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개발 중 항암제 투입으로 '자기실험'한 교수…법원은 "무죄" 왜?
자신이 개발하던 항암제의 안전성 확인을 위해 스스로에게 직접 투여하며 자기실험을 하던 교수가 고발 당했다. 경상남도 한 대학병원 임상약리학과 H 교수에 대해 검찰은 약사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약식기소했지만, H 교수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울산지방법원 제3-3형사부(재판장 조상민)는 최근 약사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1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를 하지 않아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해당 판결은 지난 6월 18일 나왔는데 울산지법은 15일 구체적인 결과를 공개했다.
H교수는 항암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재조합 항암 백시니아 바이러스(OTS-412)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 신청서를 내기 전 스스로에게 주사하는 자기실험을 진행했다. 스스로의 몸에 투여한 다음 몸에 나타나는 변화와 이상반응을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OTS-412는 치료 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항암 치료제로 종양세포만 선택적으로 감염시켜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H교수는 양산부산대병원에 입원해 공동연구자에게 자문을 받으며 실험을 진행했고, 이틀에 걸쳐 혈액 400ml 이상을 채혈을 하기도 했다. H 교수는 동료 교수나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사전 문의하며 윤리적 고찰도 거쳤다.
H교수는 자기실험은 약사법 제34조 제1항에 해당하는 임상시험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임상시험이라고 하더라도 사회 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행위라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H교수의 자기실험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약사법에서 임상시험을 하기 전 식약처 승인을 받도록 한 이유는 임상시험 대상자의 건강상 피해 예방, 자기결정권 보호 목적 등 이외에도 공익상 위해나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라며 의약품을 개발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개발 중인 약을 투여하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는 않을지라도 공익상 위해나 윤리적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2심 법원은 판단을 다르게 했다. 개발 중인 약을 스스로에게 투여하는 것은 위법하지만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 처벌 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H교수는 시험약의 안전성을 시험하기 위해 투여한 것으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고소까지 이르렀다라며 개인적인 이익이나 목적을 위한 게 아니었고 약사법에 따른 규제를 회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백시니아가 유통됐거나 실험 관여자 이외의 사람에게 실험 정보가 유출된 바도 없어 공익상 위해나 중대한 안전성, 윤리성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라며 H교수에게 전염성 있는 질환이 발생하는 등으로 국민 보건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스스로 자신의 몸에 의약품을 투약하는 방식의 자기실험도 식약처장 승인을 받아야 하는 임상시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약사법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실험이 계속 이뤄지면 다수를 위해 소수의 신체적 완전성 훼손을 감수 용인하는 풍조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자기실험에 대해 약사법 소정의 임상시험에 관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연구자 중 실질적으로 높은 서열에 있는 연구자가 낮은 서열에 있는 연구자에게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자기 실험을 강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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