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제약사 임원 '팩폭'...약사들은 왜, 성분명 처방에 목매는가?
수급 불안정 의약품(품절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대체조제 활성화 약사법 개정안이 내년 3월 시행 예정이다.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약사들은 여세를 몰아성분명 처방 제도화 입법을 위한 대국회대정부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성분명 처방을 제도화하면 품절의약품 공급 문제를해결할 수 있을까?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에서 15년이상 일한 의사 출신 A 고위 임원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 제도화가 품절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A 임원의 판단 근거는 무엇인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대체조제 활성화, 성분명 처방 제도화로는 수급 불안정 의약품(품절 의약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약사들의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 제도화 주장의 밑바닥에는 재고 약품 처리 부담과 대체조제 등에 대한 환자 설명, 의료기관 통보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이기적인 의도가 깔렸다.
A 임원은 지금도 국내 중견 제약사에서 고문, 사외이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의협신문]과 [인터뷰]를진행하는 동안 자신이 의사 출신이라고 해서 의료계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 자신의 발언 내용이 제약업계 일반의 공통된 판단과 평가이며, 약사 출신 제약사 임원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의견이라는 점 역시 거듭 강조했다.
수급 불안정 의약품(품절 의약품)은 왜 발생하나?
=간단하다. 생산 원가보다 약의 판매가(건강보험 수가)가 낮아서제약사들이 해당 의약품을 생산해 판매할수록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품절 의약품은 대부분 계절성(판매 시기가 제한적인)을반영하는 호흡기질환 치료제,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 항생제 등이다. 이런 의약품은 제조원가보다 수가가 낮다. 의약품 생산을 위한 제조공장 시설에 한계가 있는 제약회사들은 수요량 예측이어렵고, 수가도 낮은 의약품의 생산 및 판매를 꺼릴 수밖에 없다. 의약품 생산 역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판매와 수익을 예측할 수 있는 고혈압, 당뇨 치료제 생산 및 판매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품절 의약품 생산을 위한 시설 투자비와 원료 확보도 문제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가 어느 해에 독감이 크게 유행하거나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상황이 발생해 치료제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 생산시설을 확장하거나 신설해 가동했다고 치자. 그 몇 개월이 지나 상황이 수습되면 엄청나게 투입한 시설 투자비를 건질 수 없다. 또한, 단기간에 수요가 크게 변화하는 호흡기질환의 특성상 예측 불가능한 원료를 무리하게 사전 확보하는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
국내 생산 의약품 원료는 대부분 중국과 인도 등에서 생산한다. 그런데 중국과 인도에서 자국 내 상황으로 원료 생산이나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 원료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면 국내 제약사는 생산원가가 올라감에 따라 손해 폭이 커지니 의약품 생산을 중단해버린다. 완성품을 판매하는 제약회사도 구매가가 싼 약을 사와 판매하는 것이 쉽고, 이득도 크다. 원료 이외에 품절 의약품 생산에 필수인 부자재 수급 문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의약품 생산 관련 규제도 생산원가를 높여 품절 의약품 증가를 유발한다. 우리나라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이 워낙 강하고, 심사도 지속해서 진행한다.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생산 중단 등 처분을 피하려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품절 의약품은생산 및 판매가 적자로 이어지는데, 생산과 관리비용까지 많이 드니 생산 포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약사들의 품절 의약품 관리 행태도 문제다. 약사들은 짧게는 3일 분량에서 1주일, 길어야 2주일에서한 달 정도 판매분량을 도매회사에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상보다 판매를 덜 하면 도매회사에 반품을 요구한다. 상황이 이렇기에도매회사는 제약회사에 예측 불가능한 품절 의약품 생산 주문을 대량으로 할 수 없고, 제약사도 무리하게 의약품 생산을 위한 시설 투자나 원료 구매를할 수 없는 것이다.
약사들 주장대로,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성분명 처방을 제도화하면 품절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금도 의약계에 내에서대체조제가 활성화돼 있고, 대체조제를 두고 의-약사 간에 갈등이 크게 없다. 환자도 품절 의약품을 구하지 못하는 불편이 크지 않다. 품절 의약품이 발생하면 약사는 으레 근처 의원 원장에게 수급 현황을 공유해서 처방 자제를 요청하고, 수급이 다시 나아지면 처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런데도 품절 의약품은 지속해서 발생한다. 대체조제나 성분명 처방이 품절 의약품 안정 공급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약사들은 왜,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 제도화 관철에 목을 매나?
=약사들은 품절 의약품 안정적 공급을 핑계로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을 통해 자신들의 편익을 도모하고 있다. 먼저 판매량 예측이 힘든 품절 의약품 재고부담을 덜려하고 있다. 대체조제 시환자 설명과 의료기관 통보 등 행정 및 비용 부담을 없애려는 의도가 깔렸다.
현 대한약사회 집행부는 숙원사업으로 의약품 전 품목의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 제도화를 내걸었다. 숙원사업 달성을 위해 빌드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약사 출신 국회의원과 함께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품절 의약품 안정 공급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먼저 품절 의약품의 정의와개념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원제약 콜데원S(해열제)와안국약품의시네츄라(진해거담제) 등은대체 의약품이 없는 단독 의약품이다. 삼성제약 등 5~6개 제약회사에서 생산하는 세파클로(항생제)등은 과점 의약품이다. 이런 약품들은 환절기에 품절되면 약사들이 대체조제를 할 수 없거나 어려운 의약품이다. 이런 의약품만 품절 의약품으로 규정하고, 그에 맞는 핀셋해결책을 마련하면 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약가 인상생산지원 등의 확대다. 정부정치권이 나서 국민에게 품절약 약가 인상과 생산지원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지출 증가의 불가피성을 잘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제약회사의원료 확보와 품절 의약품 생산 및 판매에 관한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 제약회사가 품절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원료를 구매하고 완제품을 생산해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해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의약품 원료가격은 중국이나 인도에서 수입하는 가격보다 약 70% 정도 비싸다. 정부가 품절 의약품 생산원가 보상 차원으로 수가를 인상해 제약회사의 원료 의약품 생산 부담을 지금보다 약 40%만 낮추면 품절 의약품 공급이 훨씬 원활해질 것이다. 또한, 품절 의약품 수요 예측이 어긋나 미리 확보한 원료와 완제품에 재고가 발생하면국가가 쌀을 수매하는 것처럼 대리 구매했다가 필요한 시기에 다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제약회사들은 지금까지 왜 이런 속사정을 공론화하지 못했나?
=대부분제약회사는말을 못할 뿐이지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 제도화에 반대한다. 국민에게 꼭 필요한 국가 지정 필수의약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이유로 생산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여론의 뭇매가 두렵고, 혹시 정부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까 두려워 공론화를 꺼리는 것이다.
그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차원에서 (비공개로) 정부와 정치권에 이러한 현실과 사정을 여러 차례 전달한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마다 정부는 건보재정 지출 증가를 핑계로 해결책 마련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꿔 제약회사들의 솔직한 처지를밝힐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든다면, 대체조제 활성화나 성분명 처방 제도화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파격적인 해결책을제시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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