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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지방의료 붕괴, '숫자 놀음'으로 막을 수 없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2025.11.19 15:22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 ⓒ의협신문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 ⓒ의협신문

국가 정책, 그중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보건의료 정책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여야 한다. 신중함은 기본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과연 이 정책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셈법에 따른 것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의사 부족과 지방 의료 접근성 저하를 해결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취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 칼을 휘두르는 방식, 즉 거버넌스(Governance)의 부재가 뼈아프다.

의료 정책은 현장의 전문가와 치열하게 소통하며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하지만 국회 토론회와 공청회는 요식행위로 전락했고, 전문가들의 우려는 무시했다.

무엇보다 간과해서는 안 될 본질적인 사실이 있다. 지방의료의 문제는 독립된 현상이 아니라, 지방 붕괴라는 거대한 사회적 위기의 한 단면이라는 점이다. 교육문화경제 인프라가 무너져 인구가 떠나는 곳에 단순히 의사 인력만 강제로 배치한다고 해서 의료가 살아날 리 만무하다.

근본적인 정주 여건 개선과 지방 소멸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 의사 수만 늘리는 양적 공급에만 매몰된 정책은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다.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르지 않으며, 실패한 정책에 투입된 막대한 재정 부담과 부작용은 고스란히 우리 후대에 전가될 것이다.

실효성 측면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정부는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가 만병통치약인 양 홍보하지만,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10년에서 14년이 걸린다. 의대 6년, 수련 45년, 군 복무까지 고려하면 빨라야 10년 후의 이야기다.

당장의 필수의료 붕괴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브릿지(Bridge) 전략은 전무하다.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들어가면 지역의사제는 더욱 위태롭다. 선발된 인원이 6년 만에 졸업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한 후, 중도 탈락 없이 수련을 마쳐야만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중도 탈락자가 속출할 경우 정책 목표는 요원해진다. 또한, 입학 전형과 전공 선택 기준, 수련 후 근무지 배치 등에서 발생할 위헌 소송 가능성과, 학교 내에서 정시 입학생과 지역의사제 선발 학생 간에 벌어질 위화감과 갈등 조장에 대한 대비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강제 복무 제도 후 지역을 떠나는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의무 기간이 끝나는 순간 인력이 유출되는 현상은 막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함에도,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경고가 국민에게 닿지 않는 현실에 대해 우리 의료계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는 국민 정서와 괴리된 채, 전문가다운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국민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에, 전문가의 목소리는 허공에 맴돌고 있다. 난제를 해결하려면 의사들이 먼저 국민 속으로 들어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의료 제도는 한번 망가지면 복구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정책 입안자와 정치인들은 당장의 표심(票心)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감으로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책 실패의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무거운 자세가 없다면, 섣부른 정책 추진은 멈추는 것이 맞다. 시간이 지나면 의료 접근성은 더욱 나빠질 것이 자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설익은 제도의 강행이 아니라, 지방 소멸이라는 근본 원인을 직시하고 전문가와 함께 정교한 해법을 모색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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