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김택우 의협회장 "졸속 의사인력 추계 강행 땐 물리적 대응"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결정을 문제점 보완 없이 강행할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1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대한예방의학회, 한국정책학회와 함께 개최한 정부 의사인력 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공동기획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정부가 추계 과정의 문제점을 외면한 채 의대정원 확정 절차를 밀어붙일 경우, 물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정부가 이달 중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향후 최소 5년간의 의대정원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열려, 의료계의 우려와 반발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2000명 증원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과학적합리적으로 바로잡기 위해 출범한 기구였다며 그러나 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제기된 우려가 무시된 채 절차가 강행됐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짧은 추계 기간과 방식의 한계를 동시에 문제 삼았다.
김택우 회장은 외국은 추계센터 설립 이후 기관 모집과 분석에만 2~6년이 소요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불과 5개월 동안 12차례 회의로 결론을 내려 하고 있다며 시간에 쫓겨 방향을 정해놓고 추계를 맞춰가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제한된 변수만으로 장기 의료체계를 좌우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추계 시점이 잘못되면 10년, 20년 뒤 엄청난 오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의대 교육 여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 회장은 현재 교육 현장은 20242025학번 교육만으로도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아 각 과의 강의실을 빌려 수업하는 실정이라며 정부의 해결 방안이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증원은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의협이 의료정책연구원과 정책학회 등과 함께 별도의 추계를 시도한 이유는 보다 정밀하고 검증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명백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결정을 강행한다면,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학계 역시 정부의 추계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석환 한국정책학회장은 정부는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좋은 의사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며 과학적 방법론으로 만들어진 추계모형이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급하다는 이유로 검증과 검열의 과정이 생략됐다며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이 추계 결과를 검증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윤석준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의사인력 증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며 수급추계는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그 결과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투명한 과정과 충분한 검증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단체는 정부가 정치 일정에 맞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모두발언을 통해 젊은 의사들은 의사 인력의 필요성과 규모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속도와 시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정부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지방선거 이전에 증원 규모를 확정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의료 혁신이 아니라 또 다른 정치적 기획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추진된 의대 증원 정책을 언급하면서는 당시 준비되지 않은 증원이 교육 현장 파행과 수련 병원 마비로 이어졌고, 그 혼란은 아직도 수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원 확정이 가져올 후폭풍 역시 경고했다.
한 회장은 정원이 확정되면 각 지자체장 후보들이 의대 정원 확대나 의대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라며 의대 정원 문제가 교육 역량이나 의료 수요가 아닌, 지역 표심을 겨냥한 권력 다툼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는 의료 균형 발전이 아니라 의료 생태계의 정치적 오염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정부 주도의 의사인력 수급추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계 결과를 근거로 의대정원 확정을 서두를 경우, 의료계와의 충돌은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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