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공단 특사경 "피해자 수사의 아이러니" 법사위 멈춘 이유 해결됐나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직접 주문하면서, 공단 특사경 도입을 둘러싼 긴장감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사무장병원 문제 해결 방안으로 공단 특사경 추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그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관련 입법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의 강한 문제의식과 달리, 10개월 전에 열렸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공단 특사경에 대한 신중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24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는 비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구조적 타당성과 인권 침해 가능성, 수사권 남용 우려 등을 둘러싸고 날 선 지적이 이어졌다.
법사위 전문위원은 검토의견에서 공단 특사경 도입 취지 자체는 불법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전문적이고 신속한 수사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비공무원인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해야 할 긴급성과 불가피성이 충분히 입증됐는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공무원 특사경이 허용된 기존 사례가 선장기장, 국립공원관리공단, 민영교도소장, 금융감독원 등 극히 제한적이며, 이들 기관 모두 일정한 관리감독 권한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무부 역시 공단 특사경 도입에 선을 그었다.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건보공단이 이미 특사경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기존 사례들은 모두 행정적 감독 권한을 전제로 수사권이 부여됐지만, 건보공단은 기본적인 행정 권한 없이 곧바로 수사권을 행사하게 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사무장병원 수사의 성격을 두고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왔다.
김 차관은 사무장병원과 사무장약국이 형식적으로는 의료법약사법 위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건보공단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 범죄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재산범죄의 피해자가 수사권을 행사하는 구조는 절차적 공정성을 해칠 수 있으며, 방대한 건강보험 급여 데이터를 보유한 정보 권한 기관이 동시에 수사권까지 갖는 것은 수사와 정보의 분리 원칙에도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도 밝혔다.
법원행정처도 비공무원 특사경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특별사법경찰권 부여는 입법정책적 판단의 영역이지만, 공무원이 아닌 기관에 이를 부여하려면 단순한 수사 편의성을 넘어 직무 수행의 불가피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형원 차장은 현행 법체계상 비공무원 특사경은 장소적 제약 등으로 일반 사법경찰의 접근이 곤란한 예외적 상황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건보공단이 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특사경 도입의 필요성을 재정 누수 방지에서 찾았다.
김남훈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경찰 수사에 평균 11개월이 소요되는 동안 요양급여비가 계속 지급돼 재산 은닉이 이뤄지고 있다며 공단이 특사경을 통해 수사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할 경우 연간 약 2000억 원의 재정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사무장병원 관련 환수 결정액이 2조9300억 원에 달하지만 실제 징수율은 8%대에 불과하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법안소위 위원들은 재정 논리를 전면에 내세운 수사권 요구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박범계 법안소위원장은 수사는 재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재정 손실 방지를 특사경 도입의 핵심 명분으로 삼는 것은 수사권 부여의 본질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역시 사무장병원을 직접 가리키는 근거가 되지 않는 만큼, 전문성과 인권 보호 방안에 대한 보다 정교한 설명이 필요하다고도 주문했다.
의료계의 우려는 보다 직접적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공단 특사경 도입이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근 대변인은 국내 특사경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공무원 조직에 특사경을 부여할 때도 신중해야 하는데 비공무원 조직에까지 수사권을 확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무장병원 판단의 어려움도 핵심 쟁점으로 제시됐다.
김 대변인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사무장병원 여부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고 강조하며 특사경 권한이 부여될 경우 현지조사와 결합된 과잉수사와 절차 위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현지조사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과도한 압박을 받았고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며 인권 침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회 내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피해자가 수사권을 행사하는 구조 자체가 수사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지사별 연간 수사 의뢰 건수가 극히 적은 상황에서 특사경을 신설할 경우 실적 위주의 과잉수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 역시 사무장병원으로 규정되는 순간 모든 진료 행위가 범죄화되는 구조를 문제 삼으며 3조 원 환수 금액이 모두 과잉진료로 인한 국민 피해인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안소위는 건보공단에 수사권과 정보 권한의 분리 방안, 수사의 전문성 확보 방안,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구체적 장치를 보완해 다시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법사위가 요구한 보완책이 실질적으로 제시됐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통령 지시를 계기로 공단 특사경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면서, 충분한 제도적 검증 없이 정치적 동력만으로 입법이 재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은 단순한 수사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어떤 조건에서수사권을행사할 수 있는지라는 수사권 부여의 원칙과 한계에 관한 질문이라는 점에서다.
많은 우려에도 공단 특사경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법사위가 멈춰 세웠던 이유에 대한 충분한 답 없이 입법을 진행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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