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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약품 분류 개편 시동? '약국 외 판매' 넘어 자가투약 시대 제안

홍완기 기자2025.12.30 15:18
ⓒ의협신문
ⓒ의협신문

약국 외 판매의약품을 확대해야 한다는 국회 산하 싱크탱크 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왔다. 의약품 분류 체계 자체가 의료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도 진단, 자가투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 달 30일 일반의약품 및 약국외 판매의약품 확대 방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현재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중심으로 운영되는 의약품 분류 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의약품 분류 체계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이원적 구조에 머물러 있고, 약국 외 판매의약품은 부차적 영역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국민의 자가투약 역량 강화라는 정책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현재 국내 허가 의약품의 약 76%는 전문의약품이라는 점을 언급, 해당 비중이 의약분업 이후 구조적으로 고착화됐다고 봤다. 2012년 한 차례 대규모 재분류 이후, 의약품 분류 체계가 사실상 멈춰 서 있다고도 진단했다.

일반의약품 중에서도 의사의 처방이 가능하지만,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품목들이 여전히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돼 있다는 점은 재정 비효율의 상징적 사례로 꼽았다. 감기약, 소화제, 소염진통제 등 경증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가 대표적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경증 질환까지 보험급여 처방에 의존하는 구조는 불필요한 외래 방문을 유발하고, 재정 지출의 비효율을 키운다며 자가투약이 충분히 가능한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급여에서 배제하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의약품 분류 체계 개선의 출발점으로 법률 차원의 명확한 분류 기준 정립을 제시했다.

현행 약사법 체계에서는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안전상비의약품의 정의와 기준이 법령고시지침에 흩어져 있어,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의약품(기존 안전상비의약품)의 3분류 체계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분류 기준을 두 축으로 단순화할 것을 제안했다.

기준으로는 처방 필요 여부와 판매 가능 장소를 꼽았다. 처방 필요 여부를 통해 전문의약품과 비처방 의약품을 구분하고, 약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비처방의약품과, 약국 외에서도 판매 가능한 상비의약품을 나눴다.

연구원은 이는 미국일본유럽 등 다수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라면서 처방약과 비처방약을 큰 틀에서 나눈 뒤, 비처방약은 상담 필요성위험도에 따라 약국 전용, 조건부 판매, 자유 판매 등으로 세분화한다고 설명했다.

약국 외 판매의약품 제도는 제도적 정체가 가장 심각하다고도 강조했다.

실제 편의점 등에서 판매 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은 품목명 기준 13개로 고정돼 있으며, 10년 넘게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법률에 품목 수를 고정해 두는 방식 자체가 재분류를 봉쇄하는 구조라며 ▲품목 수 지정 조문 삭제 ▲주기적 재분류 의무를 법률에 명시 ▲세부 기준은 하위법령고시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형 유통채널 간 경쟁을 통해 소비자 약가 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의약품 재분류 제도는 이해관계자의 이의 제기가 있을 때만 작동하는 수동적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봤다. 이로 인해 손익 변화가 크지 않은 약제에 대해서는 재분류 논의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보건당국도 적극적으로 분류 체계를 손보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와 의약품 분류를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문일반의약품은 물론, 약국 외 판매의약품까지 포함해 안전성, 유효성, 실사용 데이터(이상반응, 복약행태, 사용 실태)를 기반으로 이익위해 균형을 주기적으로 재검토하는 동적 규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약제를 급여에서 제외하거나 비처방으로 전환할 경우, 더 비싼 대체 약제로 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대체 약제의 비용효과 평가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적으로 자가투약 확대가 분명한 장점을 지닌다고도 주장했다.

경증 질환의 의료기관 방문을 줄여 직접 의료비뿐 아니라 시간이동 비용 등 간접비용을 절감하고, 팬데믹재난 상황에서도 의료 접근성 저하를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자가투약 확대가 곧바로 안전성 저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위험기반 관리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이에 복약지도가 중요한 약제는 약국 전용 비처방군으로 관리하고, 고위험 약제는 오남용 관리체계를 강화하며 명확한 라벨링설명서 제공, 광고온라인 마케팅 규제 병행 등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의약품 재분류를 단순한 판매 규제 완화 논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의약품 재분류는 국가가 자가투약 가능 영역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자,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저가치 영역에서 고가치 영역으로 재배분하는 정책 도구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상시주기적 재분류 시스템을 통해 의료 환경 변화와 재정 여건, 국민의 자가투약 역량을 유연하게 반영하는 것이 향후 제도 개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앞서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재분류 체계 개선과 관련, 보건의료 최고 전문가이자 환자를 임상에서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의사를 중심으로 그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작년 12월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전문약/일반약 재분류 체계 선진화 주제 토론회를 열었는데, 의사단체가 배제된 채 진행된 것에 비판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에서전문약과 일반약을 재분류하는 일은 약물 자체의 효과성안전성은 물론 그에 수반한 부작용과 인체에 미치는 중장기적 영향까지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과 효과는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의사의 판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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