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연세의대 연구팀, 면역반응 조절 '유전체 입체구조' 원리 규명
유전체의 3차원 입체구조가 면역 유전자 작동 방식과 약물 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DNA를 단순한 선형 정보가 아닌 입체적 연결 네트워크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김형표 연세의대 교수(열대의학교실)와 의생명과학부 이은총 교수 연구팀은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체 구조 변화가 유전자 활성화 과정과 면역치료제 반응성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체 분야의 국제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Impact Factor 13.1) 최신호에 게재됐다.
DNA는 길게 늘어진 실 형태가 아니라 접히고 연결된 입체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가 유전자의 작동 시점과 강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면역세포는 외부 자극이나 약물에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만큼, 유전체 입체구조가 면역 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실제 면역세포에서 이를 규명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염색질 3차 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단백질인 CTCF의 일부 기능을 제거한 CD4+ T 세포를 제작해 정상 세포와 비교 분석했다. CTCF는 DNA가 접히고 연결되는 방식을 정리해 유전자들이 질서 있게 작동하도록 조율하는 구조적 조절자 역할을 한다. CD4+ T 세포는 면역반응의 방향과 강도를 조절하는 대표적인 면역세포다.
분석 결과, 정상 CD4+ T 세포에서는 면역 유전자와 유전자 조절 부위(인핸서) 사이에 광범위하고 안정적인 입체적 연결 구조가 형성돼 있었던 반면, CTCF 기능이 저하된 세포에서는 이러한 연결 구조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재편된 양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면역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자체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조절 부위와의 안정적인 공간적 연결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체 구조 변화는 유전자 작동 여부뿐 아니라 작동 속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전자가 활성화될 때 RNA 중합효소는 유전자 위를 이동하며 정보를 읽는데,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멈췄다가 다시 진행한다. 입체적 연결 구조가 잘 유지된 유전자에서는 이 멈춤 단계가 빠르게 해소됐지만, 구조가 붕괴된 경우 유전자 활성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 반응 역시 유전체 구조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동일한 약물을 투여하더라도 유전체의 3차원 구조 변화에 따라 특정 면역 유전자들의 전사 반응이 달라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김형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체 구조 변화가 실제로 유전자 작동 방식과 약물 반응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유전자를 평면적으로 바라보는 기존 접근을 넘어, 입체적인 연결 네트워크로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분석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끝으로 면역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의 발생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개인마다 약물 반응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를 제시했다며 향후 개인 맞춤형 치료와 정밀의학으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인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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