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동네의원 입원 중 응급사고에 대한 당직의사의 책임은?
주말 아침 시간, 정형외과 의원 병동의 복도에서 한 환자가 쓰러졌다. 평소처럼 아침식사 후 보행기를 밀며 걷던 환자는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그녀를 발견한 간호조무사는 즉시 의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연락을 받은 담당 의사는 숙직실에서 곧바로 이동해, 환자가 쓰러진 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각에 현장에 도착했다.
담당 의사는 도착 즉시 환자의 활력징후를 확인하며 119 신고를 지시했고, 이어 정맥로 확보를 시도하며 체온 유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구급대가 도착해 환자를 이송했지만 안타깝게도 환자는 사망하였다. 유족들은 의사가 필요한 응급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형사 고소하였다.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당직의사가 상주할 의무도, 응급실을 운영할 법적 의무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과 달리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당직의사가 상주할 법적 의무가 없고, 응급실을 운영해야 할 의무도 없다는 점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입원병동을 운영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의원은 병상 30개 미만의 소규모 의료기관으로, 의사 1인이 운영하는 전형적인 의원급 의료기관이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의 의사는 주말까지 병원에 상주하고 있었기에, 야간 병동을 지키던 간호조무사가 급히 연락을 하자 즉시 이동해 약 10분 만에 환자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여건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으로 빠른 대응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의사는 환자의 활력징후와 의식 상태를 신속히 평가했고, 즉시 상급병원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곧바로 119 신고를 지시하고, 기도 확보와 체온 유지 등 현장에서 가능한 모든 처치를 시행했다. 결국 사건 당시 이루어진 조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상 최선의 대응이었던 것이다.
소송 진행 과정 및 전략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4가단21917 사건)
의사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사건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의사가 현장에서 확인한 환자의 활력징후였다. 유족들은 의사가 환자 발견 직후 CPR을 시행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의사가 도착했을 당시 환자에게는 자발적인 호흡과 분당 60회가량의 경동맥 맥박이 분명히 존재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가슴압박을 시작하는 것이 정상적인 심장 활동을 방해하거나 오히려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의사는 도착 후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었고, 그 시점에는 심정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CPR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을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응급의료와 관련해 의원급 의료기관이 갖는 현실적법적 한계를 짚어야 했다. 해당 의원은 병원급 시설이 아니며, 법적으로 당직의사나 응급실을 둘 의무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응급상황 대응의 핵심은 상급병원으로의 신속한 이송이지, 병원급 수준의 처치를 즉각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병상 30개 미만의 1인 운영 의원에 24시간 병원급 대응 체계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고, 현행법 역시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의료기관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이미 다했다는 것이 병원 측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법원의 판단 의료진, 당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 모두 했다
법원은 결국 이러한 병원 측의 논리를 전부 받아들였다. 의사가 환자를 확인했을 당시에는 분명 호흡과 맥박이 존재해 CPR을 시행할 상황이 아니었고, 의료진은 그 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수행했다는 것이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당직의료인을 반드시 두어야 할 의무규정이 없음에도 의사가 숙직실에 체류하며 신속히 대응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의사와 직원들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의료진의 책임은 결과가 아니라, 그 순간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조치로 판단된다.
이번 판결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예기치 않은 심정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의 현실적 여건과 의학적 판단을 존중해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로 볼 수 있다. 환자가 사망했다는 결과만으로 의사의 책임을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의료진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은 병원급과 동일한 인력장비 체계를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의사의 책임 역시 현실적으로 가능한 조치의 범위 안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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