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정갈등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학생들은 여전히 '혼란'
정부의 일방적 정책에 반대하며 1년 반이 넘는 시간을 학교와 병원을 떠나 있었던 의대생과 전공의. 이들이 정권 교체라는 전환점을 맞으면서 복귀를 선택하며 갈등을 봉합하는 그림이 만들어졌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혼란 속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9일 열린 제42차 온라인 종합학술대회에서 의대생과 전공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민하는 세션을 마련했다. 박중신 대한의학회 부회장과 유임주 의협 학술이사가 좌장을 맡았다.
김서영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대의원회 의장(이화의대 의학과 2학년)은 겉으로 보기에는 학생들이 복귀함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되고 정리된 것 같지만 그동안 발생한 여러 문제가 여전히 교육현장에 남아있다라며 의학교육 과정에서 파행이 발생했음에도 그 대책이 충분한 논의 없이 이뤄졌고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 정책도 끝맺음 하지 않은 채 남아있다라며 현재의 혼란을 고스란히 전했다.
그는 복귀 당시를 떠올려 보면 복귀한 학생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논의가 부족했다라며 학사 과정을 어떻게 개시할 것인지 실무 논의 없이 복귀가 이뤄졌고 상당한 혼란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의장에 따르면, 우선 한 학년 안에서도 교육과정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올해 7월, 의대협은 국회, 의협과 함께 돌아가겠다라고 공식 발표했고 이후 의대마다 학사 일정이 재개됐다. 이후 학생의 복귀는 개별화됐고 수업 개시 시점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
김서영 의장은 시작점이 달라진 학생을 어떻게 통합시킬까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라며 이미 복학한 학생과 수업 진도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 상태라서 어느 정도 분리교육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교마다 입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8월 복귀 학생 수업 진도를 최대한 빠르게 맞춘 다음 선복귀 학생의 2학기 개강 시점을 조정해 최대한 빨리 합류시키는 곳이 있는 반면 합류 시점을 내년까지로 미뤄진 곳도 있다라며 커리큘럼을 분리해서 운영하면 인적 및 공간 자원이 이중으로 사용되는 낭비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여러 갈래로 나눠진 학생들이 계속 분리 상태에 있는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학생들은) 오랜 시간 서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만나고 교류해야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고 그렇게 한 집단으로 다시 만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나눠져 있는 기간이 계속 길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업 운영도 과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통상 본과 3학년과 4학년 실습 기간은 겹치지 않도록 하는데 학사 운영 시기와 기간이 달라지면서 예년 보다 더 많은 인원이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본과 4학년의 교육 로드맵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김 의장은 본과 4학년이 복귀하고 수개월이 지난 10월까지도 국가고시 응시 일정이나 수련 진입 시기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고 있다라며 본과 4학년 대부분은 수업과 실습을 상반기에 완료하고 하반기에는 국시 준비에 매진하는 비어있는 학기로 운영하는데 현재 모든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졸업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서도 비어있는 2학기를 추가로 다니면서 등록금과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4학번과 25학번 더블링 문제는 남아있는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의장은 이수 학기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두 개 학번은 같은 시기에 같은 교육을 받게 된다라며 최소 150명에서 최대 300명의 학생들이 한 학년에 존재하는 셈인데 해결책이 전무하다고 짚었다. 이어 증원 논의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닌 만큼 학생 수에 따른 교육 부실화는 현재 진행형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라며 현 문제를 그대로 떠안을 24학번과 25학번 학생에게도 관심을 계속해서 둬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지금도 한 강의실에 넘치는 학생을 겨우 수용하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 수용 한계를 버티고 있는 학교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이미 이전에도 학교에 따라서 학생들이 경험하는 교육의 질과 환경의 차이가 상당했는데 더블링이 고착화되면 교육 환경의 양극화는 더욱 가속될 것이라며 더블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간적 분리는 물론이고 시간적 분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학생들의 동시 교육이 졸업 때까지 지속되면 한 개 연도에 과도한 수의 의사가 배출될 것이라며 6년의 교육 과정 중 언제 분리할 것인지 어느 정도 격차를 두고 학생을 배출하고 의료 현장에서 수용할 것인지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대생들은 남아있는 과제 해결 과정에서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꼽았다. 김서영 의장은 현재 학생들이 마주하고 있는 교육 파행 문제만 봐도 의학 교육 정책의 거버넌스 자체가 미비해 있고, 학생들은 그 구조에 포함돼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의견을 제대로 반영 시키기가 상당히 어렵다라며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면서도 주체적으로 권리를 지킬 수 없는 이유는 학생 참여가 배제된 결정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의학교육 전반에서 제대로 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라며 의대교육이라는 분야는 단순히 의사 수를 조절하기 위한 의료정책의 일부로만 다뤄질 게 아니라 의학교육 그 자체를 중심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그 구조 안에는 학생과 교수 등 현장 상황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경로가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도 의학교육 정책에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육과정에 순응하면서 따라가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의학 교육이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정책적으로 미흡하거나 추가로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동시에 의대생의 학습량이 과중하고 교육과정을 따라가기만으로도 벅찬 상황이기 때문에 의학 교육 패러다임 안에서 단순한 지식 습득뿐만 아니라 의료계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학생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선배 의사가 이끌어주는 역할을 꼭 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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