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서울고법,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정당' 판결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단체로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강제로 막은 조치가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최근 국가 최고 감사기관인 감사원이 의대 정원 증원 추진 실태 보고서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 결정 과정이 졸속임을 공식 확인하며 의료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으나, 사법부는 끝내 공익적 긴급성을 내세운 정부 측 명분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고등법원 제20민사부는 14일 전공의 A 씨를 비롯한 11명이 국가와 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1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 중 약 3050%인 전공의들이 중증환자 등의 진단 및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점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현실화 된 점 ▲전공의의 집단적인 진료 현장 이탈 방지 및 이탈한 전공의의 복귀 유도가 국민의 건강 보호에 필수적이라는 점 등을 들며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하여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전문적인 판단으로 행정명령을 하게 된 것이고,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판단의 기준과 절차방법내용 등에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역시 대학병원 인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공의의 이탈이 의료 체계에 돌이킬 수 없는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전공의의 직업 선택의 자유보다 국민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이 앞선다는 1심 판단을 재확인했다.
사직서 수리 금지의 위헌성이나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상 강제 노동 금지 위반 논리는 정부의 공익적 긴급성 주장을 넘어서지 못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행정명령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항소심이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에 내려진 판단이라는 점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1월 의대 정원 증원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음을 공식화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2000명 증원 규모의 근거가 된 의사 수 추계의 정합성 부족 ▲의료현안협의체와의 실질적 협의 미이행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형식적 운영 등 절차적 정당성 미흡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감사원 보고서를 통해 정부 정책 추진 과정의 절차적 부실이 확인됐음에도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 역시 행정명령 당시의 공익적 긴급성에 더 무게를 실었다. 감사원의 지적은 행정적인 시정 사항일 뿐, 이미 발동된 행정명령의 법적 효력을 무효로 할 만큼의 결정적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의료계는 감사원이 정책의 부당성을 밝혔음에도 법원이 이를 무시한 것은 전공의들에게 국가의 정책 실패를 몸으로 때우라는 강제 노동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비례 원칙과 침해 최소성에는 눈감고, 공익적 긴급성을 내세운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신 시대의 유물이라는 비판을 받는 업무개시명령이 아직도 현대 민주주의의 법치 원칙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법원 상고는 민사소송법 제425조 및 제396조에 따라 판결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일(14일) 이내에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고 법리적 오류를 심리하는 법률심이다. 대법원에서는 항소심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인지하고도 공익적 긴급성을 우선시해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행정법상 재량권 남용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법리적 오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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