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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0주' 이상 낙태 처벌? "의학적 현실 모르는 법안"
임신 10주 이상의 임신 중지(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한계의 대상을 임신 22주일 이내의 태아로 정하도록 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낙태 허용 주수를 임신 10주 이내로 제한한 것은 고위험 임신부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등 의학적으로 비현실적(산부인과 진료현장에서 태아의 중요한 기형을 선별하는 검사는 대부분 10주 후에 이뤄짐)이고, 태아의 심각한 기형이나 생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22주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11월 7일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형법 개정안은 ▲임신 10주 이상의 여성의 낙태만을 처벌하고, 자기낙태죄의 기준에 맞춰 촉탁승낙 낙태죄의 처벌범위를 임신 10주 이상의 여성에 대한 것으로 한정 ▲자기낙태죄의 기준에 맞춰 의사 등 낙태죄와 부동의낙태죄 규정을 정비 ▲여성에게 낙태를 강요하는 경우 여성의 임신의 유지종료에 대한 자기 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점을 고려해 낙태 강요행위를 별도의 범죄로 규정하고, 불법낙태를 유인하거나 권유하는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한계 대상을 임신 22주일 이내의 태아로 정함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만 18세 이상의 경우 불가피한 경우 상담사실확인서만으로 낙태수술이 가능하도록 하고, 만 18세 미만인 경우 법정대리인의 부재 또는 법정대리인의 학대사실 입증시 상담사실확인서로 낙태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함 ▲의사의 수술 거부권을 규정함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할 의료기관의 경우 미리 신청을 받아 지정고시하도록 하고, 지정기관 이외의 의료기관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이 이뤄지는 경우 벌칙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런 법안에 대해 의협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먼저 형법 개정과 관련 의협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나, 개정안이 제시하는 기준은 현대 산부인과 의료 시스템의 현실태아 발달 단계에 따른 진단 시기, 그리고 고위험 임신부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규정이라고 판단했다.
의협은 생리 불순이 흔한 현대 여성들의 특성상, 임신 10주 이내에는 임신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이 시기를 놓치면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원천 봉쇄당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 진료 현장에서 태아의 중요한 기형을 선별하는 검사는 대부분 10주 이후에 이뤄진다면서 목덜미 투명대 검사(NT)는 11주13주 6일, 쿼드 검사/통합 선별 검사는 15주20주, 정밀 초음파 검사는 20주 이후나 걸린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또 개정안대로라면 태아의 심각한 기형이나 생존 불가능한 상태가 10주 이후에 발견되더라도, 의사는 법적 처벌이 두려워 시술을 거부해야 하며, 임신부는 의학적 판단에 따른 임신 중단을 범죄로 간주 받게 된다면서 이는 모자보건법상 허용되는 우생학적 사유조차 형법으로 처벌하겠다는 모순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헌법재판소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간으로 임신 22주 내외를 언급했다면서 이는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를 고려한 것인데, 10주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물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언급한 22주는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시작되는 최소한의 시기일 뿐, 의료적으로 안정적인 생존이 담보되는 시기가 아니다라며 고위험 임신의 경우 확진 후 환자와 가족이 숙고하고 결정할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22주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개정안이 임신 10주 이후의 모든 낙태를 처벌함으로써, 불법 음성 낙태를 조장하고 의사와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낙태죄 처벌 강화보다는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피임 교육 및 사회적 인프라 구축, 그리고 임신 유지와 출산을 지원하는 제도 등을 선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다음으로 모자보건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태아의 정의, 인공임신중절수술 지정의료기관 제도, 미지정 기관 시술 시 형사처벌 등의 조항은 의학적 판단을 법적으로 과도하게 제단하고,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료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결과적으로 여성의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높다고 짚었다.
의협은 개정안은 태아를 심장박동이 확인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현행 민법상 사람은 전부 노출설(출산 완료)을 따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개정안과 같이 모자보건법에서만 심장박동 시부터를 사람으로 규정할 경우 법체계 간 심각한 충돌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또 계류 유산이나 불가피한 사산 등 산부인과적 처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의사에게 살인 또는 과실치사의 혐의를 씌울 수 있는 위험한 근거로 악용될 소지도 높고, 특히 의료행위의 사법 리스크를 극대화하는 독소조항이라 판단된다면서 고위험 산모를 진료하는 의사들의 방어 진료를 조장해 필수의료 붕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을 걱정했다.
의협은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미 국가 면허를 통해 해당 의료행위를 할 자격을 갖추고 있는데, 별도의 인공임신중절수술 지정의료기관 제도를 두는 것은 의사의 면허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행정적 지정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정 의료기관은 소위 낙태 전문 병원이라는 낙인효과를 겪게 되어 환자들의 기피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시술 접근성을 떨어뜨려 음성적인 불법 시술을 양산하고, 여성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기준을 22주로 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나, 22주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여성 건강권 및 실질적인 자기결정권 행사에 중대한 제약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야기하고, 불법낙태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도 했다.
또 의사의 수술 거부권을 명시함으로써 의사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취지로 보이나, 동시에 의료기관 내에서 시술가능한 의사를 찾지 못해 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의 시술이 지연되거나 거부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이는 응급상황이나 시간적 제약이 있는 인공임신중절의 특성상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두 법 개정안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전문가단체 등과의 충분한 협의와 검토가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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