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후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해보세요

닥플 플러스

의료사태 고통의 기록 "누가 한국 의료를 망쳤나"

고신정 기자2025.11.09 10:55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는 9일 열린 제42차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의대증원 정책과 의료사태를 메인 세션으로 선정해 다뤘다. ⓒ의협신문 이정환 기자

의료계가 지난 1년 한국 사회에 큰 생채기를 남겼던 의정사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국 의료의 구조적제도적환경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만큼 이를 바로 잡는 노력과 함께, 지난 정부에서와 같은 의료정책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의료계는 물론 국민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의사협회는 9일 열린 제42차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의대증원 정책과 의료사태를 메인 세션으로 선정해 다뤘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의대 증원과 의정갈등-경과와 결과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1년 여간 이어진 의료사태를 돌아보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진단했다.

박 부회장은 누가 개혁의 대상이냐는 질문으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낮은 의료수가 속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과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의 의사들이 과연 개혁의 대상이었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다.

박 부회장은 2023년 가을을 이른바 폭력적 의대증원의 전조로 기억했다.

그해 10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주재로 열렸던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시작으로, 다음달 복지부의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 발표, 2024년 2월 1일 필수의료패키지 발표, 같은 달 6일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 4월 1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이르기까지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이어졌다는 복기다.

ⓒ의협신문
메인세션 좌장을 맡은 김태진 부산광역시의사회장과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사진 왼쪽부터)ⓒ의협신문 이정환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갑작스런 대규모 의대증원으로 사회적 갈등이 커지자 당시 대국민담화를 통해 2000명이라는 숫자는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의료계가 증원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는 의사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려는 시도였다는 것이 박 부회장의 분석이다. 당시에도 이미 국내에는 의사 수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다수의 논문이 존재했으나 정부가 의사공급이 과잉된다는 연구는 빼버리고 의사 공급이 부족해진다는 연구만을 자의적으로 골라 결론을 도출해놓고 도리어 의사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박 부회장은 정부는 19차례나 의사들과 만나 증원방안을 논의했다지만, 증원 규모를 비밀로 한 채 논의를 했다면 그것은 논의가 아니라 알리바이를 만들려 했던 것이라며 추후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2000명이라는 숫자를 조규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 6일 보정심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의사들을 말을 바꾸고 거짓말하는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일이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전공의와 의료계 지도부에 대해 각종 행정명령을 남발하는 등 강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고, 고등교육법상 4년 예고제를 무시하는 등 스스로 현형법을 무시했으며, 국립대교수 1000명을 증원하겠다며 의대생을 도구 취급하고 의대교수를 공산품 취급하는 행태를 계속해왔다고도 짚은 박 부회장은 의료사태의 여파로 필수의료를 살리기는커녕 결과적으로 의료현장은 더욱 피폐해졌고 지역필수의료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강제지정제를 시작으로 강제수가, 강제삭감으로 이어지는 중층적 규제 구조를 갖고 있으며 여기에 의사 사법리스크가 더해져 필수의료의 붕괴와 이탈을 불러오고 있다면서 필수의료 파탄은 명백히 정부의 실패다. 초저수가 등 제도적 문제를 외면한채 모든 것이 의사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 발표 모습.ⓒ의협신문 이정환 기자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의정 갈등의 교훈과 지속가능한 대책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고통의 기록이지만 의료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의료정책 결정의 거버넌스를 새로이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문 부원장은 의료사태 촉발과 장기화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면서도 의료사태를 대응함에 있어 의료계도 전략과 정책 거버넌스의 부재 등 한계를 노출했다는 진단을 함께 내놨다.

의사협회와 전공의, 의대교수 등이 단일 창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협상력을 분산시켰고, 무조건 원점 재검토라는 단일 구호만 전면에 부각되면서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카드를 스스로 없애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나아가 구체적인 전략이나 명분있는 퇴로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내부 동력은 물론 국민적 지지를 잃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 부원장은 이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거버넌스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독립적 특별위원회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의료사태로 이슈화한 저수가와 의사 사법리스크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부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정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 기존 위원들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면서 의료정책의 거버넌스 혁신을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가 동등한 자격과 비율로 참여하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상설기구가 필요하며, 이것이 대립과 갈등을 사회적 합의로 전환하는 핵심기구로 기능하고 모두가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일한만큼 보상받는 구조, 획기적인 수가 현실화도 필요하다면서 고위험고난도 시술일수록 손해를 보는 기형적인 구조를 손보아 야간휴일응급 수술 등 기피시간대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대폭 강화하고 사회적 필요성이 큰 분야에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금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아울러 문 부원장은 의료사고 법적 부담완화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도 지속가능한 한국 의료를 위한 필수과제로 꼽았다.

문 부원장은 의사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형사처벌을 면제하고 불가항력적 사고 등에 대해서는 국가 책임 보상제도를 확대하는 등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고전공의 수련 내실화와 노동강도와 중요성에 맞는 합리적 보상 제공 등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정 갈등은 우리에게 값비싼 교훈을 주었다고 돌아본 문 부원장은 정부와 의료계는 아직 끝나지 않은 대립을 멈추고, 상생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쌓을 때, 비로소 갈등을 넘어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0

    많이 본 뉴스

    • (주)이노케어플러스대표자: 진현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백범로31길 21, 서울창업허브 본관 415호사업자 등록번호: 748-87-0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