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법원 감정관리센터' 연착륙하려면 전문가 '협력' 필수
의료소송의 장기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법원이 야심 차게 도입한 감정관리센터와 감정관리위원 제도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서는 의료계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 집단과의 적극적인 협력과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법조계 내부 진단이 나왔다.
이정현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판사)은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법원의료법분야연구회대한의료법학회 추계 공동학술대회 주제발표를 통해 감정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집단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전제하며 법원은 지역 각 병원, 유관단체, 협회 등과 교류하면서 감정 절차의 법적 의미와 중요성,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 등을 환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법정책연구원은 2014년 대법원 산하에 설립한 연구기관으로, 사법제도와 재판제도의 개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래 사법부의 바람직한 모습을 설계하고, 인접 학문과의 통합적 연구를 통해 새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하며, 통일 대비 사법 연구와 외국 사법 계와의 교류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이정현 연구위원은 법원 감정관리센터는 지역 각 병원, 유관단체, 협회 등과 소통을 통해 감정인이나 전문가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과 법원 요청 사항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의료계의 사기 진작과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실질적인 소통에 무게를 실었다.
법원행정처와 사법정책연구원은 의료 및 건설 등 전문 분야 감정의 신속성과 충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24년 7월 감정 절차 관리기구 설치를 건의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고질적인 감정 절차의 지연과 부실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집계한 2023년 민사사건 중 감정 실시 비율이 높은 손해배상(의) 1심 합의부 사건 처리기간은 748.5일로 민사본안 전체 처리기간(473.4)에 비해 275일 가량 길고, 1심 단독 손해배상(의) 사건은 712.4일로 민사본안 전체 처리기간(222.2)에 비해 3배나 긴 실정이다.
사법행정자문회의가 2023년 실시한 법관 및 변호사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의료감정 절차의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 99%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이정현 연구위원은 감정 지연 및 부실 원인으로 ▲무작위 방식의 감정인 선정 전산프로그램으로 인한 세부전공 불일치 ▲감정절차 통합관리 부재(감정인 후보자의 스케줄 및 진행 상황 확인0 ▲감정인 교육평가 시스템 미흡 ▲법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감정 준비 절차 부실 ▲감정 진행단계 사건관리 소홀 ▲감정서 제출 이후 절차 부실 등을 손꼽았다.
사법정책자문위원회와 법원행정처를 비롯해 법조계 내부에서 감정 절차 지연 및 부실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커짐에 따라 감정 관련 제도 연구를 진행하고 전문가 자문과 2024년 수원지방법원 시범 운영을 거쳐 감정관리센터를 설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도 운영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민사소송규칙전문심리위원규칙전문심리위원의 소송절차 참여에 관한 예규 및 감정 예규를 개정, 2025년 1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감정관리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 고등법원에 감정관리센터를 설치, 감정 절차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감정관리센터 운영을 위해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한 것이 감정관리위원.
이정현 연구위원은 기존 전문심리위원이 재판부의 요청이 있는 사항에 한정해 감정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것과 달리, 감정관리위원은 감정 절차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지속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해 감정 절차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감정관리위원의 주요 임무는 크게 두 가지로 가닥을 잡았다.
이정현 연구위원은 감정관리위원은 감정의 가능성과 필요성, 적합한 감정인 자격, 감정료 산정 등에 관해 재판부에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감정 지연 시에는 감정인을 독촉하고 지연 사유를 파악하는 등 사실상 감정인에 대한 지도 업무를 수행하며, 신속한 감정 회신을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감정인 후보자 명단 관리, 교육, 표준양식 마련, 전문가단체와의 협력관계 구축 등 감정 담당판사의 업무를 전반적으로 보조하는 감정절차의 일반적 관리업무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감정관리위원의 권한 범위, 변론주의 원칙상의 한계, 감정관리위원과 전문심리위원의 중복 지정 및 절차의 비효율성 등은 앞으로 지속해서 개선해야 할 과제로 손꼽았다.
감정관리센터 도입으로 의료사고 소송 등에서 공정하고 신속한 감정 결과를 도출해 국민의 재판 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정현 연구위원은특히 감정관리위원은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법원과 감정인전문가집단과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의 성공 여부는 결국 법원과 의료 전문가 집단 간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 구축에 달렸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백경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의료소송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대학병원 등 다양한 기관이 진료기록감정을 수행하고 있고, 이들 기관 간 회신 결과 형식, 답변의 고도화 정도 등 질적 편차가 존재한다면서 이들 외부기관의 의료감정에 관한 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한국의료변호사협회 법률구조위원회 부위원장(의료법률사무소)은 의료소송에서 신속성을 강조하면 공정성이 희생될 수밖에 없고, 공정성을 너무 강조하면 신속성이 희생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서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근본적으로는 소송관계자들의 신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추계 공동학술대회에는 성지용 법원의료법연구회장(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과 정규원 대한의료법학회장(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을 비롯한 법조계와 의료계 회원이 참석, 의료감정제도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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