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삶은 팍팍하고 생은 울컥한다
김연종 시인(내과전문의)이 네 번째 시집 삶은 팍팍하고 생은 울컥한다를 펴냈다.
이순을 넘겨서도 팍팍하고 울컥한 시인의 마음을 시인의 말을 통해 엿본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모두 실패한 징후다.
궁극에 다다른 생은 꽃이 피고 지는 이유를 따지지 않는다.
이내 깨달았다.
삶은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라 견디고 지나가야 할 여정이라는 것을.
의학은 모든 해답이 아니며 어떤 상처는 침묵 속에서만 아물수 있다는 것을.
시는 태어나지 않았고 시인도 사라질 것이다.
볼수록 기시감이 드는 내 시도 곧 사라질 것이다.
시인은 늘 그대로이지만, 그대로이지 않다. 언제나 움직이고 사유한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가려진 곳을 향해, 그만의 시선을 건넨다. 의사와 시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했다는 고백은 그의 가난한 마음을 닮았다.
양균원 시인(대진대 영문과 교수)은 김연종 시인의 외면은 시류를 따라가는 듯 범속해 보이나 사실 그의 내면은 일상의 탁류를 증류하는 추상의 물결로 일렁인다. 걸쭉한 해학과 날랜 재담의 행간에서 그의 유심은 변방의 지장(知將)처럼 삶의 경계선 너머를 날카롭게 응시한다. 의학 용어와 철학 개념이 무시로 의식의 문턱을 넘나드는 가운데 그의 안팎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 끊임없이 뒤바뀌는 양상을 드러낸다고 평했다.
고봉준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번 시집 해설에서 경계인의 특이성을 얘기했다.
김연종은 의사이자 시인이고, 시인이자 의사이다. 시집과 청진기는 사실상 사내를 구성하는 두 개의 자아인 셈이다. 그것들은 논리적으로는 구분되지만 실제로는 분리할 수 없다. 하나의 신체에서 공존하고 있는 시인과 의사라는 두 개의 자아를 화해시키는 일은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두 자아 둘 모두를 긍정하면 타협이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시인 의사와 의사 시인 가운데 어느 쪽이 적확한 표현인지 의문은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계인 인식, 그러니까 두 영역 모두에 속해 있으므로 정작 어느 한 세계에 온전히 포함되지 못한다는 의식은 김연종의 시의 한계가 아니라 특이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한계가 아니라 시적 발화의 조건이다.
김연종 시인은 지금까지 시집 극락강역 히스테리증 피호크라테스 청진기 가라사대, 산문집 닥터 K를 위한 변주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 등을 펴냈으며, 한미수필문학상, 보령의사수필문학상, 의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2018),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사업 우수출판콘텐츠(2022) 등에도 선정됐다.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의사시인회 운영위원, 문학모임 작당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02-2275-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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