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그렇게 되려면?
폐고혈압은 만성 질환임에도 여전히 암보다 생존율이 낮은 중증 희귀질환이다. 비특이적 증상으로 진단이 쉽지 않고, 진단되더라도 쓸 수 있는 치료약제가 충분치 않다. 게다가 보험등재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환자 부담은 감당키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폐고혈압학회는 11일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폐고혈압 미리 찾고 제대로 치료해서 가족의 행복을 지키자!를 주제로 폐미리 희망캠페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처음으로 제정된 폐고혈압 진료지침과 PHOENIKS, K-SPIRE 사업을 통한 전국 단위 환자등록연구 지원, 전문센터 설립 필요성,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 등을 공유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욱진 회장(가천의대 교수길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총무이사(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경희 진료지침이사(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허란 홍보이사(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 등이 참석했다.
우리나라 폐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1.4%로 암(72.5%)로 더 낮다. 폐고혈압 치료의 전형으로 꼽히는 일본의5년 생존율은 95%에 이른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10여년 전만해도 평균 생존기간이 3년을 밑돌았지만, 최근들어 치료제 개발과 진단기술 향상으로 인해 10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15년간 국내 폐동맥고혈압 치료 현황에 따르면 유병률은 100만명 당 0.2명(2002)에서 29.9명(2018)로 75배, 발병률은 100만명당 0.5명(2004)에서 6.3명(2018)로 12배 늘었지만, 같은 기간 입원율은 58% 감소했다. 학회와 의료진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다.
그러나 폐고혈압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먼저 약제 신속 등재가 필요하다. 개발된 지 30년이 지난 가장 강력한 치료제를 아직도 국내에서 쓸 수 없다.
주요 약제 허가급여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 FDA에서 승인된 지 30년이 지난 에포프로스테놀 성분의 프롤란(Floran정맥내/GSK), 벨레트리(Veletri정맥내/얀센) 모두 국내에서 허가조차 받지 못했다. 다만 폐고혈압학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두 제품의 도입 여부가 올해 내 결정될 전망이다.
리오시구앗(Riociguat경구/바이엘)은 올해 6월부터 폐동맥고혈압에 대해 급여가 이뤄졌으나,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CTEPH)은 적응증을 인정받지 못했다.
소타터셉트(Sotatercept정맥내피하/머크)는 올해 7월 국내 허가를 받았으나,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 대상 약제로 급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타다라필(Tadalafil경구/릴리)은 현재 복합제 형태로 허가 심사 중이다.
트레프로스티닐(Treprostinil흡입/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는 폐고혈압 3군의 유일한 치료제이지만,허가심사 중이다.
정욱진 회장은 폐고혈압 치료제는 신약의 비용효과성을 평가하는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의 탄력 적용과 신속 등재가 절실하다라면서 정부가 조금만 도와주면 환자들에게 효과가 확인된 좋은 약을 쓸 수 있다. 의료진은 준비돼 있다. 우리나라 폐고혈압 환자도 장기생존이 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전문질환군 인정도 절실히다.
현재 사망률이 높은 폐동맥고혈압은 질병 코드도 분리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KADRG 분류체계에서 기타 순환기질환에 포함돼 일반진료 질병군에 포함된다.
정욱진 회장은 폐동맥고혈압의 전문질환군 인정을 통해 진병분류 체계와 산정특례 개선이 필요하다. 암, 콩팥질환 등은 법적으로 산정특례 환자로 관리돼 본인부담액이 5% 이하이지만, 심장질환, 특히 폐고혈압은 관리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많은 환자가 고액의 치료비를 감당하고 있다라면서 폐고혈압은 단순히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한정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별도 질환으로 분류관리하고 있으며, 전문 질환군으로 인정하고 독립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폐고혈압 전문센터 설립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영국에서는 중앙정부가 8개의 국가 지정 전문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후 20003000명이던 환자가 60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가 차원의 인적물적 인프라 확보가 조기 진단과 집중 치료, 생존율 향상에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경제성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 치료제 대부분이 고가이기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없다. 전문의료진이 있는 전문센터에서 쓰는 게 제일 효율적이고, 물론 환자에게도 가장 도움이 된다.
정욱진 회장은 서울수도권 45개, 도별 1개씩 총 10개 안팎의 센터를 설치하고, 중앙 리퍼 시스템을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라면서 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법적 인증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학회가 주도하는 인증제도와 정부재정 지원이 연계된 인센티브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PHOENIKS, K-SPIRE 등 전국단위 환자 등록 및 연구에도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장기추적연구(K-PH Registry)에 따르면 25개 병원에서 8년간 환자를 추적한 결과, 코호트 내에서 5년 생존율이 80%까지 상승했다. 등록 환자 수가 전체의 15%포인트 향상만 달성하면, 일본에 근접한 생존율 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욱진 회장은 연구 지원과 전문센터 확대가 지속돼야 우리나라 환자들도 선진국 수준의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상 측면에서도 숙제가 있다. 세계적으로 폐동맥고혈압 가이드라인은 초기에 강력한 병합요법이다. 국내 현실이녹록지 않지만, 다양한 약물 옵션을 확보하고 그에 따른 맞춤치료를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욱진 회장은 모든 환자에게 네 가지 요법이 필요한 게 아니다. 환자 병태에 따라 12 가지 요법만으로 관리가 가능하고, 일부 고위험군만 네 가지 복합요법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한 폐고혈압 진료지침에 대한 의미도 밝혔다.
정욱진 회장은 지난 2020년 결핵및호흡기학회에서 제시한 지침은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을 수용한 수준이었다면, 이번 폐고혈학회 지침은 유럽심장학회(ESC)유럽호흡기학회(ERS) 가이드라인과 일본과 국내 데이터를 통합한 첫 독자적 지침이다. 새 지침 역시 초기 강력한 병합요법을 표준으로 제시하며, 심초음파(TR velocity) 기반 조기진단을 필수로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심장관련 질환에 대한 재정 지원 측면에서의 아쉬움도 전했다.
현재 3조 2000억원에 이르는 건강증진기금의 70%는 담배세가 차지하는데, 정작 심장 관련 질환에 지원하는 재정은 200억원을 밑돈다.
정욱진 회장은 외상, 응급 부분에 20003000억원이 지원되는 현실을감안하면 담배세를 근간으로 조성된 기금인데 관련 질환인심장에 지원되는 재정은 너무 적다라면서 심장 질환 관련 법규 정비와 체계적 관리도필요하다. 심뇌혈관 관련 법률이 심근경색, 허혈성 심장질환 등 급성기 위주로 만들어지다보니 다른 심장 질환은배제된다. 전체 심장 질환 가운데 3040%를 차지하는 심근경색에만 쏠려 있다. 심부전, 판막질환, 부정맥, 폐고혈압 등은 모두 빠져 있다. 법의 사각지대를 촘촘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숨을 쉬는 한 희망은은 있다.(Dum spiro spero)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의 말을 전했다. 폐고혈압학회의 모토이기도 하다.
정욱진 회장은 우리는 폐고혈압 환자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다. 작은 노력이지만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라면서 무기만 들려주면 된다. 빠르게 약제가 들어올 수 있게 해주고, 환자등록을 지원하고, 전문센터를 만들어주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폐고혈압학회는 세계폐고혈압의 달(11월) 행사 일환으로 길병원, 전남대병원, 인천세종병원 등에서 의료진과 환자를 대상으로 폐고혈압 건강강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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