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전공의 '강제 노동' 행정명령 정당한가… 14일 항소심 '촉각'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강행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을 향해 국가가 내린 복귀 명령과 사직 수리 금지는 과연 정당한 행정권 행사인가, 아니면 헌법이 금지한 강제 노역인가?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과 법치주의의 한계를 시험대에 올린 전공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2025나208352)이 1월 14일 서울고등법원 서관 304호에서 선고될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전공의와 국가병원 간의 금전적 다툼을 넘어선다. 유신 시대 잔재라는 비판을 받는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성, 그리고 지난 11월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윤석열 정부 의료정책의 부실함이 법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심 공익적 긴급성이 우선 정부 논리 그대로 수용
지난해 6월 13일, 1심(서울중앙지법 2024가합93129)은 전공의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정부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학병원 인력의 3050%를 차지하는 전공의의 집단 이탈이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행정명령은 의료 공백 방지를 위한 유일하고 적절한 수단이었으며, 증원 필요성 등 정부의 사실인정에도 중대한 오류가 없다고 단정했다. 즉, 공익적 긴급성이 전공의들의 사직할 권리보다 우선한다는 논리였다.
감사원 감사로 뒤집힌 사실관계 정책 결정 과정은 졸속
하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상황이 급변했다. 중대한 오류가 없다던 정부의 정책 근거가 국가 최고 감사기관인 감사원에 의해 사실상 졸속임이 공식 확인됐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의대 정원 증원 추진 실태 보고서를 통해 ▲2035년 의사 부족 추계(1만 5000명)의 논리적 정합성 부족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실종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의 형식적 운영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증원 규모 확정 전 기자단 브리핑을 미리 공지해둔 채 보정심 회의를 1시간 만에 통과시킨 점을 짚으며 절차적 하자를 분명히 했다.
의료계는 감사원 보고서로 인해 증원 규모 결정의 정당성이 미흡했음이 드러났다며 졸속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발동한 강제 명령이 과연 정당한 재량권 범위 내에 있는지 항소심 재판부가 엄격히 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퇴사한 전공의에게 업무 복귀 명령은 위헌이자 강제노동
법리적 쟁점도 날카롭다. 김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연구 논문에서 본래 국가의 책무인 보건의료정책 이행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사자 참여를 배제한 진료 유지 명령과 사직서 수리 금지 등은 직업 선택 및 수행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전공의가 근로자 지위를 갖는다는 점에서 민법 제660조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용 관계는 종료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미 퇴사한 자에게 업무 복귀를 명령하는 것은 유추해석 금지 원칙과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며 정당한 사유의 판단권을 보건복지부가 독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의지를 무력화하는 인간 존엄성 침해라고 비판했다.
국제적 기준인 ILO(국제노동기구) 제29호 강제노동 금지 협약 위반 소지도 크다. 정부는 예외적 긴급 상황임을 주장하지만, 의료계는 정책 실패로 야기된 인위적 공백을 국가 권력으로 해결하려는 행위는 ILO가 금지하는 강제 노역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민주주의 법치원칙 충돌 사법부 결단 주목
김형선 부연구위원은 의료법 제59조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 대체 조항이 의료법 제15조 및 관련 법령에 존재함에도 제59조를 습관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비례성 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 된다며 의료법 및 기타 관련 법령의 관련 조항을 보완함으로써, 의사의 단체행동권 및 직업의 자유를 보호하는 동시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을 앞둔 의료계는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1심 이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정책의 위법성이 드러난 만큼, 사법부가 행정의 독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헌법상 사직의 자유조차 박탈당하고 형사 처벌의 위협을 당해야 하는 현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한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신 시대의 유물이라는 비판을 받는 업무개시명령의 칼날이 현대 민주주의의 법치 원칙과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월 14일 서울고법의 판결은 대한민국 의료와 법치주의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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