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Ph+ 급성림프모구 백혈병 재발 막는 유지요법이 불법?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급성림프모구 백혈병(Ph+ ALL) 치료 성적이 표적치료제 등장으로 크게 개선됐지만, 재발을 막기 위한 유지요법 단계에서는 제도가 의학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사실상 불법으로 분류되는 치료 영역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허가초과 사용을 넘어 급여 논의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나왔다.
문제 제기는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급성림프모구 백혈병 치료 환경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토론회에서는 Ph+ ALL 치료 성적이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 등장으로 비약적으로 향상됐음에도, 조혈모세포이식 이후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유지요법 단계에서는 제도가 여전히 과거 치료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급성림프모구 백혈병은 골수 내 미성숙 림프구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으로,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동반될 경우 예후가 특히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과거에는 고강도 항암치료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외에 뚜렷한 치료 대안이 없어 장기 생존율이 10%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이마티닙(imatinib)을 시작으로 한 TKI가 도입되면서 치료 성적은 급격히 개선됐다. 이후 다사티닙(dasatinib), 포나티닙(ponatinib) 등 차세대 TKI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Ph+ ALL은 치료 성적이 크게 향상된 혈액암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윤재호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는 발제를 통해 포나티닙을 포함한 최신 치료 전략에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기 완전관해율과 생존율이 향상됐다며 항암 강도를 줄이면서도 소아 백혈병에 준하는 치료 성적이 보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치료 성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재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윤 교수는 TKI 기반 초기 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을 거쳤음에도 약 30% 내외의 환자에서 미세잔존질환(MRD) 증가 또는 재발이 발생한다며 이는 이식만으로 Ph+ ALL을 완전히 제어하기 어렵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 주요 센터와 다수의 연구에서는 이식 후 TKI 유지요법이 재발률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NCCN 가이드라인과 유럽혈액학회(EBMT) 등 주요 국제 가이드라인 역시 Ph+ ALL 환자에게 조혈모세포이식 후 TKI 유지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도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Ph+ ALL 유지요법으로 허가된 치료는 사실상 이마티닙을 1년간 사용하는 제한적 범위에 그친다. 포나티닙 등 최신 TKI는 초기 치료 단계에서는 허가됐지만, 이식 후 유지요법으로는 허가가 없어 사용할 경우 허가 초과불법 문제가 발생한다.
윤 교수는 재발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방적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면 의료진이 범법자가 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김대식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혈액내과)는 유지요법 배제의 비합리성을 비용급여 구조 측면에서 짚었다.
김 교수는 최근 도입되는 CAR-T 세포치료제는 1회 치료에 약 3억5000만원, 이중항체 치료제도 한 달에 2000만~50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약제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에 비해 포나티닙은 연간 약제비가 약 2000만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약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나티닙으로 1차 치료 반응을 얻은 환자에게 유지요법 단계에서 다시 이마티닙을 1년간 사용하도록 돼 있는 구조는 의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재발 이후 고가 치료를 반복하는 것보다, 재발을 최대한 억제하는 유지요법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환자들은 치료 성적 차이를 알고 초기 치료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포나티닙을 선택하지만, 이식 이후 유지요법 단계에서는 불법 문제로 사용이 막힌다며 PCR 수치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뒤늦게 재발 치료에 들어가는 현재 구조는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재발한 급성림프모구 백혈병은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평균 생존 기간이 1년을 넘기기 어렵다며 재발 이후 치료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기보다, 재발 자체를 줄이는 유지요법에 제도적 투자를 하는 것이 의학적경제적으로 모두 타당하다고도 말했다.
희귀질환 특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 필요성 역시제기했다.
김 교수는 Ph+ ALL은 환자 수가 많지 않아 대규모 무작위 비교임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후향 연구, 국제 가이드라인, 전문가 합의 등도 근거로 인정해 허가초과요법과 급여 논의를 보다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환자에게 중요한 건 제도가 아니라 치료가 끊기지 않는 환경
환자단체는 현행 제도가 환자에게 주는 불안과 공포를 직접 호소했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공동대표는 허가초과사용 요법은 의학적 근거는 있지만 적응증이 확보되지 않은 약을 환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라면서도 현실에서는 그 제도가 환자에게 접근권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조혈모세포이식 후 유지요법으로 포나티닙을 계속 복용하고 싶다는 환자와 보호자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환자들은 해외 가이드라인과 최신 연구를 직접 찾아보며, 왜 국제 표준 치료가 국내에서는 지속되기 어려운지 묻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포나티닙의 특허 만료가 예정된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2027년 이후 주요 특허 만료가 예정된 약제에 대해 제약사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유지요법 적응증 확대를 신청할 유인은 현실적으로 낮다며 이는 의학적 필요성 부족이 아니라 시장 구조의 한계라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허가 여부만을 기준으로 환자에게 재발 위험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 필요할 때 치료가 중단되지 않는 안전한 접근권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유지요법이 단순한 보조 치료가 아니라 장기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치료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원식 대한혈액학회 성인급성림프모구백혈병연구회장은 3세대 TKI 도입 이후 Ph+ ALL 생존율은 70% 이상, 일부 연구에서는 90%에 근접하는 성과가 보고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식 후 유지요법에 대해서는 제도적 기준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원식 회장은유지요법 부재는 재발 위험을 높이고, 재발 시에는 고비용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과학적 근거가 축적된 유지요법을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것은 환자 중심 치료뿐 아니라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심평원 신청 자체가 없었다들어오는 건 깊이 검토
정부 측 역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절차적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
곽애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기준부장은 현재 조혈모세포이식 후 유지요법으로 허가 범위를 벗어난 항암제를 사용하려면 요양기관 신청을 통해 심평원 검토와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이마티닙만 신청이 있었고, 포나티닙은 공식적으로 신청된 적이 없어 깊이 있는 검토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곽 부장은 환자 치료 접근성 확대가 중요하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다만 건강보험 재정 역시 중요한 가치인 만큼, 앞으로 들어오는 신청 건에 대해서는 무게감을 가지고 신중하면서도 깊이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의학 발전과 제도 간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의료기술과 신약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따라가는 제도적 지원에는 속도의 차이가 존재한다며 국가 재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기준과 우선순위는 필요하지만, 신약신치료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국가가 어떻게 포괄적으로 보장할 것인지는 반드시 논의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천하람 의원 역시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지만 허가와 급여가 늦어 약의 효용을 보지 못하는 사례가 희귀난치질환 전반에서 반복되고 있다며 Ph+ ALL 유지요법 문제 역시 적시에 치료를 받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의학적 근거와 필요성이 충분히 축적된 요법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환자와 가족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며 생명을 살리는 데 있어 정치가 걸림돌이 아니라 후원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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