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주관적 통증에 의존한 '상해진단서' 효력은?
상해진단서는 폭행 사건에서 유죄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지만,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에 의존해 의학적 가능성만으로 발급됐다면 증명력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1일 공개한 판결문에서 피고인 A씨의 상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2025도11886)을 통해 상해죄 인정의 필수 요소인 상해 사실 및 인과관계를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피고인 A씨는 2019년 3월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앞에서 피해자 B씨의 정강이를 걷어차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아래 다리 타박상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은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상해진단서 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으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상해 사실의 존재 및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해진단서가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해 의학적인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경우에는 증명력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진단일자 및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진단서 발급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왕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진단서를 발급한 근거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상해 사건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 그 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그 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앞선 판례를 인용하면서 상해죄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폭행에 수반된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폭행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불편 정도이고,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죄의 상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였는지는 객관적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은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아버지로부터 고소당하자 이에 대응하여 피고인 등을 고소하기 위해 진단서를 발급받은 점,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가 법정에서 진료기록부를 참조했다고 진술했지만, 진료기록에는 주관적 통증 호소만으로도 이뤄질 수 있는 물리치료와 진통제 처방만 기재되어 있을 뿐, 상해가 발생했음을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해자가 사건 당일 치료를 받은 후 다시 병원을 방문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은 점, 피해자가 주변 사람에게 통증을 호소한 바 없는 점, 상해를 입었음에도 상처 부위를 사진으로 촬영해 두지 않은 점 등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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