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설계도 없이 집 짓기?" 국회 선 의협, 지역의사제 '정면 비판'
국회가 지역의사제 입법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의료계가 기본 설계가 비어 있다며 강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역의료 위기가 단순한 의사 부족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진이 지역을 떠나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강제 배치보다 머물 이유를 만드는 근본 대책이 먼저라는 게 의료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과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지역의사제 관련 법안 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참석해 지역의사제를 설계하는 가장 기본 요소인 수요 분석과 역할 규정이 빠져 있다며 현 상태에서의 입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김성근 대변인은 지역의사제의 근간이 되는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문제 제기는 많지만 실체를 정확히 규명한 분석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직업군도 수도권 집중률이 80%에 달한다. 의사는 50% 수준인데, 이를 단순히 의사 수 증원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잘못이라며 OECD 통계 등으로 서울수도권 집중 현상은 확인되지만, 왜 지역으로부터 환자와 의사가 빠져나가는지 기본 원인을 짚어야 한다고 했다.
법안이 규정한 지역의사 정의 역시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특정 임상과를 지정해 수련하도록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특정 지역 내 의료기관 등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의사 정도로만 설명돼 있어 어떤 의료기관에서 어떤 임상과로 얼마나 필요한지 등의 구체적 수요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성근 대변인은 전공의 수련을 스스로 포기해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반의로서 10년 근무하면 요건이 충족되는 구조라면 제도는 사실상 구멍투성이가 된다며 일부 법안에서는 서울특별시까지 지역 범위에 포함됐다. 서울이 지역의사제 공급 대상 지역인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근무지 이동 기준도 불명확하다고 했다.
지역 간 이동 시 지역이 시군구인지, 광역지자체를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등 제도의 기본 틀이 불분명하다는 점과 정부가 지역의사 배치를 예정한 근무지 중 보건지소를 포함한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왜 보건지소에 지역의사가 필요한지, 1차 의료인지 23차 의료 서비스인지조차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수요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어떤 의사 종류를 공급해야 할지 판단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역의사제 논의가 지역 소멸 문제와 분리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결론적으로는 현재 지역을 지키고 있는 의사간호사의료기사 등 의료인력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제언도 했다.
김 대변인은 단순히 의사 공급을 늘리는 방식의 정책에서 벗어나▲지역 거점 의료자원 활용 ▲이송체계 강화 ▲분만 취약지 대책 등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 단위에서 1~2시간 걸리는 분만 이동 문제를 지적하지만, 그 지역에서 산부인과 분만 전문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밝힌 김 대변인은 수요 기반의 설계가 없는 공급 중심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수요지역 정의역할 규정 등 기본 설계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을 강행하면 제도는 작동하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충기 의협 정책이사 역시 법안의 목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재의 설계로는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충기 이사는 지역의 위기는 단순한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응급중증 상황에 적절히 치료받을 수 있을까라는 국민적 불신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지역 의료원과 지역 병원 의사들의 현실적 고충을 언급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지역의료 공백을 공공이 아닌 민간 지역 병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해왔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의대 입학 단계에서 10년 근무를 강제하는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의 핵심 설계가 장학금, 10년 지역 근무, 위반 시 면허 취소법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렇게 배출된 젊은 의사들이 과연 고난도중증 필수의료의 중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지역의사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면서 ▲강제가 아닌 머무를 이유를 만드는 정책 설계 ▲고난도 중증진료 경험, 장비팀 기반, 교육수련체계 등 전문성 축적 시스템 마련 ▲세제 혜택가족 지원연수기회개원 지원공공기관 채용 우대 등 실질 인센티브 ▲의사 몇 명 배치가 아닌 지역의료 신뢰 회복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충기 이사는 지금의 지역의사제는 사람만 보내면 해결된다는 단순 구조다. 국가가 어떤 의료를 어디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체계적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 남고 싶고 머물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의료계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목표에는 누구보다 절박하다며 정책이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이 각각 발의한 지역의사 양성 법안은 총 4건으로, 18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제출한 수정 대안에서는 지역의사전형 선발과 학비 지원, 의무복무 부여라는 골격을 정했다.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과 최대 1년 면허정지, 3회 이상 면허정지 시 면허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정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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