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협 추계는 달랐다 "2040년 의사 최대 1만 8000명 과잉"
대한의사협회가 수행한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 2035년에는 최대 1만 3967명, 2040년에는 최대 1만 7967명의 의사가 과잉 공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의사 부족 전망과 정반대 결과로, 향후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박정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대한예방의학회, 한국정책학회와 공동 개최한 세미나 정부 의사인력 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에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제하며 의협의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를 공개했다.
FTE 기준 추계머릿수 아닌 실제 노동량으로 봐야
의협 추계의 가장 큰 특징은 FTE(Full-Time Equivalent)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면허 의사 수(Head count)가 아니라, 실제 근무시간을 반영해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의료노동이 공급되는지를 기준으로 의사 인력을 환산했다.
의협은 2025년 기준 의사의 연간 실근무시간을 2302.6시간으로 설정하고, 주 40시간 근무(연 2080시간)를 1 FTE로 환산했다. 이를 토대로 활동의사 수를 FTE 기준으로 재계산한 결과, 2035년 활동의사를 15만 4601명, 2040년에는 16만 4959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공급 추계에는 △의사 국가시험 평균 합격률(2010~2023년 평균 95.28%) △임상활동 비율(92.07%) △은퇴사망률(연 0.55%) △해외 이주율(0.01%) 등이 반영됐다.
의료수요 추계에서는 정부 추계와 같은 ARIMA(시계열) 기법을 활용하되, 데이터 사용기간과 시나리오 적용 방식에서 차별화를 뒀다.
의협은 건강보험 의료이용량을 기준으로 성연령별 입원외래 이용량을 추계하고, 입원과 외래의 업무량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진료비 가중치 3.9:1을 적용했다.
여기에 △AI 도입에 따른 의사 생산성 향상 △의료전달체계 개편 △불필요한 의료이용 감소 등 미래 의료환경 변화와 보건의료 정책 변화를 함께 반영한 복합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적용 결과, FTE 기준 필요 의사 수는 △2035년 14만 2844명(복합 시나리오 적용 시 14만 634명) △2040년 15만 275명(복합 시나리오 적용 시 14만 6992명)으로 나타났다.
이를 공급 추계와 비교하면, 2035년에는 최소 1만 1757명에서 최대 1만 3967명, 2040년에는 최소 1만 4684명에서 최대 1만 7967명의 의사가 과잉 공급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정부 추계, 의료이용량의 무제한 증가 전제
의협은 정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결과가 이와 정반대가 나온 이유로 비현실적인 가정을 지목했다.
의협 분석에 따르면 종별 입원일수 증가율은 2004~2010년 연평균 11.8%에서 2010~2023년에는 1.9%로 급격히 둔화됐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장기간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60~64세 남성의 1인당 외래 이용일수는2024년 16일에서 2050년 34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문제가 있다.
의협은 비현실적 가정의 결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의료이용 증가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고 비판했다.
데이터 이용 기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정부 추계는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장기 의료이용 데이터를 ARIMA 모형에 적용했다. 의협은 이 과정에서 2010년 전후로 발생한 의료이용 구조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AI는 생산성 높이는데, 정부는 근무일수 감소 가정
의협은 정부 추계가 AI 도입으로 의사 생산성이 6% 향상되는 동시에 근무일수는 5% 감소한다는 가정을 동시에 적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생산성 향상은 기술 발전의 결과지만, 근무일수 감소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 변화가 필요한 사안으로 두 변수를 기계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외 연구에서는 AI 도입으로 판독 시간 60% 이상 단축, 의무기록 작성 시간 40% 단축 등의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병원연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에서 의료 AI를 통한 행정진료 효율화 성과가 축적되고 있다.
의협은 정부 추계가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위험 신호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추계위 회의록에 따르면 2040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약 250조원, 2050년에는 400조원, 2060년에는 7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내부적으로 제시됐다.
정부 추계가 인구 감소 국면임에도 전체 의료이용량을 기준으로 수요를 추정해 구조적 과잉을 키웠다고도 지적했다.
인구는 줄고 생산가능인구의 보험료 부담은 커지는 상황에서, 의사 수를 대폭 늘리는 정책이 과연 지속가능한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전환 필요
의협은 대안으로 미국네덜란드처럼 개별 의사의 근무형태, 은퇴, 생산성, 대체 인력(PA전문간호사) 등을 반영하는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기반 수급추계 체계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상대가치점수 등 기존 자료를 활용해 FTE 기반 추계를 보완하고, 충분한 시간과 데이터를 확보한 뒤 정교한 추계모형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협의 이번 추계는정부가 진행한 의사인력수급추계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가 진행한 추계에서는2035년 기준 의사 부족분을 1535~4923명, 2040년에는 5704~1만 1136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의협은 세미나를 통해 자체 추계한 결과를 공개하는 한편, 정부가 추계 과정의 문제점을 외면한 채 의대정원 확정 절차를 밀어붙일 경우 강경대응을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제한된 변수만으로 장기 의료체계를 좌우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추계 시점이 잘못되면 10년, 20년 뒤 엄청난 오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이 의료정책연구원과 정책학회 등과 함께 별도의 추계를 진행한 데 대해 보다 정밀하고 검증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명백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결정을 강행한다면,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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