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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문학적 감수성은 의료에 필요한가?

이호준 더베스트내과 원장(심장대사의학연구회/더베스트내과 심장클리닉)2025.10.14 12:19

지성과 의학: 감응과 감수성 (Sensitivity Sensibility)

의학의 근간은 과학이며, 그 중심에는 지성이 있다. 지성은 생명과 세계를 이해하는 사유의 힘이다. 익숙한 틀을 벗어나, 미묘한 흐름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포착하고, 새로운 의미를 깊게 이해하는 성찰이 그 뿌리다.

그것이 문학적 감수성이다.

과학의 도약에는 언제나 이론보다 믿음이, 계산보다 감응이 앞서 갔다. 인간을 수치로 환원하지 않고, 삶의 서사로 이해하며, 데이터 속에서 삶의 질감을 느끼고 지식을 통찰로 승화시키는 능력.그것이 지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학은 지성의 총아(寵兒)이다.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사카구치 시몬(Shimon Sakaguchi) 교수는 인체가 스스로를 해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의 존재와 기능을 규명했다.

노벨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Sakaguchi was swimming against the tide in 1995, when he made a key discovery. 사카구치는 1995년, 학계의 흐름에 역행하며 중요한 발견을 이루었다.

그 시절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면역 관용이 오직 흉선에서만 형성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사카구치는 면역계가 그리 단순할 리 없으며, 체내에는 자가면역을 억누르는 또 다른 조정 메커니즘이 있을 것이라 직감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면역계의 역설 자신을 지키는 힘이 동시에 자신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생명의 모순에 매혹되었다. 그에게 면역은 전쟁보다 협상이었다.

공격과 관용, 방어와 자제가 한 몸 안에서 끊임없이 교섭하는 그 미묘한 균형 속에서 그는 복잡함이 스스로를 유지하는 생명의 신비를 보았다. 그것이 조절 T세포의 존재를 예감한 계기였다. 흉선을 제거한 생쥐에서 나타난 이상 면역 반응을 그는 단순한 실험 오류로 치부하지 않았다.

다른 연구자들이 외면한 반례 속에서 숨은 질서의 가능성을 보았고, 그 가능성을 향한 믿음이 수년간의 실험과 검증으로 이어졌다.과학의 진보란 단기간에 전수될 수 있는 정밀한 기술의 축적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의 의심과 직관이 층층이 쌓여 이룬 내적 사유의 결과임을 웅변한다.

의학은 해석의 학문이다.

모든 해석에는 입장이 있고, 그 안에는 언제나 감정이 스민다. 문학은 의학의 눈을 열어주고, 의학은 문학의 재료가 된다. 의료문학이 다리라면, 의사와 사회를 잇는 오작교가 되어 생명의 이야기는 그 위에서 내리는 비로 상봉의 기쁨을 전한다.

감수성은 지성을 낳고, 지성은 감수성을 기른다. 그렇게 의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 되고, 의료는 인간을 탐구하는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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