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한성존 대전협회장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이집트 벽화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등장합니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20일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을 둘러싼 세대 갈등 프레임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운을 뗐다. 세대 갈등은 인류 역사와 함께 반복돼 온 현상일 뿐이라며, 이러한 세대론이 등장할 때마다 문제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태도나 가치관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시각에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필수의료패키지 추진에 반발해 대거 사직으로 의지를 표명했던 이들. 의정 갈등 국면에서 매 맞는 아이가 되다시피 했던 이들. 바로 전공의들이다. 환자들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도 전공의들의 목소리는 종종 이기심이나 요즘 세대의 태도 문제로 해석되곤 했다.
한성존 회장은 이러한 평가가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고 봤다.
현재 젊은 의사들의 문제의식은 다른 대한민국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의료 교육과 수련 체계 역시 변화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AI)을 통해 지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에, 기존의 위계적이고 관행적인 수련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환자단체 사과는 국민을 향한 메시지였다
한성존 회장은 지난해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인상적 장면을 남긴 장본인이기도 하다.
의료사태가 절정에 이르렀던 7월 28일, 그는 환자단체연합회를 직접 찾아 사과했다. 이 장면은 의료계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남겼다. 이를 두고 전공의의 양보 혹은 과도한 사과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한 회장은 그 의미를 다르게 설명했다.
한 회장은 그 자리는 환자단체와의 만남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국민을 향한 의사표명이었다고 먼저 정리했다.
전공의들의 요구가 단순한 처우 개선이나 집단 이익이 아니라,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문제 제기라는 점을 사회에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현장에서 전공의들의 노고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환자들이라며 현실과 미디어에 비치는 이미지 사이의 괴리가 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앞으로도 사회적 소통을 통해 전공의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투쟁에서 협상으로 노선을 바꿨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투쟁과 소통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상황에 따라 가장 필요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강경한 대정부 투쟁의 전면에 섰던 그는, 회장 취임 이후에도 같은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방식은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한 회장은 이제는 요구를 외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제도와 정책으로 연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결과와 성과로 평가받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쟁에서 정책으로젊은의사정책연구원 구상
제28대 대전협 회장 취임 이후, 한성존 회장이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젊은의사정책연구원 설립이다. 기존 의료정책연구원이 다루는 의제들이 젊은 의사들이 체감하기에는 지나치게 거시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수련환경, 수련의 질 등 전공의들이 현장에서 직접 겪는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나아가 차세대 의료의 방향, 미래 기술과 의료의 접목 등 중장기 의제도 다룬다는 계획이다.
한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정책 역량으로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설립을 통해 전공의들이 정책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다.
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 복귀 과정에서 일부 원내 갈등이 불거진 데 대해서도, 한 회장은 이를 개인이나 세대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한 회장은 수련과 근로가 혼재된 구조, 교육이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선의에 의존하는 현실이 갈등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련은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제도로 보장돼야 한다며 기술 발전을 활용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그 시간을 교육으로 전환하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이 아니라, 의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전문의 자격시험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수련의 본질을 강조했다.
한 회장은 시험 응시나 합격이 곧 수련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수련은 단순히 일정 요건을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임상 역량을 완성해 가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론을 정리하는 시험 이후의 수련 기간은,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진료와 학습이 가능한 구간이 될 수 있다며 형식이 아닌 내용으로 수련의 질을 평가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전례 없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면서도, 이를 단순한 특혜 논란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젊은 의사도 결국 기성세대가 된다
의대 정원 증원 과정과 관련해서도 한 회장은 재발 방지를 핵심 과제로 짚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단순한 확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전공의와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같은 문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당사자성을 담보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한 회장은 지금의 젊은 의사들도 언젠가는 기성세대가 된다며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 간의 경험과 신뢰라고 말했다. 세대 간 대립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회장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투쟁과 협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다며 요즘 젊은 것들이라는 오래된 프레임을 넘어, 젊은 의사들이 정책의 언어로 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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