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응급실 뺑뺑이' 얘기하기 전에 구급대원 판단 오류는 없었나?
최근 부산에서 한 고등학생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119 구급차 안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가 소방 구급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19 구급대원의 판단 오류로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수배하다 이송이 늦어졌을 수도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의사와 의료기관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섣불리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
11월 18일 국내 언론들은 지난 10월 20일 오전 6시경 부산의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해당 학교 재학생이 경련 증세를 일으켰으나 부산 및 경남의 여러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아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응급실 뺑뺑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최초 기사 내용을 보면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해 환자를 확인했을 때, 외상 흔적 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어 소아간질에 의한 경련으로 생각했고, 이에 응급으로 소아신경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다 마땅한 병원이 없어 환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보였다.
이와 관련 바른의료연구소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추후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진 내용을 보면, 경찰 조사결과 해당 학생은 건물 4층에서 추락한 후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외상에 의한 두부손상으로 일어난 경련 환자를 소아간질 환자로 오인하고, 외상센터 등 신경외과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환자를 119 구급대원의 판단 오류로 소아신경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수배하다가 이송이 늦어진 안타까운 사건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건물 4층에서 추락한 환자이니 다른 외상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고 외상센터는 24시간 운영되어 언제든 수용이 가능했을텐데, 119 구급대원의 판단 오류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사도 정확한 진단이 바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선 구급대원을 마냥 비난하기는 어렵겠으나, 최소한의 의학적 지식만 있었어도 다른 판단을 했을 것이라 119 구급대의 전문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질환의 발생 확률을 따져봤을 때, 고등학생이 새벽 시간에 학교 근처 길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면 당연히 확률적으로 매우 드문 소아간질에 의한 경련보다는 외상에 의한 뇌손상 가능성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설사 정말로 외상 흔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질환 발생 시 환자 사망 가능성이 높은 뇌손상에 의한 경련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병원을 수소문하고 환자를 이송했어야 하는데, 이런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짚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추락이 있었고, 유족들이 부검을 진행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외상에 의한 사망임은 자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왜 추락 관련 내용은 빠지고 119 구급대의 판단오류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환자를 제 때 받아주지 않은 의사와 의료기관만을 응급실 뺑뺑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보도가 일제히 터져나오게 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소방청이 응급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물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현장의 119 구급대원의 잘못된 판단을 개인의 실수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이는 시스템의 문제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면서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소방청이 유지하고 있는 응급환자 이송 및 전원시스템이 의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와 소방청은 의사와 의료기관의 비협조로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응급환자 이송 및 전원을 포함한 응급환자 관리 시스템 전반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도록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의사들이 중증응급 환자 수용을 꺼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과도한 사법리스크에 있다는 것도 언급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 사건에서 일반 소아청소년과 진료나 신경과 진료라는 대안을 찾지 못하고 소아신경과 전문의만을 수배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세부전문 분야가 아닌 환자를 보다가 문제가 생기면 감당할 수 없는 사법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사실을 의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응급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수술을 하고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도 징벌이 내려지는 최근의 법원의 판단으로, 결국 자신의 세부 전문분야가 아닌 질환을 가진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됐을 때, 어떤 의사가 선뜻 환자 치료에 나설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와 국회는 의사들에게 과도한 사법리스크를 떠안은 채로 무조건 환자 진료를 하라고 강요하기 전에, 제도 설계의 책임이 있는 자신들의 잘못은 없는지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보건복지부는 부산시를 통해 해당 사건의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구급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20일 성명을통해 바른의료연구소의 입장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중증으로 판단했더라도 실제로 환자를 받아줄 병원이 없었고, 현장의 구급대는 제한된 정보 속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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