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사 과잉 vs 부족' 추계 공방 격화…의협-복지부 정면충돌
대한의사협회가 자체 수행한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를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와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간 장외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의협 추계에서 2040년 최대 1만 7967명의 의사 과잉 공급 가능성을 제기하자, 보건복지부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정부 추계의 정당성을 강조했고, 이에 대해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다시 반박입장을 내놓으며 논쟁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1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추계는 불확실성을 관리한 분석이 아니라, 의사 부족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방법론과 가정을 선택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정부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명의로 의사인력 수급추계 관련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공급자단체 추천 위원이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12차례 회의를 거쳐 방법론과 가정을 논의했다며 추계 결과는 가용한 자료와 합의 가능한 가정을 토대로 도출한 현시점에서의 최선의 결과라고 밝혔다.
ARIMA 공방 국제적 통용 vs 장기 추계에 부적합
핵심 논쟁 중 하나는 정부가 추계에서 활용한 ARIMA 모형에 대한 적합성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이용량 추계에 활용된 ARIMA 모형에 대해 보건의료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시계열 분석 기법이라며 타당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의정 사태 등 최근 의료이용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2020~2024년 데이터를 배제하지 않고 활용했으며, 과거 특정 시점의 급증을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ARIMA는 과거 패턴의 관성을 미래로 연장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 모형으로, 인구 감소, 정책 변화, 기술 혁신이 동시에 발생하는 장기 의사인력 추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추계위 제11차 회의자료를 근거로 2050년에는 60~64세 남성이 연간 34~35일 외래 진료를 받는다는 비상식적인 결과가 도출됐다며 의료이용이 무한히 증가한다는 비과학적 전제를 깔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기간 논쟁 신뢰도 vs 구조적 변화 무시
데이터 활용 기간(2000~2024년)을 두고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보건복지부는 시계열 분석에서 예측 기간이 샘플 길이에 비해 과도하게 길어질 경우 불확실성이 급증한다며 2010년 이전 자료를 제외할 경우 통계적 신뢰도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정책연구원은 통계적 신뢰도를 이유로 의료이용 패턴의 구조적 변화를 덮은 것이라며 예측의 정확도는 데이터의 길이가 아니라 적합성에서 나온다고 꼬집었다.
의료정책연구원 분석에서 입원일수 증가율은 2010년 이전 연평균 11.8%에서 이후 1.9%로 급격히 둔화됐음에도, 추계위는 이에 대한 민감도 분석조차 수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입원외래 업무 조정비 산출 방식과 관련한 논쟁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상대가치점수 자료의 불완전성을 검토한 결과, 현 시점에서 비교 가능성과 객관성이 가장 높은 진료비 정보를 대리지표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요양기관 종별로 조정비를 달리 적용하는 등 보완도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진료비는 병원의 매출이지 의사의 노동투입량이 아니다라며 고가 장비비와 재료비를 의사의 노동으로 둔갑시킨 명백한 통계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상대가치점수나 의사 투입 시간 기반 지표를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자료의 한계가 아니라 의지 부족이라는 주장이다.
AI 생산성FTE(전일제 환산) 미적용 등 시각 첨예
또 다른 뜨거운 감자는 AI 관련 이슈와 FTE(전일제 환산) 미적용 부분이다.
보건복지부는 AI 생산성 향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함께 고려한 복합 시나리오에 대해 AI로 절감된 시간이 곧바로 동일한 강도의 진료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용화된 AI 효과는 이미 2024년 데이터에 반영돼 있으며, 이후 수치는 추가 기술 도입분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정책연구원은 OECD 문건의 평균 생산성 수치를 의사 개인의 생산성으로 축소 적용한 데다, 이를 근로시간 단축으로 다시 상쇄했다며 미래 기술 발전의 효과를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제도화된 정책도 아니어서 추계에 반영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FTE(Full-Time Equivalen) 미적용과 조성법 시나리오 미반영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공식 통계와 표준화된 자료가 없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향후 과제로 남겼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정책연구원은 이미 확보 가능한 자료가 있음에도 자료 부재를 이유로 정교한 분석을 회피했다며 조성법에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의사 공급 과잉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연구원은 이번 추계에서단순한 면허 의사 수(Head count)가 아니라, 실제 근무시간을 반영해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의료노동이 공급되는지를 기준으로 의사 인력을 환산했다.
구체적으로는2025년 기준 의사의 연간 실근무시간을 2302.6시간으로 설정하고, 주 40시간 근무(연 2080시간)를 1 FTE로 환산했다. 이를 토대로 활동의사 수를 FTE 기준으로 재계산한 결과, 2035년 활동의사를 15만 4601명, 2040년에는 16만 4959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은 명확한 의료정책 목표 없이 추계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긴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추계위원회와 수급추계센터의 독립성 확보, 민간 위탁, 현장 전문가 확대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의협은 정부가 추계 과정의 문제점을 외면한 채 의대정원 확정 절차를 밀어붙일 경우 강경대응을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13일 세미나에서 별도의 추계를 진행한 것은 보다 정밀하고 검증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하면서 명백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결정을 강행한다면,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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