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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허망한 역사도 진실을 품고 있다

장성구 전 대한의학회장2025.12.02 10:50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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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에 걸친 의정 갈등 사태의 원인을 규명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아주 명쾌하다. 다시 말해 그 당시 의료계와 의학계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내용과 한 치의 차이도 없는 감사 결과다.

하지만 이런 명백한 감사 결과를접하고 있는 의료계의 현실은 처참하다. 대한민국의 명품 의료와 의학교육 현장은 병화(兵禍)를 겪은 참혹함 그대로다. 명품 대한민국 의료란 찾아볼 수 없고 의학교육 현장은 전쟁의 상흔만 널려있는 황량한 벌판이다.

지난 의정 사태는 참 어이가 없다. 광복후 수십 년간 뼈를 깎는 고통 속에 이룬 의료의 금자탑인 대한민국 명품 의료와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의학교육의 현장을 불과 10여 명의 해충 같은 인간들의 충동질 때문에 완전히 붕괴하였으니 얼마나 허무한가?

우리는 향후 다시는 권력을 등에 업고 비합리적이고 몰 과학적이며 비이성적인 모리배들이 준동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의료계가 숙명처럼 지켜나가야 할 과제이다.

평생을 바친 노력으로 중국통일을 달성한 진나라 시황제인 진시황제의 위업도 결국 조고(趙高)와 이사(李斯)라는 단 두 명의 난신적자(亂臣賊子)의 망동으로 통일 15년 만에 나라가 완전히 멸망했다.

이와 버금가게 우리나라 의료는 수십 년의 공덕이 십여 명의 난신적자들의 만행으로 천인단애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회복하기에 30~50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지만,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고통은 우리 후손들이 고대로 감내하게 생겼다. 그러니 추악한 이들이 역사상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알 수 있다.

이 글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이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머릿속에 그들의 이름이 잔상으로 남아있고, 이들과 야합한 의사의 이름도 기억된다. 아울러 권력에 아부해서 의료계를 매도하는데 앞장섰던 C일보의 만행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경계하여야 할 일은 악행의 주역이었던 이들이 지금 다시 서서히 고개를 쳐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고 추락한 명품 의료를 되살리기 위해서 의료계는 절치부심(切齒腐心)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의료계가 주장하는 그 모든 논리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성적 판단에 근거하여야 한다. 우리는 과거에 수많은 패착을 통해서 우리가 자기 발목을 잡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국민과 대척점에 서서 감정적 대립을 벌이는 일이 있었는가 하면, 일부 의사들이 권력 지향적인 비굴한 행동을 통해서 많은 회원의 비위를 상하게 했고, 이는 곧 회원 간의 화합을 망쳐놓는 결과를 초래했다.

의료계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픔이 있더라도 정부보다 더 선제적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국민의 신뢰 없이는 현재 산적한 의료계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의료계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민의 지지와 득표를 끌어낸다고 권력자들은 맹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료계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한 용단이 필요하다.

의료계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주장할 내용을 예단하고 거기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평생 단 한 명의 환자도 진료한 일이 없어서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권력과 야합하여 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정부가 이를 철저히 인식하게 하여야 한다. 단 의료계는 이들의 학문적인 정책 제안에 대하여 귀를 열어놓아야 한다.

사회 곳곳에 널려있는 반 의료계적인 사고를 가진인사들의 감정적인 공격을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논리로 응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료계 자신의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 의료계는 벌써 4반세기 동안 회원들이 선택한 회장에 대하여 어김없이 탄핵을 시도하는 일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이것은 척결하여야 할 악습이다.

어떤 회장은 임기 내내 매년 탄핵 투표를 거쳐야 하는 일도 있었다. 스스로 돌아보자. 이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탄핵이 불용(不用) 되면 탄핵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곧바로 또 다른 탄핵을 준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의 반복이다. 탄핵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고민과 깊이 있는 고려 끝에 몇 연 만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사태가 되어야 한다.

의료계의 모양새가 대국민, 대정부의 상대적 관점에서 신뢰를 잃는다면 지난 의정 갈등과 같은 일은 수없이 반복될 것이다. 의료계의 운명은 남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 스스로쥐고 있어야 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겸손하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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