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초점] 의사 넘보는 한의사, 의사들의반대 이유
초음파 엑스레이, 리도카인, 에피네프린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꾸준히 요청하는 항목들이다. 현대의료기기, 전문의약품임에도 한의사들은 의료인이라는 이유로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의사와 한의사라는 이원적 면허체계를 거스르려는 한의사의 사례를 짚어보고 의사들이 왜 반대하는지 집중했다.
(상) 엑스레이 넘보는 한의사의사들은 왜 반대할까
경기도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K원장은 2006년부터 2018년 10월 4일까지 엑스선 골밀도 측정기(모델명: BGM-6)로 환자 골밀도를 측정하고 예상 추정치를 산출하는 데 사용했다. K원장은 무면허 의료 행위를 했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수원지방법원은 무죄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그 이후.
한의사들이 수원지방법원 판결을 앞세우며 엑스레이 사용을 또 주장하기 시작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아예 지난달 한의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 교육까지 실시했다.
국회에는 한의사와 한의원을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책임자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도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 서 의원은 해당 법안을 발의하면서 수원지방법원 판결을 근거로 내밀고 있다.
의료계는 한의계와 국회가 법원 판단을 왜곡해서 활용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K원장이 한의원에서 썼던 엑스선 골밀도 측정기(모델명: BGM-6)는 같은 엑스레이라고 하더라도 법에서 안전 관리를 해야 할 정도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 장치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BGM-6는 현재 정밀하지 않아서 의료기관에서는 잘 쓰지 않는 저선량 골밀도 측정기로 차폐시설 없는 일반 진료실 등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법에서 말하는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은 고선량 엑스레이 사용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 하기 위한 환경을 별도로 만들고 방호장비도 착용해야 하는 등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또 다른 전문가의 영역이다.
수원지방법원의 판단도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허용을 인정한다는 것보다는 결과가 자동 추출되는 기기로 K원장이 영상진단행위를 하지 않았고 참고하거나 환자에게 자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검찰의 상고 포기로 2심에서 확정됐다.
한의계와 국회는 수원지방법원 판결을 앞세워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허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상급심인 대법원에는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면허범위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엄연히 존재한다. 2011년 대법원은 한의사가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로 성장판 검사를 한 것은 한방 의료행위로 볼 수 없고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관련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한의사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시했다. 심지어 대법원은 저선량 엑스레이라도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와 한의계 움직임에 의료계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국회 앞에서 법 개정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는가 하면 서영석 의원 사무소 앞에서 의료법 개정안 철회를 주장하는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영상 진단 관련 전문가, 한의사가 회원으로 있는 의학한림원도 법안 철회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대 이유는 명확하다. 궁극적으로 환자안전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엑스레이 촬영을 포함한 모든 영상 검사는 단순한 기계 조작이 아니라 검사 필요성 판단, 방사선량 및 촬영 조건 최적화, 영상 품질 확보, 의료적 해석 및 책임을 필수 수반하는 전문적 의료행위라는 설명이다.
의협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 장치는 단순한 기계 조작을 넘어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장비라며 정확한 진단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잘못된 해석은 오진과 그에 따른 심각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한의사의 사용은 국민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한 실험과 같다고 했다.
또 엑스레이는 단순한 촬영 장비가 아니라 진단과 판독을 하는 의료행위를 위한 장비라며 안전관리책임자에 포함하더라도 실제 진단 및 판독 행위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의학 교육과 지식을 갖추지 않은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국민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주는 비윤리 행위라고 비판했다.
영상진단 관련 진료과인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영상치의학회, 대한방사선사협회도 공동성명서를 내고 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3개 단체는 한의사를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포함시키는 것은 방사선 안전 원리와 환자 보호체계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한의학 교육과정은 방사선량 관리, 인체 조직 반응, 피폭 최소화 전략, 영상획득 및 진단의 의학적 의미에 관한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영상검사를 보조검사로 치부하는 주장도 전 세계 어느 의료체계에도 존재하지 않는 비과학적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단용 방사선 검사뿐만 아니라 CT, MRI, 초음파 등 모든 의료 영상검사에 검사 실명제를 명문화하고 누가 어떤 의학적 판단과 근거로 처방하고 자격 있는 사람이 검사를 했는지 실명 기반으로 기록 책임화하는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학계 원로들도 우려의 메시지를 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체계는 국민 건강 보호 최후 방어선으로 한의사도 안전관리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면 국민 건강과 방사선 안전관리체계의 근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학한림원에는 한의사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학한림원은 한의과대학 교육 과정에 일부 영상 관련 교과목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한의학적 진단을 위한 기초 수준의 교육에 불과하다라며 교육과정의 표면적 유사성만으로 전문성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의료기술의 발전과 융합을 적극 지지하지만 어디까지나 과학적 검증과 환자 안전의 원칙 위에 이뤄져야 하고 직역 확대 논리가 국민 건강보다 앞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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