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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정부 수급추계 '편향' 심각…정책 결정 근거 삼기 어렵다

이정환 기자2026.01.05 14:50
ⓒ의협신문
ⓒ의협신문

지난해 12월 30일 보건건복지부 산하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2040년까지 국내 의사 인력이 최대 1만 1136명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발표하자, 의료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의료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추계 결과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와 현재 의대정원(연 3058명) 유지 시의 공급을 비교한 것으로, 정부는 이를 토대로 향후 의대정원 확대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추계가 과거 경향을 기계적으로 연장한 결과일 뿐,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간과한 예정된 결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른의료연구소는 추계 방식과 전제에 다수의 편향과 오류가 존재해 정책 결정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며 의대정원 확대의 즉각 중단 및 인구구조를 반영한 합리적 정원 관리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정부, 검증된 통계모형에 현재 관측 가능한 변수 적용 설명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정부 추계위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 이용 증가와 현행 의대정원 유지 시 의사 공급을 전망하는 기초모형을 수립했다.

그 결과 2035년에 약 15004900명의 의사 부족이 발생하고, 2040년에는 부족 규모가 57001만 1136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수요 추계는 국민의 전체 의료이용량을 과거 입원외래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기회귀누적이동평균(ARIMA) 모형으로 연장하고, 인구구조 변화(코호트 요소법)를 반영해 산출됐다.

또 공급 추계는 매년 의대 졸업생 유입과 은퇴 등 유출을 감안한 스톡-플로우 모델로 수행됐으며, 면허 의사 중 실제 임상에서 활동하는 비율을 적용해 활동 의사수를 계산했다.

추가로 인공지능(AI)에 따른 생산성 향상, 의사 근무일수 변화 등의 시나리오 분석도 시행해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검토했다.

정부는 이러한 추계 결과가 검증된 통계모형에 현재 관측 가능한 변수와 합의 가능한 가정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1월부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해당 추계치를 근거로 2027학년도 이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 의사인력 추계 전제와 방법론 현실 제대로 반영했는지 의문 제기
그러나 바른의료연구소는 5일 정부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에 대한 비판과 정책 제언을 통해 추계의 전제와 방법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제와 방법의 편향성 등으로 인해 정책 결정의 근거로 삼기 어렵고, 숫자에 매몰된 채 의료제도의 현실과 미래 변화를 도외시한 추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정원 확대를 강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자칫하면 수십 년 후 의료공급 과잉과 실업, 의료의 질 하락 등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지금은 성급한 의대정원 확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니라,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시기라고 했다.

바의연은 정부 수급추계 결과에 대한 문제점으로 ▲수요공급 지표 산정의 불균형과 데이터 편향 ▲병상 과잉에 따른 수요 착시 효과와 정부 정책 방향에 의한 변화 가능성 배제 문제 ▲외래와 입원 서비스 환산지수 적용의 비과학성 ▲미래 불확실성 경시와 가족계획 실패 사례의 교훈 ▲대한민국 의학 교육과 수련 교육 환경의 구조적 위기를 언급했다.

■ 수요공급 지표 산정 불균형과 데이터 편향으로 잘못된 결과 도출
바의연은 최근까지의 의료 이용량 증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자연증가분도 있지만, 병상 확대 및 접근성 향상에 의한 증가도 있고, 공급자 유인 수요에 따른 증가분도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단순히 의사 수만 반영해 의사의 노동량(근무시간)이나 생산성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추계위 결과는 투입 변수 가정에 따라 예측치가 2배까지 차이 날 정도로 불확실성이 큰데도, 이러한 모형 불확실성에 대한 정밀한 검증 없이 발표만 서둘렀다고 지적했다.

또 수요 데이터인 진료량은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청구 자료만 활용되는데, 이는 전체 의료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진료(성형, 피부, 미용, 각종 비급여 검사 및 처치 등)를 완전히 배제한 수치이며, 이로 인해 공급된 의사에 비해 진료량을 감당할 의사가 부족해의사 배출을 늘려야 한다는 어이없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함정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바의연은 정부는 요양병원 병상 감축을 계획하고 있고, 간호법 제정으로 진료보조인력이 합법화되어 이 인력들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는 등 정부 정책 방향까지 감안해 필요 의사 수를 추계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완전히 무시한 채 결론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 외래진료와 입원진료 합산해 전체 의료 이용량 산출과정도 문제
이번 추계에서 외래 진료와 입원 진료를 합산해 전체 의료 이용량을 산출하는 과정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외래 환자 1명과 입원 환자 1명의 진료에 있어서 필요한 의사 근무 시간은 크게 다른데, 둘을 동일 선상에 놓고 단순 합산하면 의사 인력 산정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의연은 만약 추계위가 입원내원일수(입원일 + 외래방문일)를 합친 수치를 기반으로 의사 1인당 연간 환자일을 계산해 수요를 산출했다면, 이는 외래 1건과 입원 1일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했다.

가령 외래 1명 진료가 입원환자 1명 진료와 등가가 아님에도, 자칫 1 외래 = 1 입원처럼 계산됐다면 필요 의사 수가 부풀려졌을 것이라는 것.

바의연은 의료 수요와 공급은 향후 질병 구조의 변화, 의학기술 혁신(AI 진단 등), 의료인력 팀 구성 변화, 비대면진료 확대, 환자의 의료이용 행태 변화 등 무수한 변수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 추계는 이러한 미래 변동성을 제한적으로만 반영한 채, 증원 결정이라는 결론을 정해둔 상태에서 역으로 숫자를 맞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의사인력 양성과 직접 관련된 의학교육과 수련교육 환경의 한계 간과
의사 인력 양성과 직접 관련된 의과대학 교육 및 수련체계의 한계도 간과되고 있다고 짚었다.

바의연은 의과대학들은 지난 2020년 의정갈등 여파로 2024학번과 2025학번 신입생을 동시 교육해야 하는 이른바 이중학번 동시교육(더블링)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돼 대부분 의대에서 평년의 24배에 달하는 학생이 한 학년에 몰려있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2029년경에는 본과 34학년 실습생이 평년 대비 1.7배 이상 동시에 쏟아져 나와 수련 병원의 수용 한계를 초과할 전망이라면서 이중학번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면, 가뜩이나 취약한 의대 교육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고, 실습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현재 대한민국 의학교육 체계는 이중학번 사태와 누적된 투자 부족으로 붕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정원 확대는 교육과 수련의 질을 떨어뜨려 오히려 의료의 질과 시스템 유지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현재는 혼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정원 동결 내지 축소를 통해 교육 정상화에 집중하고, 교육 및 수련 인프라가 회복된 이후에 의대정원 관련 논의를 해야 맞는 것이라고 했다.

■ 일본독일미국 사례 잘 살펴야공급 늘리기 전 소비 구조부터 점검해야
일본, 독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사례도 소개했다.

바의연은 일본의 경우에는 1970년대 인구당 의사 수 목표를 세워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렸으나, 19801990년대에는 의사 과잉 우려로 정원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또 이후 2000년대 후반부터는 지방 의료 부족이 문제가 되자 다시 정원을 늘려 현재 연간 9000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를 전망해 향후 정원 감축까지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바의연은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 차원에서 특정 지역이나 전문과목의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의사 분포 계획(Bedarfsplanung)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각 지역 의료공급자 협회가 인구 대비 개업의 및 전문의 정원을 관리하며, 과밀 지역에는 개원 허가를 제한하고 취약 지역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의 의대정원은 연방주별로 정해지며 최근 완만하게 증가 추세이나, 급격한 확대 없이 국내 인력과 EU 역내 의사 이동으로 수급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사 근무환경 개선에도 힘써 현재 의사 중 약 50%가 50세 이상임에도 일부 연장근로나 정년 후 계속 근무를 장려해 경험 많은 의사가 더 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독일은 의사 인력 부족 분야(특히 일반의)에 한정된 대책을 시행하며, 무분별한 의대정원 확대보다는 기존 인력의 효율적 활용과 국외 인력 충원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미국은 시장 수요 예측에 기반한 유연한 시나리오 계획을 활용하며, 다른 보건인력과 역할분담을 포함한 통합적 인력정책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의연은 일본처럼 지역 간분야 간 불균형 해소, 미국처럼 다른 의료인력과의 역할 재정립, 독일처럼 근무환경 개선과 기존 인력 활용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질 때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처럼 의료 이용량이 많은 구조에서는 공급을 늘리기 전에 소비 구조부터 점검하는 것이 선행돼야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의연은 바람직한 의사인력 수급 정책을 위해서는 ▲의대정원 확대의 즉각 중단 및 동결 ▲인구구조 반영 합리적 정원 관리기준 마련 ▲의료 소비구조의 개혁으로 불필요한 수요 억제 ▲의학교육 투자 및 평가 상설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바의연은 정부는 추계위에서 발표한 추계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보다 과학적이고 개방적인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인력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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