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비대면 진료, 미국 의사 '영구화' vs 한국 의사 '신중론' 왜?
미국 의료계가 비대면진료 영구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섰다.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줄곧 신중론을 견지해 온 대한의사협회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메디케어 비대면진료 유예조치 종료 시점인 1월 30일을 불과 수주 앞두고, 미국의사협회(AMA)는 반복적인 임시 연장이 의료 현장의 불확실성만 키운다며 미 의회에 조속한 입법 조치를 촉구했다.
AMA는 지난 5일 발표한 정책 이슈 브리프와 6일 공식 성명을 통해 비대면진료는 더 이상 위기 상황에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예외 조치가 아니라, 현대 의료 전달체계의 핵심 인프라라며 상시화를 명확히 요구했다.
미국에서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CARES 법과 20212023년 통합예산법을 통해 메디케어 규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되며 급속히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는 100개 이상의 비대면진료 항목을 추가하고, 재택 비대면진료 수가를 인상했으며, 음성 기반 진료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제도는 임시 연장을 반복해 왔다.
보비 무카말라 AMA 회장은 성명에서 의회가 대부분 마감 시한 직전에 연장을 결정하면서 수 백만 명의 환자와 의사들이 진료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치료 연속성과 만성질환 관리, 농어촌의료취약지역 접근성을 개선해 온 비대면진료가 갑작스럽게 중단될 위험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역시 현행 유예 조치 종료가 임박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는 치료 연속성과 만성질환 관리, 농어촌 및 의료취약지역 접근성을 개선해 온 확대된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의회가 이제는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MA는 특히 최근 연방정부 셧다운 기간 동안 정책 불확실성이 의료 이용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입법 안정성의 필요성을 짚었다.
브라운대학교가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셧다운 초반 17일 동안 행위별 수가제(FFS) 기반 원격진료 이용이 전국적으로 24% 감소했으며, 일부 주에서는 감소 폭이 40%를 넘었다.
AMA는 정책 중단이 의료 접근성에 얼마나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비대면진료 확대를 둘러싼 반대 논리는 존재한다. 대표적인 주장은 불필요한 의료 이용과 비용 증가다. 그러나 AMA는 다수의 실증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이 같은 우려에 선을 그었다.
3개 의료시스템에서 400만 건 이상의 1차의료 진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비대면진료가 광범위하게 도입된 이후에도 전체 의료 이용량에는 유의미한 증가가 없었다. EPIC Cosmos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비대면진료 후 90일 이내 추가 진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MA는 이를 근거로 비대면진료는 중복 진료를 유발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 진료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긍정적 결과가 나왔다고 짚었다.
RAND 연구진은 행동건강 및 1차의료 영역에서 비대면진료를 상시 허용할 경우 전체 의료비 지출이 3~4%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응급실 방문과 입원 감소 효과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AMA가 별도로 의뢰한 혼합형(하이브리드) 비대면진료 비용효과 분석에서도 경증 질환에서는 간접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당뇨병과 우울증을 동시에 관리하는 일부 사례에서는 비용이 소폭 증가했지만, AMA는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절감 효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비대면진료를 평가하는 정책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주장도 했다. 단순 청구 자료(claims data)에 기반한 비용 분석만으로는 비대면진료의 실제 가치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 의회예산처(CBO)에 대해서는 ▲환자 보고 성과 ▲임상 성과 지표 ▲의료진 만족도 ▲환자 참여도 등 질적 지표를 비용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MA는 비대면진료는 즉각적인 비용 절감 효과보다, 장기적으로 의료 전달체계의 구조를 바꾸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입법과제로는 ▲메디케어 비대면진료 적용 지역 제한 영구 폐지 ▲급성기 재택의료(Acute Hospital Care at Home) 시범사업 유예 조치 연장 ▲메디케어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MDPP)에서 비대면진료를 추가로 3년간 허용하도록 하기 위한 예방 당뇨법(Prevent Diabetes Act) 제정 ▲임산부영유아 건강 개선을 위한 원격환자모니터링(RPM) 보장 확대 4가지를 제시했다.
다만 미 의회 내에서는 재정 부담과 제도 남용 가능성을 이유로 신중론도 여전하다. 외신에 따르면, CBO의 비용 추계 결과가 입법 논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단기간 내 전면적 영구화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AMA는 대면비대면 하이브리드 진료 모델이 의료진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행정 부담을 줄여, 업무 만족도와 일생활 균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의료 인력의 이탈을 막고, 의료인의 경력을 연장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우리나라와 다른 행보, 왜? 미국, 의료접근성 우선과제
AMA의 적극적인 행보는 비대면진료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 온 대한의사협회와 대비된다.
이러한 차이는 양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차이에서도 분석할 수 있다. 미국은 광범위한 농어촌 지역과 의료 접근성이 정책의 최우선 과제인 반면,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의료 질 관리와 환자 안전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에서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이후 약 5년 9개월간 시범사업으로 운영됐다. 지난해 12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의협은 제도화 과정에서 ▲대면진료 원칙 ▲재진 중심 ▲의원급 중심 ▲전담 플랫폼 기관 금지라는 4대 원칙을 지속적으로 주장했고, 이 원칙은 최종 법안에 상당 부분 반영되기도 했다.
의협은 법안 통과 직후 향후 입법 과정과 하위법령 마련 단계에서도 도덕적해이 내지는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의료계가 접근성과 유연성을 이유로 비대면진료 영구화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 의료계는 관리와 안전을 우선 가치로 두고 있는 양상이다.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양국 의사단체의 다른 행보는 각국 의료체계가 직면한 문제와 정책 우선 순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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