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사 10명 중 9명,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에 '회의적'
정부가 추진 중인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에 대해 의료현장의 대다수 의사들이 의료의 질 향상이나 의료비 절감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지불제도가 오히려 진료의 질과 환자 경험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진(주저자 임선미, 공동저자 김계현임지연, 교신저자 문석균)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연구 논문 Physicians perspectives on the government-led first action plan for healthcare reform: the medical payment system in South Korea를 국제학술지 BMC Health Services Research 2025년 12월호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해당 학술지는 Health Care Sciences Services 분야 최상위(Q1) 등급 저널이다.
이번 연구는 정부가 2024년 8월 발표한 의료개혁 계획에 따라 성과기반가치기반 등 대안적 진료비 지불제도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원과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대한의사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총 765명의 응답을 분석에 활용했다.
연구 결과, 의원 의사의 94.8%, 병원 의사의 87.5%가 정부의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안이 의료의 질 향상이나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해 부정적 인식이 압도적으로 높았다(P0.001).
묶음지불제, 성과기반지불제, 인구기반지불제 등 정부가 제시한 대안적 지불방식 전반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묶음지불제와 인구기반지불제의 경우 의원병원 의사 모두 의료의 질, 환자 결과, 환자 만족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성과기반지불제는 다른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많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의사가 의료의 질 저하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의 책임의료조직(ACO) 모델을 준용한 지불제도의 국내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원 의사 60.2%, 병원 의사 57.8%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P=0.001).
부정적 인식의 주된 이유로는 제도 성과와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환자 참여 부족,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의 어려움 등이 꼽혔다.
연구진은 의사들은 새롭게 도입될 수 있는 진료비 지불제도가 의료의 질 향상이나 의료비 절감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기존 의료체계와 진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에는 지불제도 개편에 앞서 의사의 진료 자율성과 환자 중심 진료가 어떻게 보장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실행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진료비 지불제도는 의사환자보험자 간 관계를 규정하는 의료체계의 핵심 제도라며 의료비 절감이라는 목표에 치중하기보다 진료의 질과 형평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적업무적 부담 증가와 전문성자율성 침해 우려가 큰 만큼, 지불제도 개편은 보다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래에 바람직한 진료비 지불제도로는 행위별수가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의원 81.1%, 병원 73.8%). 성과기반지불제 역시 일정 수준의 대안으로 평가됐다.
연구진은 의료현장의 인식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지불제도 개편을 서두를 경우 정책 수용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의료의 질 보장을 중심에 둔 정책 설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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