힌 구조적 문제라면서 최근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응급실 수용 의무 강화 법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배후 진료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수용을 강제하면, 책임만 현장 의료진에게 떠넘기는 결과만 남긴다라고 짚었다.
필수의료 분야 전문과 전공의에게 지원되고 있는 수련보조수당을 응급의학과 전임의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재 응급의학과 전공의에게는 매달 100만원의 수련보조수당, 50만원의 교육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그러나 전임의는 지원대상에 빠져 있다.
전임의 가운데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전임의에게 수련보조수당이 지원되고 있으며, 응급의학과 전임의 중 소아응급을 담당하는 경우 현재도 지원된다.
전병조 이사장은 응급의학과 전임의에 대한 지원은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토대를 다지는 의미가 있다.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거점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보는 첫 단계가 전임의다. 최근 수련병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5곳 가운데 48곳에서 전임의가 없다고 답했다라면서 응급실에서 심정지중증외상중독 환자를 밤낮 없이 책임지는 전임의가 전공의보다도 적은 지원을 받는 기형적인 현실이다. 소아청소년산부인과소아응급 전임의에 한정된 수련보조수당을 전체 응급의학과 전임의로 확대해야 한다. 필수의료지역완결형 의료공공의료 강화라는 정부 기조의 출발점이 바로 전임의다. 뿌리가 너무 약하다고 호소했다.
응급의학의 토대가 우려되는 현실은 올해 전공의 지원율에서도 반추할 수 있다. 이미 붕괴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올해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정원 160명에 106명이 지원했다. 2022년(618명), 2023년(608명) 등으로 600명 선을 유지하다가 지난해(325명) 반으로 줄었는데, 올해는 거기에 3분의 1 수준이다.
전병조 이사장은 과거에 서울 대형병원에는 연차당 전임의가 10명씩 있는 곳이 많았지만, 지금은 생각할 수도 없다. 사실상 씨가 말랐다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라면서 전공의 입장에서 환자가 얼마나 많이 들어오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나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배후 진료과가 받쳐주지 않으면 환자가 빠져나갈 수 없다. 한 환자를 2시간, 4시간, 심하면 일주일 내내 붙잡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119는 끊임없이 환자를 싣고 오는데, 후속 진료과가 없어서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끝없이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리스크까지 감당하라는 것은 지원하지 말라는 메시지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법 리스크 완화는 특혜가 아니라 환자 생존율과 직결된다는 진단이다.
전병조 이사장은 일부 환자단체에서 응급의료 면책을 의사 특혜로 보지만, 이는 의사를 보호하자는 차원을 넘어 환자 안전과 생존율의 문제다. 특히 병상이 없고 배후 진료과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환자를 수용했다가 악결과가 발생하면, 현재 법체계에서는 수용을 결정한 응급의학과 의사가 민형사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라면서 중증 환자는 원칙적으로 상태가 불안정하면 이송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최선이라고 판단해 수용전원 결정까지 했을 때, 이송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악화되면 모든 책임이 현장 의사에게 돌아온다라고 전했다.
현재 응급의학회에서는 우선적으로 응급실 수용 불능 상태에서, 중증 환자를 수용해 최선을 다한 경우에 한정해 형사 책임을 완화면제하는 법적 장치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전병조 이사장은 대동맥 박리 사건과 같은 단 한 건의 사례가 한 해 전공의 지원율을 무너뜨린다. 건수가 적다고 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응급의료의 공공성도 되새겼다.
전병조 이사장은 대한응급의학회는 다른 임상학회와 달리 태생부터 공공성을 강하게 가진다. 모든 정책 제안의 1순위는 국민 안전과 환자 생존율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의정 대란 속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켜 온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자부심을 돌려줘야 한다라면서 향후 2년의 임기 동안 임원진과 함께 근거 기반학술 기반의 정책을 제안해 한국형 응급의료 체계를 정립하겠다. 또 다른 윤한덕을 또 만들지 않기 위해, 응급실 뺑뺑이와 수용 거부를 끝내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장의 희생이 아니라 제도와 재정, 사법 리스크를 바로잡는 정책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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