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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평가기준 변경승인 필요없다" 늘어난 정원 어떻게?
교육부가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인정기관을 재지정하면서 평가 기준을 변경할 때마다 정부의 사전 심의를 받으라는 조건을 붙인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해당 조건이 행정법상의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민간기구의 독립성을 해쳤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고등교육 프로그램 평가인증 인정기관 재지정 부관 등 취소 소송에서 주요변화계획서 평가의 기준, 방법 및 절차 등 변경 시 인정기관심의위원회에서 사전 심의라는 부관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전 심의 조건(부관)이 행정청의 권한을 넘어선 과도한 제약이자 위법한 처분이라며 소송비용도 교육부가 부담하라고 했다. 판결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12월 30일자로 공개했다.
재판부는 교육부의 처분이 행정기본법 제17조가 규정한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부관은 해당 처분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전 심의 조건은 그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상위 법령인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과의 충돌을 지적했다. 해당 대통령령 제6조 제7항은 인정기관이 평가 기준 등을 변경할 때 결정 후 1주일 이내에 사후 보고 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대통령령이 사후 보고 방식을 택한 취지는 인정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교육부가 법령 개정 없이 부관을 통해 실질적으로 사전 심의로 변경한 것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24년 초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안을 강행하자 국내 유일의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관인 의평원은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의평원은 당시 성명을 통해 입학정원이 10% 이상 증원되는 등 교육 여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화가 발생하면 해당 대학이 교육 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엄격히 평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교육부는 의평원의 이러한 움직임이 의대 증원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국정 과제 수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 2024년 5월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의평원에 이례적으로 조건(부관)을 내밀었다. 부관은 행정기본법에 제17조에 근거한 것으로 행정청이 처분에 재량이 있는 경우에 부관(조건, 기한, 부담, 철회권의 유보 등)을 붙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의 부관은 의평원이 평가 기준이나 절차를 바꿀 때마다 교육부 산하 인정기관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라는 것. 사실상 정부가 의평원의 평가 잣대를 사전에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의평원은 부관은 법률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의평원 평가인증의 기준방법 및 절차 등을 변경할 때 사후에 보고할 의무만을 부과함으로써 인정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에 반하므로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의평원은 평가인증의 기준방법 및 절차 등을 변경할 때마다 사전에 피고에게 보고하여 인정기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현행 고등교육법령에 따르면 인정기관(의평원)은 평가 기준 등을 변경할 때 결정 후 1주일 이내에 교육부 장관에게 사후 보고만 하면 된다. 이는 평가기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재판부는 원고가 민간 단체이기는 하나, 이 사건 재지정 처분을 받은 이상 인정기관의 재지정 기준, 즉, 비영리 법인으로 회원기관이나 지원기관 등으로부터 조직적정적으로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 전문성을 갖추고 공공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로 인증판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는 점, 평가인증기준의 결정, 변경 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 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재지정 처분 당시 재지정 기준에 미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 과정에서 교육부는 의평원의 평가 권한을 약화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개입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평원이 대규모 증원 대학을 대상으로 주요변화평가 계획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육부는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명목으로 보낸 심사의견서를 통해 △평가 항목을 간소화할 것 △매년 실시하는 평가를 정기평가와 통합해 횟수를 줄일 것 △불인증 판정보다는 컨설팅 위주로 진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심지어 의과대학의 자율성이나 신임 교수 워크숍 같은 항목은 증원 대응과 무관하므로 빼라는 식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을 일제히 환영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의학교육평가원은 순수하게 의학교육의 기준을 설립하고 질적인 면을 평가함으로써 의과대학으로 하여금 세계수준의 의학교육의 표준을 지키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최소한의 질을 담보하는 의사를 키워내는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면서 의평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려했던 무도한 지난 정부의 시도를 사법부가 명확히 불법임을 확인해 준 당연한 결과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교육부가 사전 심의라는 초법적 부관을 통해 민간 평가기구의 자율성을 통제하려 했던 시도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임이 법적으로 입증됐다면서 정부는 이제라도 2024년의 무리한 의대 증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시도했던 의학교육의 근간을 흔들고자 했던 행위를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학교육 평가기관의 독립적인 평가 권한을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고 지적한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이를 통해 의학교육 정상화의 의지가 있음을 지금이라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정부의 결자해지를 요청했다.
이번 판결로 의평원은 정부의 간섭 없이 강화된 평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굳건히 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25학년도부터 정원이 대폭 늘어난 30개 의대를 대상으로 의평원 평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편, 1심 판결에 불복한 교육부는 서울고등법원에 상소,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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